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최고지도자 신와르 제거” 공식 발표]
이스라엘이 17일 오후 8시(현지시간) 하마스 수장인 야히아 신와르가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인 신와르의 사망은 레바논 시아파 무정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폭사에 이은 것으로, 이란 중심의 반 미국·반 이스라엘 무장 동맹인 ‘저항의 축’ 수뇌부가 사실상 와해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이를 계기로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의 방향을 아예 이란 정권의 전복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스라엘 현지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목요일(17일) 밤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하마스 테러조직 지도자인 신와르를 총격전 끝에 사살했다고 밝혔다”면서 “그는 직접적인 표적은 아니었지만 이스라엘군이 17일 오전 현장조사를 하고 나서야 당시 공격으로 사망한 이가 신와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TOI는 이어 “해당 시신이 신와르라는 것은 DNA 및 기타 검사를 통해 확인되었으며 그의 시신은 17일 늦게 별도의 장소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TOI는 “지난 며칠 동안 이스라엘군 162사단과 가자사단은 정보를 통해 하마스 고위 간부가 특정 지역에 숨어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으며, 이에 따라 작전을 수행했는데 그 고위 간부가 신와르라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당일 신와르 뿐만 아니라 다른 고위 간부 두 명도 함께 제거되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CNN은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지하터널에서 은신중이던 신와르가 더 안전한 시설로 도망치던 중 이스라엘 작전으로 숨졌다”면서 “이스라엘과 미국 정보부는 그동안 계속 신와르를 추적했으며 이스라엘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신와르는 결국 지하터널에서 빠져 나왔고 급기야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제거되었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것은 신와르를 잡은 부대가 숙련도가 떨어지는 이스라엘 훈련부대였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이 라파지역에서 통상적으로 순찰하던 중 하마스 대원과 마주쳤고, 지원 요청을 받은 이스라엘 전차들이 하마스 대원들이 숨어 있던 건물에 포격을 가했는데 이 와중에 신와르도 제거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신와르의 사망 직전 모습이 담긴 무보정 영상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이 18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48초 길이의 영상을 보면, 드론이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의 2층 창문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흙먼지가 가득한 실내를 비췄고, 한쪽에 놓인 안락 의자에는 머리와 얼굴을 천으로 가린 신와르가 앉아 있었다. 그는 드론을 발견하자 잠시 노려보다 앉은 자세로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를 드론 쪽으로 던졌다. 드론은 이를 피했다가 다시 신와르를 찍으며 끝났다.
이와 관련해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신와르가 도주 과정에서 고통을 겪으며 죽었다”면서 “그 자는 사령관이 아니라 오직 자신을 챙기다 죽었고 이는 우리의 적들에게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마스 무장대원들을 향해 “이제 나와서 인질들을 풀어주고 손들어 항복할 때”라고 경고했다.
[저항의 축 수뇌부 속속 제거, 지도부 와해 상태]
신와르가 이렇게 허무하게 제거되면서 헤즈볼라와 하마스 양대 정치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됐다. 특히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설계하고 주도해 가자지구 전쟁을 촉발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1순위 제거 표적이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하마스 뿐만 아니라 이들에 동조해 이스라엘을 공격해 오던 헤즈볼라의 수뇌부들을 계속 제거해 왔다. 지난 1월에는 베이루트 교외 공습으로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이며 하마스 서열 3위인 살레흐 아루리를 제거했고, 3월에는 가자지구 중부를 공습해 하마스 군사조직 부사량관인 마르완 이사를 살해했다.
그리고 7월에는 하마스의 군사조직 지도자이며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주도했던 무함마드 데이프를 가자지구 칸 유니스 인근에서 사살했다.
또한 신와르 이전에 하마스 최고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도 지난 7월 31일, 이란 대통령 취임식 축하차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폭사했다. 이 사건은 특히 이란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여겨지던 혁명수비대 귀빈용 숙소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헤즈볼라의 수뇌부로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이자 작전계획 고문인 푸아드 슈크르가 지난 7월 말 베이루트에서 사망했으며, 지난 9월 27일에는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표적 공습으로 제거됐다. 당시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에 대한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핵심 수뇌부들 20여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나스랄라의 후임으로 선출되었던 하심 사피에딘도 지난 3일 공습으로 제거되었다. 급기야 하마스의 수장 신와르까지 이스라엘의 집요한 공격으로 제거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저항의 축’ 수뇌부는 사실상 빈사상태가 되었다.
[美 백악관, “사망한 신와르는 테러리스트”]
신와르가 제거된 것에 대해 미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신와르는 홀로코스트 이래 최악의 유대인 학살에 책임이 있는 테러리스트”라면서 “그의 손에는 이스라엘인, 미국인, 팔레스타인인의 피가 많이 묻어 있으며, 그가 사망함으로써 세계는 더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하마스는 이제 10월 7일과 같은 또다른 테러를 감행할 능력이 없다”고 평가한 뒤 “오늘은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 좋은 날”이라 반겼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가자지구에서 마침내 전쟁을 끝낼 기회가 다가왔다”면서 “이스라엘이 안전해지고 인질은 석방되며 가자지구에서의 고통이 끝나고 팔레스타인 주민이 존엄성, 안전, 자유, 자결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쟁은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전쟁에서 극적인 전환점이 된 신와르 제거]
분명한 것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를 자행했던 주모자인 신와르가 제거되었다는 것은 지난 1년여간 이어져온 이스라엘 전쟁에서 극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하마스의 수장이었던 이스마엘 하니예에 이어 신와르까지 살해되면서 하마스를 제거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의지를 확고하게 드러내는 상징적 성과라 할 수 있어서다.
일단 이스라엘의 제거대상 1호였던 신와르가 사라지면서 가자에서 철수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었던 이스라엘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출구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신와르가 제거됨으로써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투중인 레바논 등 다른 전쟁도 끝낼 준비를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된 만큼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이젠 이스라엘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중동 정세도 격변을 일으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 전 위워장인 조라 엘란트는 이스라엘 채널 12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신와르의 죽음을 이용해 두 전선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 소재 중동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칼레드 엘간디는 “네타냐후가 갈등을 종식시킬 의지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군대가 최근 몇 주동안 가자 북부에서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것은 이러한 네타냐후의 결단은 결국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이 어떤 방식으로, 또 어떤 규모로 치러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 목표 “이란의 정권 전복”]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 목표가 이란 정권의 전복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18일, “네타냐후는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의 목표를 이란 지도자들의 입지와 이란내 대규모 시위를 진압했던 혁명 수비대와 바시즈 준군사조직을 약화시키는데 두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더타임스는 이어 “이스라엘은 이란이 발사했던 200발의 미사일에 대한 보복 공격을 미국과 협의해 왔으며, 이란의 이슬람 혁명 수비대와 준군사조직을 와해시키는 방향으로 표적을 잡았다”면서 “이를 통해 이란의 정권교체를 촉진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더타임스는 “이미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을 향한 연설에서 그 의중을 드러낸 바 있다”면서 “네타냐후는 직접 이란 국민들을 향해 ‘이란이 마침내 자유로워지는 그 순간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올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 선언한 바 있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또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을 통해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 준군사조직을 약화시키는 데 이번 보복 공격의 주목적이 있다”면서 “ 이 두 조직은 이슬람 정권의 두 기둥으로 이란내 대규모 시위를 진압하는 역할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현실주의자인 네타냐후는 이란에 대한 한두번의 공격으로 이란내 대중 봉기를 조장해 정권을 전복시킨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이스라엘내 강경파들은 이란의 핵심세력들을 약화시킴으로 인해 중동내 힘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란의 대리세력인 헤즈볼라와 하마스가 완전히 와해되었다는 것이 이란의 홀로서기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이란 내부를 흔들기에 가장 적합한 때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은 이란의 군 시설들에 집중함으로써 이슬람 독재세력의 막강한 배경을 무너뜨리는데 주목적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중동 정세는 태풍 전야와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