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 정권 붕괴로 모습 드러낸 악명높은 ‘인간도살장’]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이 붕괴되면서 그동안 하도 악명이 높아서 ‘인간 도살장’으로 불리던 지하감옥이 전면 공개됐다. 우선적으로 이곳에 수감된 사람들은 대부분 석방되었는데, 이곳에서 아사드가 행한 악행이 일일이 공개된다면 그 파문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중국이 아사드 정권에 올인하는 외교를 펼쳤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진핑의 위상에도 큰 손상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시리아인들이 수천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해 악명 높은 감옥을 수색하고 있다”면서 “아사드의 몰락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시리아의 공포스러운 보안 기관의 미로 속으로 사라진 수만 명의 시리아인 가족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도 이날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세드나야에 있는 군사감옥을 해방시키면서 끔찍한 학대를 받았던 10만명 이상되는 수감자의 운명을 알아내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이 악명 높은 감옥에는 숨겨진 지하 감방이 있었으며 철제 프레스를 사용하여 수천명의 민간인을 구금하고 고문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 감옥의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지하 깊숙한 곳에 미로로 만들어진 입구로 진입하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어 그곳에 수감된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미 드러난 감옥의 구조만 보더라도 왜 이곳을 ‘인간도살장’으로 불렀는지 알 수 있었는데, 그 흔적만으로도 아사드 정권이 벌인 다양한 일들, 곧 대대적인 집단 교수형, 고문, 성적 학대의 공포스런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이 비참한 감옥을 촬영한 영상에서는 뼈를 부러뜨리고 죄수를 처형하는 데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철제 프레스가 나오고, 알려지지 않은 고문 방법에 사용된 끝없는 붉은 밧줄이 바닥에 버려진 채 발견되었다”면서 “작은 금속 해치를 통해 촬영된 또 다른 영상은 감옥의 어둡고 텅 빈 방 중 한 곳 안에서 금속 침대에 족쇄를 찬 쇠약해진 수감자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또한 “또다른 수감자들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감방의 금속 막대 사이로 팔다리를 밀어넣으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는데, 그들은 절실하게 풀려나고 싶어했다”면서 “지하 감옥에 수감된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CCTV를 통해 확인된 바로는 지하 30m나되는 깊은 곳에 갇혀 있는 이들도 있었고, 무거운 철제 문 뒤에 투옥되어 있는 이들도 발견되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는 “구조대원들은 아사드 정권 시절 이 교도소에 근무했던 직원들에게 철문을 열 수 있는 비밀번호 등을 공유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면서 “시리아 수도에서 북쪽으로 약 32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비밀 보안 감옥은 아사드의 공포정치의 중심지로 정권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라고 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교도소는 크게 두 개의 건물로 나뉘는데 빨간 색 건물은 주로 민간인을 수감하는 곳이고, 흰색 건물은 시리아 군대의 장교와 군인을 수감하는 곳이다.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이곳에 절정기에는 2만여명이 갇혀 있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곳외에도 다양한 죄목으로 수감된 시리아내 구금자들은 반군의 공세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13만 6천여명이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감옥 가운데서도 가장 악명 높은 곳이 바로 세드나야 감옥이다. 이 곳은 아사드가 정권을 잡으면서 실질적으로 가장 악명높은 죽음의 수용소가 되었다. 이곳에서는 아사드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끌려온 수감자 수천명을 대상으로 고문과 성폭행, 집단 처형이 공공연하게 이뤄졌으며 끌려간 이들은 대부분 생사도 모르는 채 그대로 연락이 끊기기 십상이었다.
이와 관련해 인권 단체인 ADMSP의 2022년 보고서는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세드나야 감옥에서는 3만명이 넘게 처형되거나 고문, 열악한 의료 시설, 굶주림의 결과로 목숨을 잃었다”면서 “2018년부터 2021년 동안에도 수감자 최소 500명이 추가로 처형됐다”고 주장했다.
ADMSP는 세드나야 감옥이 사실상 '죽음의 캠프'가 됐다고 전했으며,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017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곳을 '인간 도살장'으로 묘사했다. 앰네스티는 이 보고서에서 “세드나야 감옥에서의 처형이 재판도 없이 아사드 정권 최고위층의 승인을 받고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BBC는 “수십 년째 아버지와 아들에 이어 독재를 이어오고 있던 아사드 정권을 향한 시리아 국민들의 깊은 혐오감의 배경에는 이러한 고문과 죽음, 굴욕으로 점철된 폭압의 메커니즘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짚었다.
BBC는 이어 “이러한 이유로 이번에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놀라운 속도로 진격하며 아사드 정권을 몰아낸 반군은 점령하는 도시마다 즉시 감옥에 갇힌 수감자들부터 석방하면서 지지를 모았다”면서 “수십년간 어둠 속에 움츠려있던 이 수감자들이 밝은 빛으로 나오는 장면은 '아사드 왕조'의 몰락을 상징하는 결정적인 이미지가 되었다”고 전했다.
[아사드 정권에 올인했던 중국, 곤혹스런 시진핑]
이렇게 아사드 정권의 잔혹성이 드러나는 가운데 아사드에 올인했던 중국 외교가 도마에 올랐다. 미국의소리(VOA)는 10일,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축출된 후 중국의 SNS인 웨이보에서 시진핑 외교가 비아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아사드가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시진핑은 시리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바 있으며, 이를 통해 시리아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는데, 이러한 부분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VOA는 “아사드 정권의 붕괴 소식은 웨이보에서 2억 1천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4만 2천건이 넘는 댓글들이 달렸다”고 밝혔다. VOA는 이어 “중국 방문 당시 아사드 대통령은 밑창이 다 헐은 낡은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이러한 낡은 신발 하나가 아사드가 ‘폭군’이라는 이미지를 벗기는데 한몫했다”면서 “그런데 아사드가 러시아로 도주한 이후 대통령궁에는 수많은 명품 자동차들이 즐비했는데, 이는 무엇을 말해 주는가”라고 지적했다.
VOA에 따르면 중국의 언론들은 시리아에서 반군이 진격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아사드 정권은 결코 붕괴하지 않을 것이며, 정권 수호에 러시아가 크게 지원해 줄 것으로 믿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사드가 결국 러시아로 도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의 언론들까지 도매금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로 중국 국영 CCTV는 지난 4일, “시리아 반군이 활동을 시작했지만 시리아는 이란과 러시아가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전복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러한 내용이 다 뒤집어졌다. 사실 중국의 관영언론 보도가 중국 외교의 기본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언론의 오보는 결국 중국 외교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와 관련해 자유의소리(RFA)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중국의 외교와 선전에 이중적 좌절을 안겨주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중동평화안보센터의 연구원인 지네브 리부아는 RFA에 “중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주로 이란에 의존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제 아사드가 사라지고 이란이 중동에서 영향력이 급격하게 쇠퇴하면서 그동안 중국이 중동외교에 쌓아왔던 공든 탑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네브 리부아는 이어 “중국은 과거 시리아 반군의 존재에 대해 미미하게 여겨왔으며 반군의 역량을 강하게 평가하는 것은 나토의 음모라고 주장해 왔는데 지금은 이제 입이 두 개라도 할말이 없게 됐다”면서 “중국은 그동안 이란산 석유를 구매해 아사드 정권을 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는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망명 언론인은 덩위웬도 VOA에 “그동안 중국이 아사드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러한 점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노력을 방해하게 될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시진핑 주석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일대일로도 포함된다”고 내다봤다.
덩위웬은 이어 “눈여겨볼 점은 시리아 내전 발발 이전에 중국의 국영에너지그룹인 페트로차이나(PetroChina), 시노펙(Sinopec), 시노켐 그룹(Sinochem Group)이 총 30억 달러를 시리아에 투자했다는 점”이라면서 “2018년 시리아 내전이 중단된 후 중국은 실크로드 재건을 시도하며 시리아에 대해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고, 그중 일부는 이미 집행되었다”고 설명했다.
덩위웬은 “문제는 아사드 정권이 몰락하면서 중국의 투자 약속은 지켜지기 어렵게 되었는데, 단지 시리아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중국내 경제 침체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덩위웬은 그러면서 “또 하나의 변수는 시리아 반군 가운데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에서 종교 박해 때문에 도망친 수천명의 인사들이 시리아 반군에 합류해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들이 반군의 대 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아주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덩위웬은 “중국의 중동정책 핵심이었던 이란의 쇠퇴는 중동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중국의 중동전략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결국 아사드의 몰락은 우선적으로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하마스가 잘못된 도박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러한 흐름에 뒤에서 동조한 중국 역시 외교적 대실책을 기록하게 되었다. 특히 아사드 정권의 몰락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의 외교적 미숙함은 앞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