[중국 금융계 거물 지강신군(之江新軍) 이휘만(易会满) 낙마]
지난 9월 6일 중국의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로부터 금융계의 거물인 이휘만(易会满)이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진 후 그의 행적이 마침내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휘만에 대한 조사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 그룹이라 할 수 있는 지강신군(之江新軍)의 핵심 멤버이고, 또 이 그룹의 돈줄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중국의 권력 모든 것을 쥐고 있다는 시진핑 주석마저도 지강신군의 핵심 인물인 이휘만을 보호해 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연합조보는 10일, “금융계에 광범위한 추측이 오가던 중, 이휘만 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의 몰락 소식이 마침내 확인되었다”면서 “이로써 그는 올해 들어 여덟 번째로 실각한 장관급 ‘호랑이’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6일 이휘만에 대한 낙마 소식이 공식화되었는데, 이로써 이휘만은 93열병식 이후 첫 낙마한 성장/장관급 고위관료가 되고, 또한 중관간부(中管幹部,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고위간부)까지 포함한다면 올해들어 41번째 낙마라고 보면 된다.
연합조보는 이어 “이휘만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CPPCC) 경제위원회 부주임직에서 해임되었지만, 그의 전 소속 기관인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그날 회의를 열고 이휘만 조사가 중국 공산당의 반부패 노력에 대한 ‘금기 없음, 타협 없음, 무관용’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연합조보는 “이휘만은 8월 29일경 여러 가족과 함께 조사를 받기 위해 끌려갔으며, 그 전에는 이휘만의 옛 동창 몇 명도 조사를 받았다”면서 “이휘만에 대한 수사는 3가지 서클에 대해 확대되고 있는데, 그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공상은행(ICBC) 서클, 이휘만의 모교인 저장은행학교의 동문회, 그리고 이휘만의 친인척서클 등으로 나뉘어 조사를 받고 있다”고 짚었다. 한마디로 이휘만과 관련된 모든 인물들이 샅샅이 수사 대상에 올라 탈탈 털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지강신군 핵심 멤버임에도 왜 탈탈 털리고 있을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휘만이 지강신군의 핵심 멤버라는 점이다. ‘지강신군(之江新軍)’이란 시진핑 집권 초기 핵심 세력으로 자리잡았던 그룹으로, 지강(之江)은 저장(浙江)성을 대표하는 첸탕(錢塘)강을 말한다. 갈 지(之)자처럼 굽이쳐 흐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여기선 저장성을 뜻한다. 따라서 지강신군이란 저장 출신 관료를 의미한다.
저장성은 시진핑이 2002년부터 5년 간 당서기로 근무하며 중앙 무대로의 진출을 준비한 곳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 한마디로 시진핑이 저장에서 경제와 사회, 문화, 법치, 개혁, 당 건설, 반(反)부패 등 치국(治國)을 위한 각종 정책을 설계하고 또 시험했기 때문에, 당연히 당시 시진핑과 함께 했던 인물들이 시진핑 정부의 핵심 요직에 자리잡을 수밖에 없었으며, 따라서 이들의 결집력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휘만은 저장(浙江) 원저우(溫州) 출신인데, 이곳은 ‘중국민영경제의 수도’라고 불릴 정도로 의미가 있는 지역인데다 이곳 출신들이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 천이신(陳一新) 국가안전부장, 천웨이쥔(陳偉俊) 신장자치구 상무부주석, 류치(劉奇) 전인대상무위원회 비서장, 자오이더(趙一德) 산시성 당서기 등일 정도로 명망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모두 이휘만이 저장성 금융기관에 근무중일 때 함께 원저우 당서기나 시장을 지낸 바 있으며, 이들은 지금도 시진핑의 최측근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이렇게 이휘만이 그야말로 든든한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진핑이 중국공산당 18대 주석으로 취임한 후 2013년 5월 공상은행 행장이 되고, 2016년 5월 공상은행 당위서기, 동사장이 되었다. 2019년 1월 이휘만은 중국증감회 당위서기, 주석이 되고, 2024년 2월에 퇴임할 정도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랬던 이휘만이 지난 8월 29일 돌연 체포되어 조사를 받기 시작했고, 심지어 저장 원저우에 있는 형제들을 포함해 가족들까지 모두 끌려가 조사를 받는 신세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특히 이휘만이 증권감독위원회 주석으로 있는 동안 A주에는 2000여개 상장회사가 증가했는데, 그중 장쑤, 저장지역의 비율이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중국의 경제 매체 차이신은 “이렇게 장쑤, 저장 지역의 기업들이 A주에 대폭 진입한 것은 이휘만의 ‘저장사람+장쑤업무경력’이라는 배경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심지어 가족들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리창, 천이신, 천더룽 등의 고향인 원저우시 관리들이 시진핑의 실각설이 나돌던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집중적으로 조사받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휘만이 조사받는 것과 같은 시기인 2025년 8월 28일, 원저우시 교통운수집단 전 당위서기, 동사장 예정두(葉正杜)가 자수하였고, 9월 8일, 원저우시 어우하이구 재정국 전 당조서기, 국장 리중팡(李中方)이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휘만을 조사하기 직전 이휘만 주변의 많은 인물들이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가장 먼저 이휘만의 모교인 저장은행학교 출신 동창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2025년 4월, 중국농업은행 데이타센터 전 당위위원, 기율검사위서기 린펑(林鵬)이 낙마했다. 린펑은 저장은행학교를 졸업하였고, 이휘만과 같은 원저우 창난현 사람이다.
이와 관련해 널리 알려진 평론가인 리옌밍(李燕铭)은 “린펑의 승진은 이휘만이 도와주어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지난 5월에는 공상은행 저장분행의 전 당위서기, 행장 션룽친(沈榮勤)이 조사를 받았는데, 션룽친은 저장 타이저우(台州) 센쥐(仙居) 사람이고, 이휘만과 저장은행학교 동기동창”이라고 밝혔다.
리옌밍에 따르면 그후로도 이휘만과 관련있는 인물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을 정도로 한마디로 이휘만 주변 인물들이 완전히 난도질 당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철저하게 주변 인물들부터 샅샅이 엮어버렸다. 이는 이휘만을 완전히 때려잡겠다는 의미가 분명할 정도로 그야말로 고강도의 수사를 했다고 보면 된다. 이는 그만큼 이휘만이 지금 시진핑 시대에 갖는 비중이 컸고, 그로부터 지강신군의 자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통해 시진핑을 물밑에서 지원하는 지강신군의 뿌리를 완전히 말살하기 위한 대대적인 작업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휘만의 조사 개시 전 이미 수사를 받았던 인물들에 대해서도 속전속결로 재판이 이루어졌다. 이휘만이 공식적으로 수사를 받기 전인 지난 8월 25일, 러우원룽사건의 1심선고가 있었는데, 러우원룽은 8,451만위안(약 165억원)의 뇌물 수수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라우원룽은 이휘만과 함께 저장은행학교의 명예 동문회장을 맡을 정도로 친분이 깊다.
이 시점에서 저장금융학교가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금융계의 황포군관학교라 불릴 정도로 중국의 금융계를 휘어잡고 있는 이곳 출신들은 그야말로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고, 그들만의 또다른 파벌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시진핑 주석도 이곳 학교에 대단한 관심을 표명할 정도다.
시진핑 뿐 아니다. 학교 업무는 일찌기 시진핑과 리창, 장더장(張德江), 자오홍주(趙洪祝), 샤바오룽(夏寶龍)등 중국의 당과 국가 지도자들로부터 칭찬을 받았고, 류얜둥(劉延東), 천민얼(陳敏爾)도 학교를 시찰한 바 있을 정도다. 그중, 리창, 샤바오룽, 천민얼은 모두 시진핑의 저장때의 부하들이고 저장을 다스린 바 있는 지강신군의 핵심 구성원들이다.
[시진핑의 금융계 수족이었던 이휘만, 반시진핑파의 표적?]
사실 중국의 금융 개혁에 있어서 이휘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실제로 이휘만이 증권감독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던 5년간, 중국 자본시장에는 여러가지 중대한 개혁이 진행되었다. 커촹반(科創板, 첨단기술 기업 전용 증시로 중국판 나스닥)의 등록제 시범, 커촹반 개혁 및 등록제 시험 실시, 베이징거래소 설립 및 등록제 시행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인민일보는 “이들 개혁은 모두 시진핑이 직접 결정하고 직접 지휘한 정책들”이라고 밝혔다. 그런 금융 개혁을 이휘만이 직접 진행했다는 것이다.
특히 2018년의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 시진핑은 처음으로 상해증권거래소에 커촹반을 설립하고 등록제시범을 실시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커촹반은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기술ㆍ벤처기업 전문 시장으로 시진핑 주석이 2018년 11월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나스닥 같은 전문 시장을 개설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2019년 6월 13일, 제11기 루자쭈이(陸家嘴)포럼 개막 당일,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이 정식으로 열린다. 당시 중국공산당정치국위원, 국무원 부총리 류허(劉鶴), 상하이시위서기 리창, 증감회주석 이휘만, 상하이시위부서기, 시장 잉용(應勇)이 공동으로 커촹반의 개막을 알렸다. 이휘만은 개막식을 주재하고 치사를 했다.
이어 2019년 7월 22일,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에 최초로 25개의 회사가 공식으로 상장거래된다. 당시 상하이시위서기 리창, 증감회주석 이휘만은 공동으로 커촹반의 개시를 알리는 징을 쳤고, 당시 상하이시장 잉용이 치사를 한다. 여기서 잉용은 저장성 타이저우시 센쥐현 사람이고, 역시 지강신군의 요원이다. 시진핑의 저장때의 부하이고, 현임 최고인민검찰원장이다.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을 하나 캐치할 수 있다. 이휘만이 커촹반을 직접 만들고 출범시켰다는 것은 그것이 중국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엄청난 자금을 축적했을 가능성이 있고, 또 그 자금들을 시진핑을 비롯한 저강신군을 위해 비축 활용했을 가능성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휘만이 반시진핑 세력의 표적이 되어 주변은 물론이고 학연, 지연 모든 것들을 탈탈 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어찌 이휘만 뿐이겠는가? 시진핑의 정치적 근거지인 저장금융 계통의 인물들이 속속들이 숙청당하고 털리고 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특히 93열병식에 맞춰 이 민감한 시기에 전 중국증감회주석 이휘만의 낙마를 공표했는데, 여기에 담긴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이렇게 중국 권부의 권력투쟁은 현재도 진행형이고 시진핑의 안위도 그래서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