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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경제 폭망 위기의 이란, 사면초가에 빠진 헤즈볼라 - 이 폭격에 레바논 초토화,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적” -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1차 타겟 삼은 이스라엘 - 이스라엘 공격 목표 1순위는 카르그섬 터미널 정유시설
  • 기사등록 2024-10-05 04:44:50
  • 수정 2024-10-05 07: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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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격에 레바논 초토화,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적”]


이스라엘의 전례 없는 융단 폭격으로 레바논 전역이 광범위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레바논 내에서는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주적이라면서 증오감마저 표시하는 이들이 늘어날 정도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졌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을 앞둔 이란 내에서는 위기감이 팰배하다. 이스라엘의 공격 목표가 석유 및 에너지 관련 시설들이 1차 목표인데다 핵시설까지 파괴된다면 이란 경제는 완전히 초토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위성 레이더 분석 결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0일 이후 레바논에서 모두 3천100여개 건물이 폭격으로 부서지거나 훼손됐다”면서 “레바논 당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현재까지 최소 1천336명이 사망하고 100만명 이상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추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이미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2차 레바논 전쟁 당시를 넘어 최근 30년 동안 최악의 인명 피해로 기록된 상황으로, 지난 2주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타격한 목표물은 모두 4천600개이며, 하루에 1천개 이상 목표를 노린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FT는 “현재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은 2017년 이슬람국가(IS) 소탕에 나섰던 미군의 고강도 공습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당시 미국은 하루 최대 500개의 목표물을 공격했는데, 그로 인해 최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는 전반적인 미군 정책 재검토로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레바논 농업의 중심지인 베카밸리 일대의 피해도 컸다. 레이더 자료 분석 결과 이 지역에서도 최소 210개의 건물이 훼손됐다. 그런데 이곳이 이렇게 엄청난 공격을 받은 것은 그곳에 헤즈볼라의 무기고가 있었기 때문으로,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 목표물 가운데 상당수는 이같은 헤즈볼라의 무기고가 은닉된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수도 베이루트의 경우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폭사한 남부 외곽의 다히예를 중심으로 폭격이 집중됐다”면서 “나스랄라를 비롯해 헤즈볼라 지도부가 모여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다히예의 지하벙커 인근에 미사일 공격에 따른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잡혔으며, 주변에는 고층 건물의 잔해가 고스란히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지난 2주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다히예에서만 모두 380개 건물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루트 전체적으로는 630여개 건물이 파괴됐다.


이와 관련해 분쟁감시그룹 에어워즈의 에밀리 트립은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타격 무기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은 4일에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헤즈볼라 정보본부를 공습했다. 이스라엘 현지매체인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날 “이스라엘군은 군사 정보국의 정보에 따라 공군 전투기가 헤즈볼라의 정보 작전에 관여하는 관련 시설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정보본부는 헤즈볼라의 정보 활동을 지휘하고 전략적 정보수집을 조율하는 곳인데,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으로 헤즈볼라 정보본부 소속 테러 요원과 정보 수집 장비, 지휘 센터, 추가 테러 기반시설 등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악시오스는 “연일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이 헤즈볼라의 새로운 수장으로 거론되는 사피에딘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사피에딘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사촌”이라 밝혔다.


CNN은 이에 대해 “3일밤부터 4일 새벽 사이 표적 공습이 있었다”고 전했다. 공습에 따른 사상자 수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레바논 언론은 이날 공습이 앞서 나스랄라를 목표로 한 공습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고 전했다.


사피에딘은 헤즈볼라가 창설될 때부터 조직원으로 활동해온 인물로 미국은 2017년 그를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사피에딘은 공습 당시 지하 벙커 깊숙이 숨어있었으며, 사망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헤즈볼라로 인해 레바논 전역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공격을 당하자 레바논 내의 민심도 헤즈볼라로부터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국민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국민을 위협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공격을 자행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도 있었지만 이들은 이스라엘보다 헤즈볼라를 우선적으로 원망의 대상으로 삼았다. “악몽같은 테러리스트 집단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침공을 자초했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번 기회에 헤즈볼라를 해체해야 한다”면서 “이제라도 헤즈볼라가 사라진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레바논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는 헤즈볼라가 이젠 레바논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으로 날이 갈수록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1차 타겟 삼은 이스라엘]


이런 가운데 이란에 대한 재보복을 준비중인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시설을 1차적으로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내용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그 방향으로 우선 보복 공격이 감행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 플로리다 및 조지아주 허리케인 피해 지역 방문을 위해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 중(in discussion)이다. 제 생각에 그것은 좀…"이라고 답했다.


사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극비에 해당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엉겁결에 말을 꺼낸 뒤 나중에 주어 담으려 했으나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이후 미 정부 관계자는 언론에 “이스라엘이 아직 구체적 공격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고 서둘러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바이든은 이어 '이스라엘이 (이란을) 보복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느냐'라는 질문에 “우리는 이스라엘에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조언하고 있다”며 “오늘(현지시간 3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마자 뉴욕의 유가는 급등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이란은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여러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만약 이란의 석유시설이 공격을 받게 되면 당장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1300만 배럴의 원유와 500만 배럴의 제품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며, 이로 인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현재 이란이 국제적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시설까지 공격을 받게 되면 당장 이란 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리안해도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고 있는 이란에게는 심각한 정권의 위기를 불러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스라엘 공격 목표 1순위는 카르그섬 터미널 정유시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4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시설을 공격한다고 했을 때 그 대상이 되는 이란의 자산들을 공개했다. 여기서 특히 눈여겨볼 지역은 이란의 글로벌 수출의 90% 이상을 처리하는 카르그섬 터미널이다. 만약 이곳이 공격을 받게 된다면 당장 약 5%의 글로벌 원유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고, 특히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엄청난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이란의 석유수출은 사실상 전면 중단되는 대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 [그래픽: 블룸버그]


아바단 정유공장도 주요 목표물이다. 이곳이 공습을 당해 파괴된다면 이란의 국내 연료 공급망이 마비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유력한 공격 목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마흐샤르 정유공장도 지역의 원유 공급 및 제품 공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지역이다.


[이스라엘, 과연 이란 핵시설 겨냥할까?]


지금 상황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스라엘이 과연 이란의 핵시설을 겨냥해 공격을 하게 될 것인지의 여부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내 답은 아니다(No)이다”라고 답했다.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이번 기회에 공격하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는 이란의 핵무기 제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는 4일,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기까지 몇 달이 남지 않았으며 이를 막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국가의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은 유혹적일 수 있지만 그러한 행동 방침은 결코 간단하지 않으며 위협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란이 만약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그땐 이스라엘이 이란을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그동안 끊임없이 이란의 핵시설의 진보를 방해하면서 핵무기 제조 공정에 이르지 못하도록 막아왔다. 그런데 이젠 그 완성이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이번 기회에 이란의 핵시설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에 대해 “가장 우선적인 것은 이란의 핵시설이 단일 장소에 집중되어 있지 않다”면서 “이란의 핵시설은 여러 개가 있으며 전국에 분산되어 있다”고 밝혔다.


▲ [그래픽: 멜레그래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실제로 농축시설을 포함한 여러 시설은 지하에 숨겨져 있다. 이들 시설들을 파괴하려면 상당한 군사작전이 필요하고 반드시 미군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또 하나, 이란의 핵기술은 이미 일부 파괴가 있더라도 곧바로 복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그럼에도 일부 핵시설을 이스라엘이 파괴한다면 당장 이란의 핵능력 제고는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 핵무기 완성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은 핵시설 공격에 적극적인 편이다. 그러나 미국은 핵무기 문제는 외교적으로 얼마든지 풀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바로 이 점을 이스라엘에게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스라엘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 지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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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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