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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결국 18년만에 선넘은 이스라엘, 버림받은 헤즈볼라 - 이스라엘, 레바논 남부서 제한적 지상전 시작 - 이스라엘, 美에 제한적 지상전 통보, 중동에 추가병력 급파 - 헤즈볼라, '모두가 우리를 버렸고 이제 이란도 버렸다'
  • 기사등록 2024-10-02 04:45:39
  • 수정 2024-10-02 07: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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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레바논 남부서 제한적 지상전 시작]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국경지역에 전면전이 아닌 제한적, 국지적 지상 작전을 시작했다. 헤즈볼라는 ‘결사항전’을 장담했지만 이란마저 헤즈볼라를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헤즈볼라의 미래는 풍전등화의 처지가 됐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IDF)이 이날 오전 1시 50분께 성명을 통해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의 헤즈볼라 테러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한적이고 국지적이며 표적화된 '지상 습격'(ground raids)을 시작했다고 밝혔다”면서 “이스라엘군은 이 표적들은 국경과 가까운 마을에 있으며 이스라엘 북부의 이스라엘 공동체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공군과 포병대가 레바논 남부의 군사 목표물을 공습하며 지상군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군은 총참모부와 북부사령부가 세운 체계적인 계획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며, 군인들은 이를 지난 몇달간 훈련하며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3일 헤즈볼라를 향해 선포한 ‘북쪽의 화살’ 군사작전을 거론하며 “상황 평가에 따라 계속될 것이며 가자지구 등 다른 전장에서의 교전과 병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지상작전을 펼친 것은 2006년 이후 18년만에 처음이다.


앞서 이스라엘 내각은 전날 오후 7시 30분 회의를 열어 레바논에 대한 군사작전의 ‘다음 단계’를 승인했다. 이에 대해 예루살렘포스트는 “침공의 목표 중 하나는 헤즈볼라의 라드완 특수작전부대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북부 접경지 마을을 위협하는 데에 사용해 온 인프라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美에 제한적 지상전 통보, 중동에 추가병력 급파]


이번 작전은 미국에도 사전 통보된 것으로 보인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은 현재 국경 근처의 헤즈볼라 인프라를 겨냥한 제한적인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미국)에게 통보해온 내용”이라며 “이스라엘과 지상전에 대한 대화를 해왔지만, 이스라엘은 현 단계에서 그것(지상전)은 국경 근처 인프라에게 집중한 제한된 작전이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밀러 대변인은 이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격에 맞서 자신들을 지킬 권리가 있다”며 “권리에는 레바논 내부의 테러공격 인프라를 겨냥한 것까지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스라엘이 통보한 ‘제한적 지상전’에 대해 미국이 동의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의 휴전을 촉구하면서도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 강화에 대해선 ‘정의의 조치’라는 입장을 내면서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이스라엘의 제한적 지상전 돌입 통보 이후 수천명의 병력을 중동 지역에 파병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추가 병력이 투입되면 현재 4만명 수준인 중동 내 미군 규모가 4만 3000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추가 병력엔 F-15E, F-16, F-22 전투기, A-10 공격기 등의 비행대대와 지원 인력이 포함되는데, 이렇게 되면 미군의 공군력이 2배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의 역내 주둔 기간도 연장된다. 또한 지난주 미국 동부 버지니아에서 유럽으로 출발한 해리 트루먼 항모전단은 지중해로 이동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중동 지역에 또다시 2개 항모전단이 위치하게 된다.


[땅굴에서 결사항전 다짐하는 헤즈볼라]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헤즈볼라는 일단 레바논의 산악지대에 구축한 땅굴에서 은신하면서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사막이 없는 유일한 국가인 레바논에는 국토를 남북으로 가르는 길이 240㎞의 레바논 산맥과 안티레바논 산맥이 있는데, 이곳에 북한과 이란의 도움으로 구축된 총연장 수백㎞의 거미줄 같은 터널 네트워크를 저항의 근거지로 삼고 있다.


헤즈볼라는 지난 9월 로켓 발사기와 무장대원들을 실은 트럭이 터널 내부를 달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이 터널들이 중장비를 운반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하며 압도적 화력을 퍼붓는 이스라엘군의 폭격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추정키로는 헤즈볼라는 이 터널들에 15만 발에 달하는 로켓과 미사일을 비축해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이 ‘북쪽의 화살’이라는 작전명이 붙은 헤즈볼라 군사시설에 대한 폭격으로 수만 발의 로켓과 미사일 및 미사일 발사대, 드론 등을 파괴했지만 이 터널들에 숨겨져 있는 무기들은 아직 파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스라엘군이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지상작전을 펼치는 것도 헤즈볼라의 땅굴들을 파괴하지 않는 한 헤즈볼라의 공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이를 소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보력이다.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의 땅굴들을 파괴한다는 것은 사전 정보없이는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스라엘군이 지상작전을 시작했다는 것은 헤즈볼라의 땅굴들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할 수 있다.


결국 이스라엘 지상작전의 성패는 헤즈볼라의 땅굴들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봉쇄하느냐에 달려 있다 할 수 있다. 다만 헤즈볼라의 땅굴 파괴작업이 계획대로 진전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군은 상당한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개가 주목된다.


[이란, “레바논 파병계획 없다!”]


한편, 소위 저항의 축 세력의 수장국가인 이란은 나스랄라의 폭사 이후 사실상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을 차례로 공격하고 있다”며 “레바논을 홀로 남겨놓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레바논 파병 가능성에 대해 “추가 병력이나 의용군을 보낼 필요가 없다”며 “레바논은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을 물리칠 능력이 있다”고 했다.


이란은 지난 9월 27일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폭사하자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는다”라며 보복을 다짐했지만 구체적인 보복책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은 1980년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면서 자신들의 재래식 화력 수준이 어떠한지 그 한계를 분명하게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한다면 승산이 전혀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어서 선뜻 항전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니파가 주류인 아랍 주변국들이 시아파 이란이 같은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중동의 복잡한 역학관계도 이란이 직접 개입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나스랄라를 포함한 핵심 지휘관 대부분이 사망한 상황에서 헤즈볼라 조직 복구도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있다.


[헤즈볼라, '모두가 우리를 버렸고 이제 이란도 버렸다']


사실 헤즈볼라의 입장에서 이란이 보이는 태도는 황망스럽기까지 하다. 철저하게 자신들의 종주국으로 믿어왔던 이란이 헤즈볼라가 위기를 맞았음에도 전혀 보호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텔레그래프는 1일, “헤즈볼라 지지자들은 '모두가 우리를 버렸고 이제 이란도 버렸다'고 말한다”면서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도망치는 시아파 무슬림들이 이젠 테헤란에 대한 충성심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중동 전역의 무슬림 형제들에게 이란은 오랫동안 그들의 정치적, 정신적 안식처였다”면서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고 있고, 이란의 가장 중요한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가 점점 더 깊은 위기에 빠져들면서 적어도 레바논에서는 이란을 향한 충성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는 이란이 나스랄라를 배신했고, 이스라엘군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는 대가로 그의 행방을 이스라엘에 공개했다는 말들까지 퍼지고 있다. 그만큼 이란에 대한 불신감이 크다는 의미다.


그들이 그런 의혹은 갖는 이유중 하나는 나스랄라가 베이루트 남부에 있는 헤즈볼라의 비밀 지하 단지에 대한 대규모 공습으로 사망했는데, 때마침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 단체의 고위 지휘관들을 만나던 중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의 기술적, 군사적 우위를 잘 알고 있는 이란은 유대 국가와의 전면전이 미국을 끌어들여 1979년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정권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란의 이러한 침묵은 많은 사람들에게 약점처럼 보일 것이며, 더 나쁜 것은 그동안 이란을 추종했던 세력들이 더 이상 이란을 따르지 않고 배신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이란은 소위 ‘저항의 축’ 세력들을 더 이상 자신들의 힘 과시용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이번 사태로 인해 중동의 정치 지도도 급변하게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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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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