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등 당 원로들에게 실망한 장유샤]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실각을 둘러싸고 같이 뭉칠 것으로 보였던 후진타오 등의 당 원로그룹과 군부를 대변하는 장유샤간에 미묘한 틈이 발생하면서 급기야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단계로 급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진핑의 퇴임 시기를 놓고 당 원로그룹들은 이미 시진핑이 힘을 잃은 상황에서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전제로 2027년 당대회까지 연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장유샤의 군부는 올해 가을에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러한 갈등이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고위소식통은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등 원로그룹들이 사실 시진핑 주석의 제거를 결심하게 된 것은 리커창 전 총리가 독살을 당하면서 자신들도 언제든지 같은 운명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시진핑 제거에 찬동하고 나섰지만, 이미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군부는 물론이고 무장경찰 세력까지 완전히 장악한 상황에서 더 이상 그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속도 조절에 나섰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산당 지배체제가 붕괴되어서는 안된다는 절대적 명제가 있고, 동시에 시진핑 교체로 인해 국가적 혼란 상황이 도래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고 짚었다.
고위소식통은 이어 “그래서 당 원로그룹들은 시진핑을 설득해 자진 사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시진핑 주석도 다가오는 2027년의 21차 전국대표대회 임기까지 직책을 수행하고 공식적으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군권 및 무장경찰세력까지 장악한 장유샤의 태도다. 장유샤는 당 원로그룹이 평화로운 정권교체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다보니 시진핑과 타협하려 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에서 4중전회를 열어도 표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다시말해 4중전회에서 시진핑의 강제적 사임 권고가 아닌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내세우면서 적당한 타협안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장유샤만 고립되는 상황이 나온다.
특히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등의 당 원로그룹들은 군출신 인사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극히 꺼려한다. 그래서 장유샤가 군부를 장악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렇다고 군사위원회 주석직은 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장유샤의 심기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차기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으로 당 원로들은 왕양이나 후춘화를 밀고 있지만 군부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이들이 군사위원회 주석직까지 맡게 되면 군부의 개혁은 수포로 돌아가고 군부는 다시 정치권의 손 아래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차라리 홍얼다이(紅二代)이면서 군부출신이기도 한 류위안(劉源)을 총서기로 내세우는 것이 어떤가 하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시진핑 실각 두고 교착상태에 빠진 당원로그룹과 장유샤]
사실 시진핑의 퇴임을 두고 당원로그룹과 장유샤그룹, 좀 더 확장해서 말하자면 홍얼다이 그룹간에 갈등의 골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홍얼다이는 지난 10여년간 시진핑의 압박으로 인해 철저하게 소외된 삶을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을 당연히 가능한 한 빨리 은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그렇다고 이들은 당원로들로 대변되는 공청단파도 믿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예를 들면 정치적 이득에 따라 공청단파도 홍얼다이들을 얼마든지 배제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얼다이들은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 그들만의 세력으로 똘똘 뭉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청단파를 중심으로 한 당 원로그룹과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홍얼다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공청단파가 시진핑의 2027년 가을 퇴임을 전제로 평화로운 정권교체라는 명분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고, 그렇게 되면 자칫 홍얼다이들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원로그룹들을 곱게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시 결집하는 시진핑 세력들, 돈으로 4중전회를 사려 한다?]
이렇게 당원로 그룹과 장유샤 그룹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틈을 타 시진핑 수호세력들도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들이 지금의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4중전회를 장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국인민대표대회 대의원들을 매수해 표결에서 이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 수호세력들은 지금 국영기업과 자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권력을 총동원해 4중전회에서 승리해 시진핑의 임기를 연장해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시진핑 세력이 꺼내든 카드 중 하나가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남동부 닝치(林芝)시 일대 얄룽창포(雅鲁藏布·인도명 브라마푸트라) 강을 따라 다섯 개의 계단식 댐으로 건설되는 이른 바 얄룽창포강댐 프로젝트다. 이 수력 댐은 지금 세계 최대라 말하는 양쯔강 샨샤댐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초 대규모다. 이에 대해 안정성 문제는 물론이고 환경파괴, 그리고 인도와의 외교분쟁까지 우려되지만 중국은 이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이 댐 착공식에 리창 총리가 참석해 테이프를 끊었다. 현재 예상되는 총 사업비는 약 1조2000억위안(약 231조원)이고, 완공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얄룽창포댐 기공식을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밀어붙이는 것은 이를 핑계로 대규모의 정치자금을 만들어 4중전회에 참석하는 중앙위원들을 매수하기 위함이라는 소문들이 베이징에 나돌고 있다. 이렇게 해서 시진핑 임기 단축을 노리는 4중전회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장유샤의 반격, 군사적 행동 이어질 수도...]
상황이 이렇게 장유샤의 홍얼다이, 당원로그룹을 내세운 공청단파, 그리고 시진핑 수호 세력간의 팽팽간 기싸움으로 흘러가자 결국 장유샤 부주석이 뭔가 군사적 결단을 할 수도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특히 시진핑의 임기를 2027년말까지 연장하면서 평화로운 정권교체 추진으로 갈 수도 있다는 당원로들의 방향에 대해 장유샤는 엄청난 분노를 표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중국전문가인 장펑은 25일, 자신의 뉴스채널을 통해 “장유샤의 군부가 결국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베이징은 사실상의 계엄하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장펑은 “장유샤는 중국을 사실상 전시상태와 같은 군부지배 체제 확립을 위해 군사적 행동에 들어갔다”며 “제일 먼저 수도를 지키던 81집단군을 장유샤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북동쪽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장펑은 이에 대해 “지금 당장 81집단군을 시진핑 제거에 나서는 부대로 사용한다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81집단군은 그야말로 혼성부대여서 누가 충성스런 자이고 누가 반역군인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걸러내기 위해 일단 북동쪽 자신의 직속 관할 부대로 이동시키면서 사실상 군부대 재편성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장펑은 그러면서 “장유샤는 북동쪽으로 81집단군을 이동시키면서 동시에 군수산업의 중심지인 선양, 하얼빈, 다칭 등의 완전한 장악과 봉쇄작전도 펼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지역은 한마디로 중국인민해방군의 무기보급기지여서 이 지역을 장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펑은 “장유샤의 이러한 군부대 이동은 군부가 이미 조용한 침묵으로 행동이 시작되었음을 공지하는 것”이라면서 “장유샤는 실질적으로 전시체제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냄으로써 4중전회 자체를 아예 무력화해 시진핑의 퇴진을 이끌어내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체제에는 4중전회같은 회의체도 무력화할 수 있어서다.
장펑은 “현재 남부전구에서는 영국-프랑스 합동함대와 대치중이고, 서부전구에서는 티베트산맥 정상에서 항상 비상대기중인 상태에서 고원의 국경을 봉쇄하고 있다”면서 “북부전구 사령부는 81집단군을 받아들여 전세를 강화했으며, 오랫동안 병력 배치의 센터 역할을 해 오던 중부전구는 완전히 장유샤의 통제하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장펑은 “그럼에도 아직 장유샤의 군사편제에 완전히 편입되지 않은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동부전구”라며 “시진핑의 마지막 군사거점인 동부전구는 이제 장유샤의 군대에 의해 완전히 포위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그 동부전구로 인해 언제든지 중국은 내전과 같은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장유샤도 그동안 군사적 행동을 주저해 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장유샤가 군사적 도전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은 4중전회라는 형식적 절차 때문에 중국의 개혁이라는 자신의 결단이 그동안 무력화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유샤는 지금 ‘피를 흘리지 않는 군사작전’을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 군사적 충돌로 인한 계엄령이 내려지면 모든 정치적 일정은 중단된다. 당장 티베트댐 공사도 당연히 중단될 것이고 이를 통한 자금 살포작업 역시 진행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장유샤는 공산당의 합의 매커니즘을 완전히 봉쇄했다. 과연 이러한 장유샤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침묵속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장유샤가 칼을 빼들었다는 점이다. 누가 승자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어떤 결론이 나건 시진핑의 세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고 아무리 임기를 늘린다 해도 2027년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할 운명에 처해졌다. 과연 시진핑이 2027년말까지 자리를 유지할지, 아니면 올해 가을 주석직을 떠날지 이제 결전은 시작되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