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 제거 확인”]
헤즈볼라의 수장 나스랄라까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사망함으로써 헤즈볼라의 지도부가 순식간에 궤멸당했다. 특히 이번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지도부 제거를 위해 네타냐후 총리가 의도적으로 헤즈볼라 지도부를 속이기 위해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거 작전을 벌였다는 점에서 헤즈볼라의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전날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를 정밀 공습했다”면서 “이스라엘군이 이날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 공습으로 헤즈볼라 남부전선 사령관 알리 카르키 등 일부 지휘부도 함께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7월 30일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공습해 헤즈볼라 최고위 사령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암살한 바 있고, 또 이달에는 베이루트를 또다시 공습해 헤즈볼라 정예 특수부대인 라드완 여단의 총사령관인 이브라힘 아킬 등 지휘관 약 16명을 제거했다.
한때 헤즈볼라측은 “나스랄라의 사망 소식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익명의 헤즈볼라 소식통은 “전날 저녁부터 나스랄라와 연락이 끊겼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도 “우리가 가진 정보에 따르면 나스랄라가 사망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레바논 보건부도 전날 공습으로 6명이 숨지고 91명이 다쳤다고 밝힌 바 있다.
CNN도 “이스라엘군은 지난 2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의 헤즈볼라 중앙 본부를 공습했다”면서 “F-35 전투기, 미국산(産) 폭탄 벙커버스터 등으로 최소 10차례 폭격을 퍼부었으며 그 결과 건물 여섯 채가 붕괴됐고 최소 2명의 사망자와 7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현지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이스라엘군이 나스랄라 사살에 성공한 이날 작전명은 ‘새로운 질서(New Order)’였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 스카이뉴스는 “‘저항의 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인 그의 사망은 모든 이슬람 관련 단체들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동맹세력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레바논의 동맹인 이란이 함께 할 것이며,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밝혔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메네이는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발표한 직후에 다시 성명을 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그들이 (이스라엘의) 사악한 정권에 맞서도록 도와달라”며 무슬림들에게 이스라엘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를 선두로 하는 저항 세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로이터는 지역 소식통을 인용해 “하메네이가 현재 신변 안전을 위해 보안을 강화한 이란 내 모처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계속된 정밀 타격에 이란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란 당국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확전에 선을 그어왔다.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끌어 왔던 나스랄라의 사망은 충격적]
나스랄라는 올해 나이 64세로 1992년부터 32년간 레바논의 친이란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이끌어 왔으며,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이슬람 민병(民兵) 세력’을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평가된다. 사실상 헤즈볼라의 상징적 존재인 나스랄라에 대해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제거 대상으로 정하고 작전을 추진해 왔다.
결정적인 것은 최근 헤즈볼라의 통신망까지 이스라엘이 완전히 장악하면서 나스랄라의 동선도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추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보 분석가 로넨 솔로몬은 “일주일 전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통신 시스템을 뚫었다고 한다면 그들은 여전히 추적 능력이 있을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모든 통신을 바꾸는 데는 방대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들은 여전히 기존 통신에 의존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뉴욕타임스도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수개월 전부터 나스랄라의 행방을 알고 있었으며, 그가 곧 은신처를 옮길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베이루트아메리칸대학의 헤즈볼라 전문가인 힐랄 카샨은 “나스랄라는 레바논 시아파의 상징”이라면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끝장내려 한다면 그 상징을 없애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30년 경력의 이스라엘 고위 정보 소식통도 “과거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암살을 피했다”면서 “국가 원수를 암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을 목표로 이란 혁명수비대 주도로 창설된 헤즈볼라는 그동안 수많은 고위층 암살을 경험했다. 나스랄라의 전임자이자 이 운동의 공동 창립자인 아바스 알 무사위가 1992년 이스라엘 헬리콥터의 공습으로 가족과 함께 살해당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헤즈볼라의 고위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여왔고, 심지어 휴대폰이나 전자 기기 등을 아예 사용하지 않으면서 추적을 피해 왔다. 그래서 헤즈볼라 내부에서도 이들은 '추적할 수 없는 유령'으로 통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그들이 언제 어디서 회동하는지, 그리고 이들을 어떻게 공격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듯 지도자 제거작업을 착착 이어왔다.
베이루트아메리칸대학의 카샨은 이와 관련, “이스라엘 측 정보원이 헤즈볼라 조직에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단순히 (헤즈볼라 내부에) 침투하는 수준을 넘어서 완전히 침식을 한 수준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헤즈볼라는 원래 작은 단위로 긴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었지만 시리아 내전에 참전한 이후 조직이 커지면서, 이스라엘 정보원이 침투할 공간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카샨은 또한 “2019년부터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레바논의 경제가 코로나19 대유행, 2020년 베이루트 대폭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면서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면서 헤즈볼라 대원들을 유혹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카샨은 “레바논의 빈곤은 이스라엘을 위해 활동하는 스파이들의 온상이 되었다”면서 “결국 빈곤이 헤즈볼라 지휘 체계 추적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해석했다
[딜레마에 빠진 이란, 반격도 못하는 이란의 한계 보여줬다!]
이번 헤즈볼라의 수장 나스랄라의 사망과 관련해 소위 저항의 축 세력의 주축국인 이란이 보여주는 태도는 이란이 지금 얼마만큼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블룸버그도 “이란이 중대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면서 이란의 새로운 대통령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이번 주에 “테헤란이 4월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일제 사격으로 역량을 보였다”고 말했지만, 실제적으로 이란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이스라엘이 거의 모두 격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또 이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이란의 반격 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란의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추구하는 외교 노선, 곧 서방과의 관계회복을 통해 제재를 완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은 신임 대통령으로서 추구해야 할 외교의 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전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헤즈볼라 역시 최근 이스라엘의 융단 폭격으로 인해 공격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의 지난 27일 공습 이후 헤즈볼라가 대응 발사한 로켓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헤즈볼라는 27일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이스라엘을 향해 약 100발의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하루에 수백발을 발사하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스라엘군의 데이터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9월 8일 이후 약 9000발의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삐삐) 폭발과 헤즈볼라 지휘관들에 대한 잇따른 제거로 인해 전투력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스라엘의 극적인 기만 전략, 의도적으로 네타냐후 미국행]
흥미로운 것은 헤즈볼라의 수장 나스랄라를 제거하게 된 배경 가운데 헤즈볼라 지도부를 안심시키고 느슨하게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스라엘이 기만전술을 펼쳤다는 점이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28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떠난 것은 하산 나스랄라가 공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기 위한 일종의 기만 전술이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이스라엘이 총리가 해외에 있는 동안 과격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스랄라에게 믿게 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면서 “나스랄라의 피격 당시 그는 네타냐후의 유엔 연설을 TV로 시청하고 있다가 이스라엘 공군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네타냐후는 유엔에서 연설하기 직전 이스라엘군의 나스랄라를 향한 공습을 승인했다”면서 “네타냐후는 나스랄라의 당시 위치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는 유엔총회에서의 연설을 마친 직후 안식일임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이스라엘로 귀국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