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돌연 체포된 텔레그램 CEO 파벨 두로프]
러시아 국민들 2명중 1명이 사용하고 있고 심지어 전쟁중인 러시아가 사실상 정부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는 러시아 국민 메신저 텔레그램의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 수사 당국에 체포되면서 러시아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에 러시아가 당장 프랑스에 강력 항의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파벨 두로프 체포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아직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러시아는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태생의 메시징 앱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Pavel Durov)가 아동 대상 성범죄, 마약 밀매, 플랫폼 내 사기 거래와 관련된 범죄 수사의 일환으로 프랑스에서 체포됐다고 프랑스 검찰이 26일 밝혔다”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5일 저녁 두로프가 파리 외곽 르 부르제 공항에 구금된 이후 처음으로 두로프의 체포 사실을 공식 확인한 후 체포에는 정치적 동기가 없었으며 오직 판사의 결정에 따라 체포가 진행되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파리시의 로레 베쿠아 검사는 성명을 통해 “7월 8일 검찰의 사이버 범죄 부서에서 시작한 익명의 인물에 대한 수사의 일환으로 두로프가 체포되었다”면서 “불법 거래, 아동 대상 성 범죄, 마약 밀매 및 사기를 허용하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 당국에 대한 정보 전달 거부, 자금 세탁 및 범죄자에게 암호화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범죄에 연루된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민 메신저 텔레그램과 두로프의 실체]
사실 텔레그램은 러시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소셜미디어(SNS) 앱으로,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그 활용도가 더 커졌다. 심지어 러시아군은 전장에서 텔레그램을 주요 통신수단으로 이용해왔다. 또한 크렘린궁을 비롯한 정부 기관은 당국의 입장을 발표하고 정책 등을 알리는 데 텔레그램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9억 명에 가까운 사용자를 보유한 이 암호화 애플리케이션은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구소련 공화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렇게 보안성이 강력하다보니 러시아군과 정부가 텔레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태생의 프랑스 국적자인 두로프가 2013년 그의 형과 함께 개발한 텔레그램은 그동안 강력한 암호화로 개인정보 보호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러시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대해 폴리티코는 “러시아군의 텔레그램 활용은 자체 보안 통신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텔레그램과 크렘린궁의 관계를 취재하는 단체 '크렘린그램'의 대표 나자르 토카르는 “요즘에는 텔레그램에서 우크라이나 군용 차량을 불태울 사람을 모집하는 캠페인이 인기를 끈다”며 “러시아 당국은 모든 일을 텔레그램을 통해서 한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러시아군과 정부 조직을 넘어 일반 러시아 국민의 삶에도 텔레그램은 깊이 파고 들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국민 약 50%가 정보를 얻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쟁이 시작될 무렵 기록한 38%보다 1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텔레그램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언론매체 역할도 하고 동시에 이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쏟아내는 장(場)으로서의 기능도 해왔다. 실제로 친정부 블로거들과 미디어는 전쟁을 지지하는 입장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텔레그램을 활용하고 있고, 정부의 탄압을 받는 독립 언론들 역시 텔레그램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알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다수의 러시아 국민들이 텔레그램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모습, 그리고 전쟁 관련 정보를 얻고 있다. 실제로 레바다 센터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 약 25%가 텔레그램을 이용해 전쟁 관련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이 정도로 텔레그램이 러시아의 정부로부터 군부, 그리고 국민들에게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보니 두로프 CEO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러시아를 온통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소련 출생 천재, 100명 넘는 자녀, 체포된 두로프]
올해 40세인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에 대해 CNN은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의 천재성, (트위터 전 최고경영자) 잭 도시와 일론 머스크의 기괴한 생활 습관, 자유주의적 성향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특이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1984년 소련에서 태어난 그는 형인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어렸을 때부터 수학 영재라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또 프로그램 코드를 만드는 작업을 좋아해 IBM 컴퓨터로 프로그래밍을 스스로 연습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06년 소셜미디어 회사 ‘프콘탁테(VK)’를 만들었지만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우크라이나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넘기라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거절한 뒤 VK 지분을 매각하고 러시아를 떠났다. 이후 그는 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에서 설탕 산업에 25만 달러를 기부하고 시민권을 취득한 뒤, 2021년엔 프랑스 시민권을 얻기도 했다. 현재 VK는 러시아 정부 통제를 받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 2013년 강력한 종단간 암호화를 바탕으로 하는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그는 이 메신저 앱이 범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두로프는 약 155억 달러(약 20조6000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에서 121번째 부자에 올라 있다. 두로프는 이달 중순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내게 100명이 넘는 생물학적 아이들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는 12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자를 기증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왜 두로프를 체포했을까?]
그렇다면 프랑스는 왜 두로프를 돌연 체포했을까?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정치와는 관련이 없으며 텔레그램 상에서 은밀하게 벌어진 익명의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체포했다고 말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회사와 러시아의 관계 때문에 이번에 체포되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정부는 텔레그램에 암호 해독 키를 제공하라고 했지만 두로프는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그해 4월 러시아 정부는 텔레그램 사용을 금지시켰으나 2년 후인 2020년 금지를 해제했고 지금은 완전히 러시아의 국민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CNN은 “러시아 정부의 많은 공무원이 공식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선호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러시아의 태도가 오히려 러시아 정부와 텔레그램간 유착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는 두로프의 체포소식이 전해지자 러시아 당국이 취한 태도를 보면 그러한 의심이 더욱 굳어진다.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매체 CNBC는 “두로프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프랑스 당국에 해명을 요청하고 영사 접근권 보장을 요구했다”면서 “두로프의 체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 텔레그램 암호화 풀이]
이런 가운데 크렘린궁은 물론 러시아 군부를 포함한 당국자들은 두로프가 수사받는 과정에서 텔레그램의 암호화된 정보를 푸는 방법을 털어놓을 가능성 떄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장 러시아 정보기관들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휴대전화에서 텔레그램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러시아 군부 및 군사블로거들도 두로프의 체포에 당황하면서 불안해 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통신의 절반을 메시징 앱인 텔레그램을 통해 수행할 정도로 군사통신의 기반“이라면서 ”당장 텔레그램 외의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 전직 직원인 미하일 즈빈추크가 설립한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리바르(Rybar)도 ”텔레그램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역에서 부대를 통제하는 주요 수단이 되었다“면서 ”텔레그램 CEO 두로프의 체포 소식은 러시아 군대의 통신 및 통제 접근 방식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 준다“고 짚었다.
또한 러시아의 한 현지매체는 ”만약 텔레그램이 다운된다면 우리 러시아 군대는 어떻게 전쟁을 치를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자칫 텔레그램이 나토(NATO)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NYT는 ”텔레그램의 자금 조달이 복잡해지면서 이 회사가 향후 재정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며 ”두로프의 체포는 전쟁을 기록하는 지배적인 매체로서의 텔레그램의 지위를 위협한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더타임스도 유명한 군사블로거인 알렉세이 수콘킨의 말을 인용해 ”두로프의 체포는 러시아에게 가장 큰 비극이 될 수 있다“며 ”두로프의 안전한 석방에 온 러시아가 초 집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러시아의 주요 스피커들이 한결같이 두로프의 체포로 인해 텔레그램 사용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 또는 텔레그램 암호화 해제 프로그램이 프랑스 당국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러시아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전쟁을 치를 아주 중요한 수단이 사라짐으로 인해 러시아 정부 및 군부 모두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소통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지금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암호화 프로그램이 프랑스 당국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면 러시아의 모든 기밀정보들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을 비롯한 크렘린궁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