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보복 미사일 180발. “또 다른 전략적 실수”]
헤즈볼라를 향한 대대적인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180여발을 쏘아댔지만 정작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상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체면치레성’인데다 이스라엘에 별다른 피해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의 서투른 보복이 되려 이스라엘의 공격성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3일, “이란의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 공격은 또 다른 전략적 실수였다”면서 “억지력을 목표로 한 메시지가 오히려 이스라엘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돌이켜보면 이란은 지난 4월 이스라엘을 향해 300여 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지만 거의 모든 미사일이 격추되거나 실패하는 중대한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지난 1일의 공습은 그 수는 적지만 위력은 더 강력해 보이기는 하나 또다른 실수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란 지도자들은 지난 4월 이스라엘이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후 이슬람혁명수비대 고위 장교들이 사망하자 잃어버린 억지력을 회복하기를 원하면서 보복을 했지만 그러한 테헤란의 대응은 그저 무력을 과시하려는 목적만 있었을 뿐, 이스라엘에게는 정작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헤즈볼라 수장의 사망으로 인해 제기된 이란의 이번 보복은 사실상 이란이 반격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 최악의 대응이었다”고 짚었다.
이러한 이란의 공격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이란은 오늘 밤 큰 실수를 저질렀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이란 정권은 우리 자신을 방어하려는 우리의 결심과 적을 보복하려는 우리의 결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 보복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드러난 대로 이스라엘은 전면전이 아닌 또다른 보복의 형태로 이란을 공격할 것임이 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이스라엘이 지난 4월의 보복보다 더 큰 규모로,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공격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오산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스라엘군은 이제 이란 정권에 더욱 심각한 딜레마를 강요할 수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더 강력한 미사일 공격을 통해 4월의 공격보다 더 많은 자산을 파괴하고 훨씬 더 공개적으로 드러나도록 할 것”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스라엘의 재보복을 받은 이란이 선택할 카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보복을 받은 이란이 피해 상황을 지난 4월같이 대충 덮고 넘어갈 수 있을 만큼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도록 압도적 공격을 가한다면 이란도 또다시 대응을 해야 하는데, 그때는 그야말로 전면전 형식의 보복밖에 남은 카드가 없게 된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개입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란은 정권의 전복까지 각오해야 하는 도박을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이란의 딜레마다. 이란이 이번에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 공격을 한 직후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은 자위권 행사”라면서 “추가보복 없으면 끝낸다 ”고 서둘러 발표한 것도 더 이상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봐야 한다. 이렇게 이란은 제발 더 이상 싸우지 말자고 종용하는 셈인데 이스라엘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으니 문제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강경론, “이란 핵도 하메네이도 제거”]
재반격의 명분을 제공한 이란에게 이스라엘은 과연 어떻게 보복하려 할까? 눈여겨볼 것은 이스라엘 내의 들끓는 여론이다. 이스라엘 내의 강경파들은 이번 기회에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거나 신정(神政) 정권을 크게 약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을 늘 위협하던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고, 전체 GDP의 20%를 차지하는 원유생산ㆍ정유 시설을 파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미국이 이미 지난 7월, “이란은 1~2주만 가동하면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 능력을 갖췄다”고 밝힌 바 있어 핵시설에 대한 공격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다만 미국이 반대하는 것이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바이든의 요구는 그리 힘이 없다보니 네타냐후 총리가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강력한 응징 보복이 가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난 4월의 보복 공격 당시 이스라엘은 핵시설이 있는 이란 이스파한 주의 나탄즈 주변 공항의 방공(防空)시스템 S-300 포대를 파괴하는 데서 그쳤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이란에 대한 경고성 공격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도 미국이 핵시설 공격은 강력하게 반대해서 인근에 대한 공격 정도로 수준을 낮췄는데 이번에는 곧바로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사실상 피해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공격을 한다해도 지난 4월 당시같이 이란의 뜻을 받들어줄 헤즈볼라가 완전히 초토화된 상황에서 이란과 다른 ‘저항의 축’ 세력들과 2~3개의 전선을 펼칠 가능성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한결 부담없이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있다. 결국 이란을 ‘얼마나 세게’ 치느냐의 선택만 남아 있을 뿐이다.
특히 헤즈볼라의 무기고가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으로 최소 절반 이상이 파괴되었다는 점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은 지난 2주 간의 레바논 공격으로, 헤즈볼라가 이란에게서 받아 비축한 미사일과 로켓 12만~20만 기 중 절반가량을 파괴했다”면서 “헤즈볼라는 수뇌부가 제거되고 지휘 라인이 붕괴된 탓에, 나머지 미사일과 로켓을 이스라엘에 전혀 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니 “이란의 정권 교체나 근본적인 약화를 노리기에는 지금이 최적이라는 것이 이스라엘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이란 향한 보복 시기는 4일 저녁 이후]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대응은 언제쯤 시행될까? 이스라엘 현지매체인 예루살렘 포스트는 1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한 고위 관리의 말을 빌어 “유대교의 신년 축제인 나팔절(로슈 하샤나)이 끝나는 4일 저녁 이후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어 “반격은 전략적이고 신속해야 한다”며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이란 신정 정치의 지도부 제거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악시오스(AXIOS)도 “중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이란 지도부에 대한 표적 암살과 핵시설에 대한 공습도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내에서 이렇게 하메네이에 대한 표적 암살설까지 나도는 이유는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의 배후에 있을 뿐 아니라, 바로 그를 핵심으로 중동 지역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에 대해 “이스라엘 보복은 하메네이 제거와 핵 시설ㆍ미사일 제작 능력 파괴, 석유ㆍ가스ㆍ통신ㆍ금융 시설 등 이란 경제 인프라 파괴라는 3가지 중요한 목적을 지녀야 하며, 이란 정권의 약화를 우선적으로 겨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영문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의 설립자 데이비드 호로비츠도 2일자 칼럼에서 “반격은 이란 정권의 붕괴를 촉진해야 한다”면서 “헤즈볼라의 능력이 급격히 쇠퇴한 지금,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이념ㆍ영토적 야욕이 강하고 죽음을 숭배하는 이란 정권의 붕괴를 가속화해야 한다. 만약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에서 보인 약점의 증거라면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이란의 핵시설은 지하 깊숙이 위치해, 미국의 지원 없이 완전히 파괴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이번 보복은 분명히 이란 전체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의 전(前) 이란 전략 책임자였던 요엘 구잔스키는 “이스라엘의 보복은 이란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레이더 기지 하나 파괴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며 “지금은 4월과는 얘기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은 이미 방향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를 눈치챈 하메네이는 외부와 연락을 끊은 체 완전 잠행 모드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도저히 안심할 수 없는 것이 하메네이의 신변이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은 지난 1일, CNN 튀르키예어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활동하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요원들을 색출하는 이란 정보기관의 부서장이 모사드 첩자였다”면서 “모사드 활동 감시 부서에서 이 책임자 외에도, 모사드의 이란 내 활동을 색출해야 하는 이란 정보 요원 20명이 오히려 이스라엘 첩자인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니 이란 내에 어느 누구도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실제로 하산 루하니 전 이란 대통령의 고문으로 활동했던 전 이란 장관도 2022년 런던 소재의 이란어 뉴스 웹사이트 ‘마노토’ 인터뷰에서 “테헤란에 사는 고위 관리들은 모사드에게 생명을 잃지 않을까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히메네이가 급히 안전한 장소로 피신한 것도 이러한 이스라엘의 첩보망이 어디까지 들어와 있는지 알 수 없어서다.
이렇게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이란 내의 분위기는 뒤숭숭하고 심지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지금 중동은 폭풍 전야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