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칼’ 공안부의 대대적 개편, 시진핑파는 전면 축출]
‘중국 권력의 칼’이라고 할 수 있는 공안부가 대대적 개편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시진핑파가 대부분 축출되고 공청단파를 비롯한 반시진핑파가 완전히 장악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군부의 반시진핑파 장악과 함께 중국 권부의 권력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중국 공안부 홈페이지의 조직구조란을 보면 자리쥔(贾利军)이 공안부 당위원회 위원 겸 정치부 주임으로, 링즈펑(嶺志峰)이 차관 겸 특별공작국 주임으로 승진 임명되었음이 확인됐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쉬간루(许甘露)가 차관 겸 이민국 주임에서 해임되고, 왕즈중(王志忠)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또한 7월 9일에는 양웨이린(楊威林)이 차관으로, 천시위안(陈思源)과 쑨마오리(孫毛麗)가 차관 겸 특별공작국 주임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7월 21일에는 링즈펑(嶺志峰)이 차관 겸 특별공작국 주임으로 승진했다.
이러한 공안부의 인사에 대해 많은 분석들이 나온다. 유명한 정치 평론가인 저우샤오후이(周晓辉)는 “공안부의 잦은 인사 조정은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인 교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자쥔(시진핑사단)’의 권력이 체계적으로 약화되고 시진핑 세력이면서 한때 장유샤에 의해 곤욕을 치렀던 왕샤오훙(王小洪) 공안부장의 통제력이 현저히 쇠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일단 공안부의 세력 분포만 봐도 지금 중국 공안부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현재 공안부 고위 관리 9명은 왕샤오훙(王小洪) 부장, 치옌쥔(亓延军) 행정부 부부장, 런아이룽(亓延军)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쉬다퉁(徐大彤), 왕즈중(王志忠), 링즈펑(凌志峰), 웨슈후(岳修虎), 자리쥔(贾利军), 양웨이린(杨维林) 부부장이다. 쉬간루(许甘露), 천스위안(陈思源), 쑨마오리(孙茂利)는 ‘60세 이상’이라는 이유로 면직되었지만, 모두 시진핑 파벌에 속하거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특히 공안부에서 시진핑의 측근이었던 왕샤오훙과 연줄이 있었다.
이중 면직된 쉬간루(许甘露)는 푸젠성 출신으로 2015년 시진핑 주석의 인정을 받아 베이징으로 전근된 왕샤오훙의 후임으로 허난성 공안국 국장에 임명되었다. 2023년에는 왕샤오훙의 뒤를 이어 경찰협회 회장이 되었다.
역시 면직된 천시위안(陈思源)은 베이징 공안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왔는데, 왕샤오훙의 승진과 함께 차근차근 꽃길을 걸었다.
또한 쑨마오리(孙茂利)는 산둥성 지난 출신의 치옌쥔(齊延軍) 부총리와의 긴밀한 관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렇게 시진핑 군단의 세 사람이 동시에 제거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와 함께 공안부에 새로 영입된 고위 관리들은 진정한 ‘시진핑 친위사단 소속’이 아니면서 동시에 왕샤오훙과도 별다른 인연이 없는 이들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56세의 자리쥔(賈立軍)은 장자커우시 부시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9년에는 공안부 정보센터 정치위원이 되었고, 2023년에는 구이저우성 공안부 주임이 되었다. 그리고 올해는 공안부 정치부 주임으로 승진했다.
57세의 양웨이린(杨维林)은 지린성 공안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2023년에는 광시성 공안부 부주임 겸 주임으로 전근한 후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60세의 왕지중(王志忠)은 오랫동안 공안 및 특수 서비스 시스템에서 근무했으며, 이전에 공안부 공안국 총판공청 주임과 특수 서비스국 부주임을 역임했다. 이 민감한 직책은 원래 왕샤오훙이 맡았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그는 시진핑 사단이라 할 수는 없는 듯 보인다.
저장성 정법계 출신인 57세의 링지펑(凌志峰)은 사오싱과 진화에서 복무했으며 그의 경력은 차이치와 리창의 경력과 교차된다. 그가 현재 특수 서비스국을 지휘하는 것은 왕샤오훙의 뜻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톈진 출신으로 오랜 기간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한 55세의 쉬다퉁(徐大彤)은 2019년 산시성 공안부에 낙하산으로 배치되어 2023년 공안부 부부장으로 승진했다.
52세의 웨슈후(岳修虎)는 2024년 윈난성에서 공안부로 전근했는데, 그의 경력 역시 왕샤오훙과 겹치지 않는다.
이렇게 공안부내에서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이루어졌는데 치옌쥔(亓延军)은 공안부 내 왕샤오훙의 충성스러운 ‘시진핑군단’의 구성원 중 사실상 유일한 생존자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최고 지도부가 완전히 개편된다면, 왕샤오훙은 얼마나 많은 실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 더욱 기이한 것은 최근 몇 달 동안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평소와 달리 ‘경제 조사’에 몰두하며 가능한대로 정치적 아젠다에서는 손을 떼려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이렇게 시진핑의 칼이라 할 수 있는 공안부가 더 이상 시진핑에 의해 휘둘리지 않는 조직으로 변했다는 점은 앞으로의 시진핑 행보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는 특히 시진핑 군단이 더 이상 공안부를 무기로 삼아 중국 공산당 조직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또 체포, 군부의 요동은 이어진다!]
이렇게 그동안 ‘시진핑의 칼’로 쓰여왔던 공안부가 시진핑사단을 정리한데 이어 중앙군사위원회에서도 역시 시진핑 추종파들의 숙청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의 최고 사령부인 중앙군사위원회는 시진핑 주석과 장유샤(张又侠) 부주석간의 불화설이 제기된 가운데 7명 위원 중 3명이 공석이다. 시진핑 직속이었던 허웨이둥(何卫东) 부주석은 올해 3월 11일 이후 실종 상태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판창룽(范长龙) 전 부주석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금 중국의 군부는 그야말로 혼돈상태다. 이번 9월 3일의 천안문 열병식때도 당연히 이를 총지휘해야 할 중부전구 사령관 왕창(王强)이 실종된 상태여서 상장(대장)이 아닌 중장 지휘관인 한성옌(韓勝延·62·공군중장)이 맡을 정도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6월 17일 산시성 옌안에서 인민해방군(PLA) 정치공작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중앙군사위 주석·부주석·위원 6명이 의자에 앉고, 상장(3성장군, 대장급) 20명, 중장 21명과 소장 등이 모였고, 이때 기념 촬영한 사진이 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 실린 바 있다. 그런데 15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 고위 장성들 가운데 14명이 실종 또는 낙마로 사라졌다. 그런데도 지난해 12월 천후이(陳輝) 육군 정치위원 단 1명을 끝으로 상장 진급자는 전혀 없다.
문제는 지난해 산시성 옌안 회동을 기준으로 본다면 30%에 해당하는 최고위급들이 실종 또는 낙마되었고, 2012년 집권 이후로부터 계산한다면 20% 가까운 장성들이 사라졌는데, 군사위원회 주석을 맡고 있는 시진핑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역사상 전례도 없는 일이고, 국가를 수호해야 할 군대라는 입장에서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판창룽(范长龙)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또 체포되었다는 소문이 전해진 것이다. 여러 소식통에 의하면 판창룽의 체포는 먀오화(苗华)와 허웨이둥(何卫东)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련 10대 스피커로 유명한 차이센쿤(蔡慎坤)은 “판창룽이 올해 중국 공산당 고위 지도자들의 모임인 베이다이허(北大河) 회의 전날 체포되었다”고 전했다.
차이센쿤은 이어 “조사관들은 판창룽을 밀폐된 건물에 가두고 음식과 물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접촉도 허용하지 않았다”면서 “12일 넘게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고립 상태를 겪은 판창룽은 심리적으로 붕괴되어 자백을 위해 종이와 펜을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그는 처음에는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대해서만 자백했지만, 결국 나중에는 전 베이징군구 사령관 리신량(李新良)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 문제까지 자백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그런데 판창룽의 체포와 심문은 또다른 파문을 불러왔다. 고위 군 관계자들이 리신량에게 8월 1일 건군절 행사 기간 동안에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는데, 리신량은 돌연 다량의 수면제를 먹은 후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당국은 2주가 지난 후에 발표했고, 이를 중국 관영 언론들도 8월 14일 “주요 군구에서 은퇴한 고위 장교이자 베이징 군구 전 사령관이었던 리신량 장군이 8월 13일 베이징에서 8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군부의 숙청, 시진핑이 주도했다? 누가 이를 믿을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러한 군부의 잇따른 숙청이 누구에 의한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시진핑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직접 칼을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다른 한편에서는 장유샤를 비롯한 반시진핑파가 시진핑측 인사들을 쳐내기 위한 공작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군부의 숙청을 누가 주도했는가의 해석에 따라 지금 중국 상황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만약 이러한 일련의 군부숙청을 시진핑이 직접 주도했다고 본다면 당연히 시진핑은 아직도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고, 안정적인 직무수행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이러한 군부의 숙청이 시진핑이 아닌 장유샤가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 근거는 지속되는 숙청의 면면이 대부분 친시진핑 인물들인데 시진핑이 군부의 확고한 지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보호하고 지켜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제거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이유를 든다. 또 하나, 그렇게 군부에 대한 숙청이 이어지고 있는데 시진핑이 만약 군권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면 당연히 후속인사를 해야 하는데 전혀 손도 못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진핑이 군부의 인사를 좌지우지할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와 함께 불과 2년 전만 해도 시진핑의 지방 순시 등에 당연히 군부의 최고 권력자급이 동행을 했는데 그 모습도 사라졌으며, 또한 군부의 주요 행사에 시진핑이 아예 얼굴도 비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시진핑이 군부에서 힘을 잃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렇게 중국 공산당의 군대는 지금 별들이 우수수 쏟아지면서 쑥대밭이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떠한 전쟁도 치를 수도 없고, 시진핑이 말하는 강한 군대 근처에도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시진핑의 군권 상실이라는 말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올해 6월에는 중앙군사위원회 전 부주석 쉬치량이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사망 소식은 5월 말에 이미 온라인에 떠돌았다. 그는 왜 세상을 떠났을까? 이유는 분명 군 내부갈등 때문이지만 일설에서는 군부내에서 시진핑을 돕기 위한 친위쿠데타를 준비하다 역습을 받아 사망했다고 알려진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오는 10월의 4중전회에서 이렇게 엄청난 상처를 입은 군부가 어떻게 회복되느냐의 방향은 시진핑의 권좌가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그저 허수아비 주석으로 근근히 생명을 이어가게 될지 판가름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