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탄약고 1.8kt 폭발, 전쟁 사상 '가장 큰 단일 사건']
우크라이나 전쟁 사상 단일 사건으론 최대 규모의 대폭발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의해 일어났다. 이번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쟁 승리 계획을 브리핑하기 직전에 시행되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공식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우크라이나의 의도된 공격인 것으로 보인다.
워싱틴포스트(WP)는 19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SBU와 국방정보국(GUR), 특수작전군(SSO)이 이날 공동 작전을 통해 드론으로 트베리 지역 토로페츠에 있는 러시아 미사일 무기고를 공격했다”면서 “이 무기고에는 S-300 및 S-400 방공시스템, 이스칸데르 미사일, 토치카-U 미사일 등과 포병 탄약, 활강 폭탄, 그라드 다연장 로켓 발사대 시스템용 미사일, 그리고 북한이 보내온 KN-23 탄도 미사일 등이 보관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이번 작전에 100대 이상의 가미카제(자폭) 드론이 투입되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BBC는 “약 3000만 파운드(약 524억원)의 가치가 있는 무기고가 일련의 폭발로 인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들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에 우크라이나에 의해 폭격을 당한 트베리 지역 토로페츠 러시아 군기지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약 380km 떨어져 있다.
그런데 러시아 국영 언론인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앞서 “이 무기고가 미사일, 탄약, 폭발물 저장 시스템 개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15년에 36억 루블(518억원)을 들여 지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드미트리 불가코프 전 국방부 차관은 지난 2018년에 “이 시설이 미사일과 소규모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불가코프 전 국방부 차관은 이 무기고의 건설을 책임졌던 자로 나중에 뇌물 수뢰 및 부패혐의로 체포되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타스통신도 “이 무기고는 미사일과 탄약 비축량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폭발 및 화재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면서 “무기고의 각 저장 시설의 전체 하중은 최대 240톤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맥없이 당해버린 것이다.
[인공위성에서도 포착될 정도의 엄청난 폭발]
토로페츠 러시아 군기지의 대폭발은 러시아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된 영상에는 대규모 폭발이 잇따르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심지어 이 폭발이 우주에서도 관찰될 수 있을 만큼 큰 불덩어리가 솟아오르면서 NASA 인공위성에 포착되었고, 강렬한 폭발과 진동으로 지진 감지기까지 작동했다.
이와 관련해 노르웨이의 지진 관측 기관인 노르사르(NORSAR)는 폭발로 인해 이 지역에 규모 3.2의 지진이 기록됐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6km에 달하는 지역이 화재로 뒤덮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9일, “러시아 트베르 지역의 탄약고에서 발생한 대폭발은 우크라이나 전쟁 사상 최대 규모의 대사건”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내무 고문 안톤 게라쉬첸코는 “폭발이 1.3~1.8킬로톤의 TNT에 해당하며, 폭발 파장이 최대 200마일(320km)까지 퍼졌다는 보고가 있다”고 X에 게시했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 있는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조지 윌리엄 허버트도 로이터통신에 “폭발 규모가 200~240톤의 고폭탄이 폭발한 것과 일치한다”고 추정했다.
폭발의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에 19일 현재까지도 여전히 화재는 계속되고 있으며 잔여 폭탄의 폭발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소식통은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우크라이나 드론이 모스크바의 전쟁 기계가 사용하는 주요 미사일 및 포병 부서의 대형 무기고를 지구상에서 쓸어 버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크라이나가 적의 미사일 잠재력을 체계적으로 감소시키려는 시도의 일환”이라면서 “다른 러시아 군사 시설에 대한 유사한 공격이 계획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당황한 러시아, 공격 사실 전면 부인후 은폐]
그런데 이렇게 모든 것이 명약관화한데도 러시아는 토로페츠 러시아 군기지의 대폭발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하고 있다.
이고르 루데냐 트베르주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방공군이 적군 공격을 격퇴하는 동안 드론 파편이 떨어져 트베리 지역 토로페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시간이 좀 지나서 루데나 주지사는 “이번 사고로 주민 일부가 대피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도 “하룻밤 사이에 5개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드론 54대가 격추되었다”고 밝혔지만 정작 엄청난 피해를 본 트베르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1만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토로페츠 일부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졌고, 화재를 진압하는 동안 학교와 유치원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유명한 군사블로거인 아이디 라이버(Rybar)의 미하일 즈빈추크는 이에 대해 “트베르 지역에 별 피해가 없다는 러시아 당국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13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이렇게 은폐 또는 대대적 축소를 하는 것은 그만큼 토로페츠 러시아 군기지의 대폭발 사건이 러시아 내부에 주는 충격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美 방문 앞둔 젤렌스키, 우크라의 실력 제대로 보여줬다]
눈여겨볼 것은 토로페츠 러시아 군기지의 대폭발 사건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시행되었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19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오고, 국가를 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승리 계획’이 많은 협의 끝에 이제 완료되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이 승리계획을 그동안 계속 업데이트를 해 왔으며 그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승리계획이 모두 완성되었다고 말한 시점에 토로페츠 러시아 군기지 공격이 가해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영국의 스톰섀도우나 미국의 에이태큼스 같은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해 왔지만 서방세계는 확전을 우려해 거부해 왔다. 그러나 토로페츠 기지에 대한 공격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렇게 러시아의 군기지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전쟁을 빨리 끝내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그렇게 러시아의 군기지를 맹폭했음에도 러시아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지금 우크라이나의 겨울에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게끔 에너지 시설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크라이나가 그러한 공격을 하는 러시아의 기지들을 직접 공격해야 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에서도 우크라군 공세 지속]
이런 가운데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의 선전이 돋보인다.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는 18일자(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지난 한 주 동안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반격에 나서 초기에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최근들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글루슈코프스키 지방의 크라스누크티야브르스코예 정착지 동쪽으로 진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서의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격퇴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우크라군이 조금씩 더 진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ISW는 밝혔다.
ISW는 이어 “우크라이나군은 18일 쿠르스크주에 있는 더 큰 돌출부 전역에서 공격을 계속했다”면서 “18일 해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공세 작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쿠르스크주에 더 큰 돌출부를 확장했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군사 행정부 대변인 올렉시 드미트라 슈키브스키는 18일 AFP에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에서 러시아의 반격을 퇴치하면서 상황을 안정시켰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운명을 건 포크롭스크 전투]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포크롭스크 점령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마치 전쟁의 승패를 이 지역 점령에 걸고 있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영국의 가디언은 19일, “러시아군은 수개월간의 느리고 잔혹한 진격 끝에 물류 기지이자 운송 허브인 포크롭스크에 집결하고 있다”면서 “포크롭스크는 우크라이나 군대의 물류 기지이자 주요 교통 중심지로 이곳이 없다면 키이우는 병력과 식량, 탄약을 과도하게 확장된 전선의 다른 지역, 예를 들어 동쪽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도시 토레츠크와 남쪽의 쿠라호베로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이 도시의 운명은 도네츠크주 전체의 운명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 가디언의 진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군은 그야말로 엄청난 희생을 당해 부근의 마을 전체가 이미 공동묘지로 변해 버렸음에도 꾸역꾸역 포크롭스크를 향해 진군해 오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진격은 현격하게 약해졌다.
우크라이나 총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진격으로 자포리자와 헤르손 등에서 병력을 빼내 쿠르스크로 이동시켰지만 이곳의 병력은 극히 일부만 이동시켰다”면서 “러시아군이 일부이기는 하지만 진격할 수 있는 것은 워낙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오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어 “포크롭스크 전투는 올해 모스크바의 군사 작전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만약 미국이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하용한다면 이곳의 상황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크롭스크를 향한 러시아군의 전진기지를 곧바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러시아군이 포크롭스크를 점령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