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문제로 긴급 국방회담 연 미국과 중국]
미국과 중국이 8개월 만에 긴급하게 국방 실무회담을 열어 남중국해 등 문제를 논의했다. 그만큼 긴박하기도 하고 중요한 이슈가 생겨서일 것이다. 이유는 중국과 필리핀간의 분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AP 통신은 16일, “제18차 미·중 국방부 차관급 실무회담이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됐다”면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대표와 마이클 체이스 미국 국방부 중국·대만·몽골 담당 부차관보가 각각 회담을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이어 “국방 실무회담은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에 열리는 것으로, 대만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남중국해 등 문제들이 논의됐다”면서 “미국은 이들 문제에 대한 입장차 해소보다는 충돌 방지에 초점을 두고 중국과 국방 분야 소통 채널을 유지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도 홈페이지를 통해 실무회담 개최 사실을 알리면서 “미·중 양국군 관계와 차기 양국군 교류, 공동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국방 실무회담은 2021년 양국 간 긴장 고조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약 2년 만인 올해 1월 재개됐다. 그러나 AP통신은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어 회담이 계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필리핀과 중국간 충돌 격화, 군사적 충돌 가능성 대두]
이렇게 미중간 국방 담당자간 대화가 열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필리핀과 중국간 남중국해의 사비나 암초(Sabina Shoal)와 관련된 분쟁이 격화되면서 군사적 충돌 일보직전까지 갔기 때문이다. 사비나 암초는 중국 최남단 하이난(海南)섬에서는 남동쪽으로 1200㎞ 이상 떨어져 있고, 필리핀에선 서쪽으로 200㎞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산호초다.
지난 5월 필리핀은 중국의 사비나 암초 매립 움직임을 포착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테레사 마그바누아호를 이곳에 배치했다. 이후 이 배는 지난 8월 하순께 중국 해경선 등과 네 차례나 물리적 충돌을 했다.
특히 지난 8월 31일 중국 해경선이 이 배의 옆구리 등 세 곳을 들이받아 함교와 선체가 손상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문제는 심각한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필리핀이 이 배를 통해 '알박기'를 시도한다면서 강력하게 철수를 요구했다. 반면 필리핀은 사비나암초가 필리핀의 영유권 지역에 해당된다면서 결사항전을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40척의 선박을 보내 필리핀의 테레사 마그바누아호에 대한 보급품 지원을 차단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천샤오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테레사 라자로 필리핀 외교차관이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중국-필리핀 남중국해 문제 양자 협상 메커니즘(BCM) 회의'를 열고 사비나 암초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 이후 필리핀은 사비나암초에 다섯 달째 머무르던 자국 해경 선박을 다른 선박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테레사 마그바누아호의 본토 복귀로 사비나암초에 대한 필리핀 측의 입장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필리핀의 태도는 완강하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필리핀 국가해양위원회(NMC)와 해경은 성명을 내고 “사비나 암초(중국명 셴빈자오·필리핀명 에스코다 암초)에 배치한 대형 해경선 테레사 마그바누아호가 이날 필리핀 본토로 복귀했으며, 이와 교대 근무할 다른 배를 보냈다”면서 “테레사 마그바누아호의 '재배치'가 승조원의 의료적 필요와 수리 필요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관련해 알렉산더 로페스 NMC 대변인은 “우리는 그곳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확실히 우리는 그곳에 계속 머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중국의 류더쥔 해경 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필리핀 측의 행동은 중국의 영토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면서 “중국 해경이 앞으로 중국의 법적 관할하에 있는 해역에서 법 집행 활동을 계속 수행하고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리, 이해관계를 단호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중국과 필리핀간의 충돌이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하에 미국도 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으며,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국이 직접 나선 것이다. 미국은 만약 중국과 필리핀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경우 양국간 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하여 군사적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사바나 암초 문제로 필리핀의 해경선에 대해 군사적 공격을 가한다면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이번 회담에서 피력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양국 고위급 소통이 재개되면서 남중국해에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지만, 완전한 긴장 해소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워싱턴에 있는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군사적 긴장은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양국의 정치적 차이를 보여준다”며 “양국 이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군사적 긴장이 영구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견제 필리핀, 20개국 정상회의 추진]
이렇게 남중국해에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필리핀 등 인도 태평양 지역 20여 개국이 정상회의를 열 계획이어서 이 모임체의 성격과 대 중국 대응 태도가 기대된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주미 필리핀 대사는 이날 한 미국 싱크탱크에서 행한 연설에서 오는 22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정상회의를 열고, 중국을 설득하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면서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하는 행동이 우리 다수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신호를 중국에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무알데스 대사는 이어 “정상회의 참가국들이 ‘중국을 정신 차리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필리핀과 함께하기를 바란다”면서 “더 많은 나라들이 단합해 중국이 잘못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수록 모두가 두려워하는 잘못된 행동을 중국이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무알데스 대사는 또한 “필리핀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없는 도전을 맞았다”면서 “현재 남중국해에 중국 선박이 약 238척 배치돼 있으며 이런 행동을 날이면 날마다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무알데스 대사는 그러면서 “외교를 통해 중국과 ‘예의 바른 대화’를 계속 시도하는 동시에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계속 시험하고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남중국해 쏙 빼고 ‘세계 평화·안보’ 외친 중국의 이중성]
분명한 것은 중국이 필리핀과 충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이 마음대로 남중국해에 그은 9단선 때문이다. 남중국해 문제가 이렇게 국제적 분쟁지역이 된 것은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고 부터다. 지난 2012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소극적인 국제전략을 채택하고 있었는데, 중국이 남중국해 산호초에 군용 활주로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즉각 미 해군에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시했다. 그때부터 남중국해는 국제적 분쟁지역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2016년 필리핀 정부는 남중국해 문제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했고, PCA는 “중국이 구단선(九段線)이라는 주장을 앞세워 스프래틀리 군도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려는 데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단선 내의 해역이 모두 중국 소유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중국이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연례 다자안보회의인 샹산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둥쥔 중국 국방부장은 “중국군은 세계 안보 구상에 확고히 헌신하고 있다”면서 “세계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는 데 더 큰 기여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으로 뻔뻔한 나라가 중국이다.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나라, 앞뒤가 다른 나라가 바로 중국인 듯 싶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는 대한민국의 국익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