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주민 핸드폰 정보까지 완전 장악한 이스라엘]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대대적으로 공격하면서 레바논 사람들이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하루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레바논 주민들의 휴대폰 정보까지 완전 장악하고 있는 것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한마디로 이스라엘의 정보력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23일(현지시간) “최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거둔 일련의 작전 성공은 레바논 테러 집단의 내부 활동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서 “이스라엘군(IDF)과 모사드는 다른 기관들과 함께 헤즈볼라의 고위 간부들을 찾아내고 주요 무기들을 보관하는 것을 식별해 정확하게 표적 공격을 성공적으로 해 왔다”고 보도했다.
TOI은 이어 “지난 23일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공습 직전에 이스라엘 당국이 레바논 주민들의 휴대전화를 통해 별도 통보가 있을 때까지 헤즈볼라 관련 시설에서 멀리 떨어지라는 안전 문자들을 전송하기까지 했다”면서 “이는 이스라엘 당국이 레바논 주민들의 개인정보는 물론 일대 통신망을 사실상 장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TOI와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민가에 은폐된 무기고나 고위 지휘관의 은폐처를 표적삼아 미사일 핀셋 공격을 감행하기 직전에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경고문을 문자 메시지로 뿌렸다는 것은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사실상 레바논의 통신 기기 및 관련 정보, 그리고 통신망까지도 모두 장악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레바논과 헤즈볼라를 경악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의 헤즈볼라를 향한 미사일 타격 직전에 레바논 정보부 지아드 마카리 장관 등 일부에게 해당 내용이 담긴 음성 메시지가 전달되었으며, 남부의 일부 방송사들은 해킹을 당해 해당 메시지를 방송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정도면 해당 메시지를 받은 이들이 소름끼치는 경험을 했을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레바논의 통신망까지 완전 장악하고 이를 무기로 작전을 펼친다는 것은 한마디로 레바논과 헤즈볼라 사람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면서 공포심을 갖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주민들의 거의 모든 정보가 이스라엘의 손에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한데다 그러한 정보체계를 통해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헤즈볼라의 반 이스라엘 전쟁을 회피하게 만듦으로써 헤즈볼라의 반격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보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모사드의 정보력과 정교한 스파이웨어 기술을 토대로 레바논 주민들의 휴대전화 번호뿐 아니라 통신 내역과 패턴 등까지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중동 지역 전쟁 전문가인 엘리야 마그니어는 알자지라에 “2007년에 이스라엘 정보기관(모사드)이 레바논 통신 시스템에 설치한 스파이웨어가 발견된 적 있다”면서 “특정 지역에서 평소보다 많은 숫자의 휴대전화 통신이 감지되면 헤즈볼라 회의가 있다고 추정하는 식으로 통신 정보전을 벌인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끝없는 융단폭격, 공황상태에 빠진 레바논]
이렇게 레바논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이스라엘이 23일(현지시간)에는 헤즈볼라 목표물 약 1,600곳을 향해 공습을 가함으로써 레바논 주민들은 그야말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레바논 당국은 이로 인해 492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피난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레바논의 하루였다.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남부 국경 지역에선 수만 명의 시민들이 북쪽을 향해 피난에 나섰다. 로이터는 이로인해 수도 베이루트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는 가족과 함께 각종 가재도구를 실은 자동차들로 가득 메워져 엄청난 교통체증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레바논 주민들을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은 이스라엘이 휴대전화를 통해 보내는 문자 메시지다. '이스라엘군은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설치된 테러 관련 시설을 파괴할 예정이다. 당신들을 해치고 싶지 않으니 당장 집을 떠나라'는 아랍어 메시지가 그것인데, 이미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등의 대대적인 폭발을 경험한 바 있는 레바논 주민들에겐 이스라엘 당국이 보내는 문자 메시지 자체가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스라엘이 그렇게 문자 메시지만 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 후 실제로 해당지역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하고 있어 레바논 주민들은 더욱 더 공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일단 피란길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레바논 남부 국경의 피난민은 1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피란길의 종착지인 베이루트에 도착한다고 해서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레바논 주민들의 고민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미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수 백대 폭발을 지켜본 이들이라 공포와 공황상태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금 레바논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지상전으로 전쟁이 확대되는 것이다. 레바논 사람들도 당연히 지상전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레바논 사람들은 지금 어찌할 바를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헤즈볼라, 과연 전면전 치를 여력될까? 미국은 ‘불가’ 판단]
그렇다면 헤즈볼라는 과연 이스라엘의 파상공세에 맞서 전면전을 치르게 될까? 이에 대해 CNN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은 최근 이스라엘군의 강력한 공습으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전쟁능력과 전투력이 약화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미사일과 로켓 등 헤즈볼라의 주력 무기 발사대 수천개를 파괴했다.
이와 관련해 한 미국 당국자는 CNN에 “(이스라엘군의 잇단 공습으로) 헤즈볼라는 아마도 20년 전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헤즈볼라가 전면전을 치르려면 당연히 이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단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지역을 겨냥해 수백발의 로켓을 쐈고,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와 동부 등에 있는 미사일 및 로켓 발사대 등 헤즈볼라 시설 수천 곳을 융단폭격했다. 어찌보면 전면전으로 가는 전초전처럼 보이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의 태도일 것이다.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우리는 중동의 불안정을 일으키는 원인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서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싶고,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면서 “전면적 갈등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이스라엘”이라고 덧붙였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더 확대되는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으며 이란을 더 광범위한 갈등으로 이끌기 위해 ‘함정’을 파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연히 이란은 이스라엘이 파놓은 함정으로 빠져들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실용주의 외교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향해 집중적인 공습을 가한 23일에도 “중동 갈등을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고 당부했다.
현재 상황에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이란이 앞장서서 전쟁을 전면전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확전은 이란의 국익에 전혀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란은 미국을 향해 이스라엘의 전쟁 충동을 막으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헤즈볼라 단독으로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치르기에는 힘이 부친다는 점에서 전면전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어도어 루즈벨트 항모전단을 철수시킨 바 있는 미국은 전투 병력을 추가로 재배치하기로 했다. 확전의 위험을 경계하면서 내린 비상조치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