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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리아 아사드의 붕괴; 푸틴에겐 재앙, 중동엔 도미노 파급 가능성 - 푸틴에게 재앙적 타격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붕괴 - 전혀 힘 못쓴 이란과 대리세력들, 재앙의 도미노는 이제 시작 - 관심의 초점, 시리아의 화학무기는 안전한가?
  • 기사등록 2024-12-10 03: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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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게 재앙적 타격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붕괴]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축출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은 집권 25년 만에 가장 큰 지정학적 좌절을 겪었으며, 이로인해 재앙적 피해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아사드 정권의 몰락으로 인해 이란과 연계된 저항의 축 세력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으면서 중동지역에서의 연쇄적 도미노 붕괴 현상이 올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우크라이나라는 늪에 빠진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재앙적 대가를 치렀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전력을 기울이며 시리아를 방치하다가 지중해 진출을 위한 유일한 루트를 잃을 위기에 처한 러시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러시아는 2011년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패망 위기에 몰리자 2015년 무력 개입에 나섰다”면서 “푸틴은 지난 2017년 시리아 내 러시아군 공군기지를 찾아 ‘테러범들이 다시 머리를 든다면 그들이 본 것들과는 다른 전례 없는 폭격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끝까지 그곳에 머물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푸틴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전세를 뒤집은 정부군은 2019년 말에는 반군을 북서부 이들리브 주(州) 일대에 고립시키면서 대세를 굳히는 듯했고, 시리아는 러시아의 글로벌 영향력 부활의 상징이 됐다.


그만큼 러시아의 해외 진출 교두보의 역할도 하면서 러시아의 강한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 국가가 되었던 시리아는 반군의 공격에 11일만에 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번 사태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시리아 아사드의 붕괴는 곧 러시아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주었다고 해석한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일부 영토를 넘보다가 사실 더 엄청난 것을 잃는 소탐대실의 전형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중동 문제 전문가 안톤 마르다소프는 “그곳(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개입이 비용을 초래했다”면서 “그 비용은 시리아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시리아 반군이 전날 수도 다마스쿠스를 함락하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것에 대해 “러시아가 시리아라는 속국을 잃으면서 중동에 영향력을 미치던 요새가 파괴됐다”면서 “더 나아가 러시아의 확장 노선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이 이렇게 러시아의 교두보로서 시리아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시리아 서부 해안 도시 타르투스에 소련 시절인 1971년부터 존재해 온 러시아군 해군기지 때문이다. 이 기지는 러시아가 지중해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막대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러시아군이 사용 중인 시리아 북서부 흐메이밈 공군기지도 리비아와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내 우방국에 군사적 영향력을 투사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 왔다.


사실 러시아가 시리아를 그렇게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정권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왔던 것도 이러한 지정학적 이익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리아에 대한 지정학적 중요성마저 모두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대해 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시리아는 크렘린궁의 우선순위 목록에서 곤두박질쳤다”며 “시리아 내 러시아 기지는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한 사령관들이 보내지는 곳이자 우크라이나의 참호를 피하려는 병사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 전문가는 NYT에 “시리아는 우크라이나 전장과 대비해 러시아 군인들의 휴양지로 변했다”며 “성적이 저조한 장군들에게 시리아에서의 복무는 일종의 도피처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러시아의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몰두하는 사이 러시아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지정학적 교두보로 중요했던 시리아를 잃게 된 것이다. 실제로 절치부심 칼을 갈아온 반군이 지난달 말 제2 도시 알레포를 기습 점령하고 수도 다마스쿠스를 향해 파죽지세의 진격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러시아는 과거와 달리 아무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물론 일부 전투기를 동원해 반군 진영을 향해 폭격을 가하기는 했지만 반군의 진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해 NYT는 “(시리아 수도가 함락된) 일요일, 러시아는 킹메이커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했다”고 적었다. 또한 NYT는 익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려고 시리아에 있던 자국 군용기 다수를 본국으로 돌린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을 수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여파는 당장 타르투스 해군기지에도 미쳤다. 이미 그곳에 있던 러시아 함대들은 항구를 벗어나 대피를 했으며, 공군기지 역시 이미 철수를 단행했다. 이는 러시아에겐 재앙이다. 이젠 더 이상 따뜻한 날씨가 유지되는 항구는 존재하지 않기 떄문이다. 흑해함대의 진출로로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 역시 튀르키예에 의해 폐쇄됐다. 노보로시스크에서 지중해로의 접근로도 차단되었다. 이로써 러시아의 해군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었다.


여기에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작년 무장반란 시도 이후 시리아 작전에서 배제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문제는 시리아에서의 러시아 몰락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유진 루머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러시아가 이번 사태로 중동 및 지중해에서의 유일한 거점을 상실한 데 더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도 약화할 것”이라면서 “중동에서의 가장 오랜 고객조차 잡다한 민병대 무리에게서 지키지 못한다면 러시아를 파트너로 둬서 무슨 좋은 점이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게 되었는데, 이는 작전 측면에서의 좌절에 더해 외교·평판 측면에서도 타격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혀 힘 못쓴 이란과 대리세력들, 재앙의 도미노는 이제 시작]


그동안 중동에서의 강성 반미국가인 이란은 안정된 정권 유지를 위해 중동 전역과 그 너머에 대리세력들을 키워왔다. 실제로 시아파 물라(The Shi’ite mullahs; 이슬람교의 법과 교리에 대해 정통한 사람을 가리켜 쓰는 존칭)는 이스라엘과 서방에 대한 증오심을 무기로 급진적인 수니파 조직인 하마스에 자금을 지원하고 멘토링을 했으며, 예멘의 후티 반군과 이라크의 급진 민병대도 수하 조직으로 적극 육성했다.


그리고 시아파 물라들은 자신들을 호위하는 최고의 병사집단으로 레바논에 헤즈볼라 세력을 육성했다. 이들은 심지어 레바논의 공식 정당으로 세워졌고 실제로 레바논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으로까지 자리잡았다. 이들을 바로 이스라엘을 정조준하는 집단으로 만들어 이스라엘이 이란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란은 또한 이러한 소위 저항의 축 세력들간의 연계 고리 역할을 시리아에게 맡겼다. 시리아는 한마디로 이란과 연계된 저항의 축 세력들의 주요 무기 전달 통로였고 또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중요한 지리적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은 이러한 이란의 전체 구도를 완전히 뒤흔드는 계기가 되었다. 하마스는 이로인해 사실상 초토화되었고, 헤즈볼라 역시 지휘부의 몰락과 함께 이스라엘과 정면 대결도 가능하다는 군사력은 완전 붕괴되었다. 거기에다 핵심 축인 이란 역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까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란은 이제 그동안 주변을 보호해주던 저항의 축 세력들이 사라짐으로 인해 완전히 발가벗겨진 상태로 외부의 적들과 대항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국내의 저항 역시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불안한 상황은 이란내 정변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시말해 지금의 이슬람 독재정권에서 다시 공화정으로 되돌아가는 대변혁이 이란 내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란의 미래에 엄청난 횃불을 던지는 존재가 바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마디로 이란을 조 바이든 대통령처럼 ‘오냐오냐’하면서 달래기는 외교는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란의 핵무기 제조 시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며, 당연히 이란의 정권 교체도 추진할 것이다. 이것이 중동의 대변혁의 마무리가 될 것이란 의미다.


[관심의 초점, 시리아의 화학무기는 안전한가?]


이런 가운데 시리아에 존재하는 화학무기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9일,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아사드 정권의 급속한 붕괴 이후 시리아의 화학무기 비축량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당 지역의 ‘최상위’ 우선순위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은 아사드의 독재가 붕괴된 이후 시리아의 화학무기가 잘못된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이어 “미국이 파악한 바로는 시리아의 화학무기들은 아직까지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이 화학무기들을 확보하거나 파괴하기 위해 미군을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사실 아사드 정권은 지난 13년간의 내전 동안 반군과 시리아 민간인을 상대로 여러차례 화학무기들을 사용해 왔었다. 그래서 아사드 대통령을 ‘침묵의 살인자’로 불렀던 것이다.


뉴스위크는 “최근 반군이 아사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번개처럼 빠르게 진격하는 동안 미국 정보 기관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저장 시설을 주의 깊게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아사드 대통령이 자국에 망명을 신청했다”면서 “시리아의 상황을 '극도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그 이상 추가할 사항이 없다고 말했고, 푸틴 대통령 역시 최근 몇주간 시리아와 관련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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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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