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시아 무기공급 라인 파괴 계획]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의 무기 공급거점을 파괴해 전쟁의 흐름을 바꾸겠다는 승리계획을 협의했는데, 일부 언론들에서는 젤렌스키가 빈손으로 귀국했다고 보도한 바 있으나 사실은 미국 에이태큼스 미사일이 아닌 영국의 스톰섀도우에 관한 한 사용을 우선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29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영국의 스톰섀도우 미사일을 활용해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방안을 설명했다”면서 “바이든은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 제한을 해제할 수 있지만 대신 우크라이나가 이 미사일들을 어떻게 사용할지 좀 더 일관되고도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젤렌스키는 워싱턴과 뉴욕에서 미국의 지도자들과 만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이른바 ‘승리계획’의 세부사항에 대해 논의를 했다”면서 “우크라이나 국방 소식통은 이 승리전략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데 활용되는 러시아 물류 기지를 해체하기 위해 서방의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또한 “우크라이나의 계획대로 진전이 된다면 러시아군은 무기와 탄약, 연료와 식량까지 공급이 차단되면서 모스크바의 입지가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을 것이며 전쟁도 지속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면서 “전쟁의 주도권을 되찾고 동시에 흐름을 바꾸기 위해 나토 국가들로부터 무장과 훈련을 받은 14개의 새로운 여단을 투입해 지상 공세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한 소식통은 “우리가 러시아 내부의 물류 사슬을 붕괴시킬 수 있다면 최전선에서 러시아 군대를 마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러시아군은 차량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고, 최전선에서 탄약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영국제 스톰섀도우 미사일과 미국이 공급하는 에이태큼스의 306km(190마일) 범위 내에 있는 러시아 내 모든 군사 목표물에 대한 상세한 지도를 작성했다. 이 지도를 보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데 사용되는 탄약 및 연료 저장소, 비행장 및 지휘 허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일단 젤렌스키가 미국을 떠날 때 서방의 미사일을 활용해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전략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미국의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이며, 특히 바이든은 푸틴이 나토 국가들을 향한 핵보복 등의 우려를 계속 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오는 10월 독일에서 약 50여명의 우크라이나 방위그룹의 지도자급 회의를 열기로 했고, 이 자리에서 군사지원 방안 및 전쟁 승리 방안에 대해 심층적 논의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회의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사실상 전쟁의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젤렌스키도 이를 의식한 듯 “우리는 파트너들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리 계획을 논의할 것이고 여기에서의 결정에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는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허용도 긍정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는 이와 관련해 “바이든은 우크라이나가 더 넓은 전략의 일부로 장거리 미사일을 활용할 수 있다면 일차적으로 영국의 스톰섀도우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 찬성했다”고 밝혔다.
스톰섀도우 미사일은 영국산 무기임에도 바이든은 스톰섀도우가 미국이 제공한 기밀표적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영국 당국이 우크라이나의 사용을 승인했음에도 이를 러시아 본토를 향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해 왔었다.
실제로 영국 총리 케이어 스타머 경은 이미 국경을 넘는 공격을 지지했으며, 프랑스 대통령 엠마누엘 마크롱도 공개적으로 프랑스산 장거리 미사일(스칼프 EG)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지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논의에 정통한 한 유럽 관계자는 “서방제 장거리 미사일의 사용은 하나의 장비일 뿐이며 이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한 매우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미국 당국은 승리를 향한 일관된 전략을 원하고 있으며, 그 전략에는 장기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한 “단순하게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14개의 여단을 투입하는 계획까지 맞물려 치밀한 전쟁 계획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텔레그래프의 이날 보도는 하루 전날 보도한 내용과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 텔레그래프는 전날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과 관련해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서방이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얼마나 제공할지 등의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이라는 발언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전한 바 있다. 그러나 하루 뒤 텔레그래프의 보도 내용이 상당히 진전된 내용으로 변화가 된 것이다.
[미 정보기관, “러시아, 서방 군사기지에 공격 가할 수도”]
한편, 러시아 본토 타격을 승인할 경우 오히려 러시아의 치명적 보복만 유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의 승인을 계속 미뤄왔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보기관들은 러시아 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이 미국과 유럽의 군사기지에 강력한 공격까지 감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핵 교리 개정을 공언, 비(非)핵보유국가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지원국도 핵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할 경우에 대비한 경고 메시지였던 셈이다.
NYT는 이에 대해 “이러한 미 정보기관의 평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왜 그동안 러시아 본토 타격을 승인하기 어려워했는지를 설명한다”고 전했다. NYT는 또 “현재 행정부 내에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거절해야 한다'는 내부 압력도 있다”고 부연했다.
[바이든의 우유부단한 태도, 유럽은 실망 표시]
그런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최대 원조국인 미국과 유럽국가들과 잡음을 빚는 건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상태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리더십 부족 탓이란 지적이 나왔다.
영국의 언론인 겸 역사학자인 마크 어번은 29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에 실린 '바이든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서 왜 실패하고 있나' 제하의 기고문에서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두 동맹에게 승리가 어떤 모습일지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고, 결국 양국 지도자들이 각자의 의제를 추구하도록 놓아뒀다”면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는 전쟁이란 실존적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더욱 강력한 무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양측 모두에 '그렇게 하지 말 것'을 촉구하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최근 수개월간 전개된 여러 상황은 바이든 대통령을 '자유세계의 지도자'보다는 '구경꾼'처럼 보이도록 만든 측면이 크다”면서 “고령과 인지력 저하 논란으로 지난 7월 대선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레임덕에 빠진데다 11월 미국 차기대선을 앞두고 분쟁거리를 피해 온 것이 결과적으로 미국의 리더십 저하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美 80억 달러 군사지원 승인, “우크라가 승리할 것”]
한편, 젤렌스키를 만난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 80억 달러(10조 5천억원)의 군사지원을 하기로 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승리를 거두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우리는 이 지원을 가능한 가장 효과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사용하여 우리의 주요 공동 목표인 승리하는 우크라이나,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 그리고 대서양 안보를 달성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미국의 이번 지원 가운데는 사거리 130km에 달하는 중거리 미사일도 포함됐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