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치쿤구니야열 확산…누적 환자 7000명 넘어]
중국에서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급성 감염병인 치쿤구니야열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중국에서 20여년 전 처음 발견된 이 급성 감염병은 최근들어 가장 주목할만한 질병 가운데 하나로 등장했는데, 이번에 이에 대한 여행경보까지 발령되었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6일, “중국 남부 광둥성의 포산을 중심으로 치쿤구니야열(Chikungunya fever)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데, 7월 이후 누적 환자가 이미 7000명을 넘어섰다”면서 “이 지역의 감염이 급증함에 따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달 초 방문객들에게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지는 이어 “치쿤구니야열은 모기가 옮긴 바이러스에 걸려 발생하는 열병으로 치쿤구니야의 증상은 평균적으로 감염된 모기에 물린 후 4~8일 사이에 나타난다”면서 “이러한 증상에는 열, 피로, 메스꺼움이 포함될 수 있지만, 치쿤구니야 감염은 수개월 또는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심한 관절통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타임지는 “치쿤구니야라는 이름 자체는 1952년 이 질병이 처음 확인된 탄자니아 남부의 키마콘데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휘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감염된 사람들이 관련된 통증 때문에 구부정해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면서 “6월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매년 180개국과 지역에서 약 3,530만 명이 이 질병에 감염되지만, 그중 3,700명(전체 감염 건수의 0.01%)만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WHO는 영유아와 노인이 중증 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고 밝혔다”고 짚었다.
6일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광둥성 내 최소 12개 도시에서 치쿤구니야열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 주에만 약 3000건이 추가됐다. 홍콩에서도 광둥성 포산(佛山)을 여행한 12세 소년이 첫 감염 사례로 보고됐다. 가장 감염 사례가 많은 지역이 포산이다.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는 대부분 경증이며 환자의 95%가 7일 이내 퇴원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감염자 확산세에 중국은 방역 수위를 강화했다.
[세계 전역에 이미 널리 퍼져 있는 치쿤구니야열 감염병]
타임지에 따르면 치쿤구니야열 감염병의 경우 인도는 2006년 치쿤구니야 감염 의심 사례가 약 130만 건으로 보고되면서 이 질병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같은 해 스리랑카에서도 치쿤구니야가 발생했고, 이후 싱가포르와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수천 명이 감염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5월 4일 기준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에서 47,500건 이상의 치쿤구니야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작년 발병 이후 섬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전염률"을 보이고 있다 .
이와 관련해 타임지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14년 플로리다, 텍사스, 푸에르토리코, 그리고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첫 지역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다”면서 “2015년에는 치쿤구니야가 ‘국가 신고 대상 질환’이 되었는데, WHO는 2016년 ‘미국에서 치쿤구니야 바이러스의 대규모 발병 위험은 낮은 것으로 간주된다’고 밝혔지만, 토착민 간 전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에서의 발병 상황은 얼마나 심각한가?]
그렇다면 현재 중국에서의 발병 상황은 얼마나 심각할까? 이에 대해 타임지는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중국 치쿤구니야 발병에서 가장 먼저 증상이 나타난 사례는 6월 16일이었으며, 최근 발병 사례는 인구 900만 명인 포산시 순더구에 집중되어 있다”면서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약 2,892건의 치쿤구니야 신규 지역 확진자가 보고되었으며, 이 중 95%가 포산에서 발생했고, 나머지는 광저우, 선전, 둥관, 중산 등 지역 내 다른 도시와 직할시에 분산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타임지는 이어 “8월 4일에는 중국의 준자치구이자 국제 항구 도시인 홍콩에서 첫 번째 수입 사례가 보고되었다”고 짚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도 지난 7월 30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화상회의를 열고 치쿤구니야 방역은 지금이 분수령”이라며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복잡하고 엄중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중국의 확진자 증가폭은 지난 2020년초 코로나 19의 초기 확산 속도보다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매개체 매개 질병 통제 담당 수석 전문가인 류치융은 관영 CGTN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해외 유입 사례가 불가피하게 중국에 유입되었다”면서 “특히 흰줄숲모기를 비롯한 지역 전파 매개체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해외 유입 감염은 지속적인 지역 전파 주기를 촉진하여 감염 지역에서 소규모 집중 발병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번 발병을 촉발한 특정 해외 유입 사례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특히 광둥성 질병통제예방센터 감염병예방통제연구소 강민 소장은 “현재 홍수와 태풍 시즌으로 인해 모기 활동이 증가해 질병 예방 및 통제 노력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발병에 대응하여 COVID-19 대응 전략을 차용해 대규모 검사를 실시하고, 감염된 주민을 격리하고, 동네 전체를 소독하고 있다.
신화통신도 “포산 당국은 수십 개의 병원을 치료 센터로 지정하고 감염자 격리 병상을 7,000개 이상으로 늘렸다”면서 “그러나 중국 남부 전역에서 당국은 더욱 획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데, 모기의 번식지가 될 수 있는 도시의 호수에 유충을 먹는 물고기를 방류하거나, 사람을 무는 대신 치쿤구니야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숲모기를 잡아먹는 ‘코끼리 모기’ 떼를 방류하는 것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 또한 홍콩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광저우 주재 일본 총영사관은 포산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모기 물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야외 활동 시 반바지와 반팔 착용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치쿤구니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치쿤구니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우선적으로 이에 대한 백신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일반에게는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모기향이나 기피제, 모기장 등으로 모기를 퇴치하고 박멸하며 예방하는 방법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이와 관련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에서는 이 질병에 대한 두 가지 백신이 있으며, 고위험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면서 “임산부는 여행을 재고하고 출산 후까지 백신 접종을 미뤄야 한다”고 권장했다.
만약 치쿤구니야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확진자는 음성 판정을 받거나 일주일 입원 기간이 끝날 때까지 병원에 격리되는데, 병상마다 모기장을 설치한 상태로 치료받는다. 앞서 중국의 일부 도시에서 방역 당국이 포산 방문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기처럼 14일 자가 격리를 요구했으나 지금은 해제됐다.
WHO는 치쿤구니야열 유행 지역으로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아프리카·중남미 일부 국가를 지목하며, 반복적인 지역 유행이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세계적인 대유행 가능성을 경고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국 질병관리청도 광둥성,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검역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해 입국자 대상 집중 감시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치쿤구니야열 국내 전파 위험은 낮다. 국내에서는 2013년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71명이 신고됐다. 모두 해외에서 감염돼 유입된 사례였다. 올해는 7월 기준 1건의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질병청은 “여름철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은 감염병 발생 지역 정보를 확인하고 모기 기피제와 밝은색 긴 옷, 모기장 등을 준비해 모기 물림을 예방해야 한다”며 “외출 시에는 3~4시간 간격으로 기피제를 사용하고, 피부 노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은 또한 지역사회와 개인의 전염병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4대 핵심 조치에 협조해 줄 것을 호소했다.
1) 모든 가구에서 모기향을 피우고, 모기장을 설치하고, 방충망을 설치하세요.
2) 고인 물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제거하여 모기 번식원을 제거하세요.
3) 외출 시 밝은 색 긴팔 옷과 긴바지를 입고 모기 기피제를 뿌리세요.
4) 전 국민이 모기 퇴치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세요.
이와 함께 광둥성은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대규모 모기 방역 및 소독 캠페인을 실시하고 건강 인식 제고 캠페인을 강화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여름철 고온과 잦은 강수량이 에데스 모기의 번식지가 되므로, 모기 방역 조치를 소홀히 하지 말고 건강 상태를 예의주시하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치쿤구니야 열병의 유행에 대비해 질병관리청장 주재로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해 위험 평가를 실시했는데, 일단 종합 위험도는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주요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는 국내에 서식하지 않고, 전 지역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의 경우 지난달 채집된 개체 636마리 중에선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감염환자의 해외 유입시 잠재적인 노출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위험 지역을 검역관리 지역으로 추가해 입국자를 대상으로 집중 감시를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중국내에서 치쿤구니야 감염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일단 중국 여행 자체를 자제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중국 방문을 꼭 해야 한다면 치쿤구니야 열병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