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용병 쓴 러시아, 내년에 경제 붕괴 가능성]
레드라인을 넘어 선 북러의 밀착이 오히려 러시아 경제를 최악으로 몰아넣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또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중국도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단순한 군사력 이전으로만 끝날 사안이 아니고 러시아와 나토가 정면 충돌하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어서다.
영국의 가디언은 21일 사설을 통해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약 100만명 정도가 사망하거나 부상당했다”면서 “러시아의 사상자는 9월 들어 하루 1200명 이상을 넘어갈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는데, 일부 추산에 따르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난 10년간 전쟁을 했을 당시의 사망한 소련군보다 무려 7배나 많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어 “이런 가운데 한국 국가정보원에서 북한이 특수 부대를 우크라이나전에 파병하고 있다는 충격적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북러 밀착이 통상적 수준을 넘어섰다는 증거이며 결국은 러시아군의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북한군이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러시아는 출산 장려 정책에도 출산율 저하를 막지 못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전쟁 후유증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러시아를 떠나 당장 심각한 인력 부족에 처해 있다”면서 “이에 따라 이미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거 유입시켜 부족분을 메우고 있지만, 지난 3월 크로커스 시청 테러사건 이후 당국이 인종차별적 단속을 시작하면서 이마저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일부 불법 이민자들이 돈이나 시민권 획득을 미끼로 러시아군 입대를 회유받을 수 있으며, 다른 일부는 속거나 강제적으로 군에 끌려갈 수 있다”면서 “특히 인도와 네팔의 노동자들이 우크라이나전의 최전선에 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이런 차원에서 북한군도 용병으로 전쟁에 투입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북한을 포함한 최빈국 용병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용병 고용이 러시아 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미 유엔 제재 등 국제적 고립 상태에 있는 북한군을 끌어들임으로써 러시아도 북한과 유사한 고립 경제로 흘러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경제지 포천(FORTUNE)은 21일, “러시아 경제 붕괴를 앞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에 기대고 있다”며 “북한군 파병 소식은 러시아가 겪고 있는 심각한 인력난을 대변한다”고 보도했다.
포천은 “서방의 대규모 제재에 더해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한 수십만명의 사상 및 젊은 엘리트 노동력의 도피로 극심한 인력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러시아가 본격적인 경제 붕괴를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천은 이어 “러시아의 주된 수입원인 석유 및 무기 수출이 원천 봉쇄된 와중에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막대한 군사비 지출이 이어지며 붕괴 수준의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스웨덴 웁살라대 스테판 헤드룬트 교수는 “러시아가 일부 수출을 유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지속되는 제재에 러시아의 생산업자들의 핵심 중간재 접근이 원천 차단될 것”이라며 “고립의 장기화는 북한 경제와 유사한 상황으로 러시아를 내몰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곤혹스러운 중국, ‘전략적 인내’ 시험대 올랐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중국은 그야말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북한이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하고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를 추진함에 따라 중국의 '전략적 인내'가 시험대에 올랐다”면서 “중국이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우선 평양(북한)이 서울(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킴에 따라 미국 대선을 눈앞에 두고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최근 2주 사이에 북한은 헌법을 개정해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정하고 남북 간 연결도로를 폭파했으며, 드론 침공 혐의로 한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짚었다.
SCMP는 이어 “여기에다 북한이 러시아에 1만2천명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 파견을 결정했다는 한국 정보당국의 분석까지 나올 정도로 북러 간 군사적 밀착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군사전문가인 상하이 정법대 니러슝 교수는 SCMP에 “평양의 거듭된 도발로 중국이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며 “특히 북한이 한국, 미국에 맞서 러시아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니러슝 교수는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북한에 영향력이 있지만 최근 북한은 러시아와 매우 가까워져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니러슝 교수가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중국과 북한 간 불신도 상당한 작용을 했지만,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북러 밀착이 중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동북아 정세가 ‘조용한 현상 유지’ 수준을 넘어서면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을 하는 순간부터 그 문제는 단순하게 북러간의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와 나토간의 문제요,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중국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더욱 더 우려하는 것은 일단 북러 밀착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지만 서방진영은 단순한 북러밀착을 넘어 당연히 북중러를 한 묶음으로 보면서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이는 당장 중국의 경제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중국으로서는 심각한 우려 사항이다.
그래서 중국 외교부는 최근 북한이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하고 한국을 철저한 적국으로 규정한 개헌 등을 한 데 대해 “한반도 안정을 위해 당사국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안정과 '현상 유지'가 중요함을 다시한 번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니러슝 교수는 “국내 경제 문제가 중요한 중국은 곤경에 처하고 싶지 않은 데다 친구들(우방국)들이 곤경에 처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며 “중국은 이 삼각관계(북·중·러)가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기보다는 물밑에서 사적으로 (북한, 러시아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방 전문가들도 북한의 잇단 도발로 중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지만, 중국이 적극적으로 분쟁 해결에 뛰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견해들를 밝히고 있다.
워싱턴 소재 스팀슨센터 윤선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SCMP에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전략적 인내 정책을 갖고 있다”며 “강대국들(미국과 중국)은 모두 상대방이 위기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중국이 얼마나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는지는 지금 중국이 보여주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더더욱 오는 2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면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떤 형태로든 이번 사태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미묘하다보니 중국의 선전매체들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약속이라도 한듯 입을 다물고 있다. 단지 중국중앙방송(CC-TV)만 지난 18일 서울발로 국가정보원 발표를 인용해 단신 보도만 했을 뿐이다. 그러나 신화사, 인민일보 등 이외 매체들은 21일이 지나도록 침묵하고 있다.. 이는 남북한 특이 동향에 대해 세세하게 보도해 왔던 그간의 자세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보도 태도는 한마디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중국 정부가 아직까지 가부간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특히 시진핑과 푸틴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서 섣불리 어떠한 방향으로든 보도 태도를 정할 수 없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사이에 중국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북한군 파병 소식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SNS) 웨이보(微博)에서 관련 검색어를 해시태그로 단 게시물들의 조회수는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웨이보의 글들이 대중 언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 북한 1만2000명 파병 러시아 원조 보도’의 경우 조회수가 4000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그렇다고 중국 당국이 이러한 글들의 유통에 대해 손을 대지도 않고 있다. 그들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아직 상부로부터 어떠한 지침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콩의 명보는 이 문제를 크게 다뤘다. 명보는 '한반도 정세 다시 긴장, 외부 세력은 불에 기름 붓지 말아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중국의 입장을 강조하며 “(북한군 파병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미·러간 대결은 불가피하다”면서 “현재 유일하게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이 앞장서서 화해를 권유하고 협상을 촉구하는 외교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보는 그러면서 “오는 22일 러시아 카잔에서 개막하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중·러 정상회담을 주목한다”면서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진핑, 푸틴 만나봐야 외교적 해결 못할 것]
그러나 우리 신문의 견해는 좀 다르다. 우선 시진핑이 푸틴과의 회동에서 이번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시진핑이 그동안 보여온 행각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기 힘들 것이다. 해결책이란 당장 북한군을 다시 원대 복귀시키는 것인데 그게 가능하기나 하겠는가? 그렇다고 시진핑이 문제 해결의 외교적 해법을 제시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스크바에서의 양 정상 만남도 그저 웃고 악수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그만큼 시진핑의 외교적 해결 능력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북한에겐 재앙될 것]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은 러시아군이 꺼리는 격전지에 배치될 것이며 당연히 ‘총알받이’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한군의 탈영도 많아질 것이다. 북한군이 아무리 정예부대라 할지라도 자신들이 북한 땅도 아닌 러시아를 위한 전쟁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단독으로 대대를 편성하고, 러시아 또는 북한군이 공동으로 지휘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북한군을 격전지에 배치시킬 것이며 그곳에서 북한군의 희생이 늘어나게 되면 북한군들 역시 혼란에 빠지면서 탈영도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군 일부가 사망하는 일들이 벌어지게 되면 북한군 내부는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혼란을 과연 북한군 지도부가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국과 나토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나토 모두 “아직 북한군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확인된다면 곧바로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은 단순한 전투병력 투입이라는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국제외교 방정식에 속한다. 아마 푸틴이나 김정은은 이렇게 복잡 미묘한 세계 정세가 펼쳐질 것이라곤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