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우크라, 쿠르스크 점령에 이어 모스크바 직접 공격]
러시아 본토의 쿠르스크 주를 점령한 우크라이나군이 이번에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를 겨냥해 사상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을 퍼부어 러시아를 화들짝 놀라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거침없는 공격을 우크라이나가 행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개전 이래 최대 규모로 모스크바를 향해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면서 “이들 중 최소 11개의 드론이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드론 공격은 지난 6일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급습이 2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단행돼 관심을 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급습을 통해 20일까지 93개 주거지역을 포함해 서울시 면적의 두배를 넘는 1천263㎢의 영토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그동안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정유소와 비행장을 상대로 점점 더 큰 피해를 입히는 드론 전쟁을 벌여왔지만, 인구 2,100만 명이 넘는 모스크바 지역에 대한 대규모 드론 공격은 아주 드물게, 그것도 소규모로 몇 번 공격한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공격 규모가 달랐다. 지난 5월의 모스크바 공격시에는 최소 8기의 드론이 요격된 바 있다.
이번 공격과 관련해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 지역 11대, 국경 지역인 브랸스크 23대,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서부 벨고로드 지역 6대, 모스크바 남부에 있는 칼루가 지역 3대, 우크라이나군과 전투가 진행 중인 쿠르스크 2대를 포함해 러시아 영토 상공에서 총 45대의 드론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 밖에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200㎞ 떨어진 툴라에서 드론 2기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뿐만 아니라 러시아 주요 도시 여러 곳을 동시에 공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당국은 구체적인 공방의 내용과 피해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모스크바가 속한 모스크바주(州) 포돌스크의 세르게이 소비야닌 시장은 이날 새벽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 지역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면서 “드론을 이용한 공격 상황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밝혔다.
소비야닌 시장은 이어 “초기 조사에선 인명 및 물적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11기의 드론이 포돌스크시 상공에서 러시아 방공부대에 요격됐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 지역에 있는 이 도시는 크렘린궁에서 남쪽으로 약 38km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중 공격을 강화하면서 그 이유로 러시아의 전쟁 기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쿠르스크 교량 3개 외 추가로 또 다리 폭파]
러시아 본토의 주요 도시들에 대해 드론 공격을 감행한 우크라이나는 현재 점령중인 쿠르스크 주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세임강 다리를 파괴한데 이어 하류에 있는 두번째 및 마지막 구조물인 세 번쨰 다리까지 완전 파괴했고, 21일에는 급기야 하류의 또다른 폰툰교량도 폭파시켜 우회할 수 있는 교량마저 제거해 버렸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21일, 이러한 사실을 속보로 전하면서 “이로써 러시아 군대는 보급품을 전달할 수 있는 모든 통로를 상실했다”면서 “러시아군이 강과 우크라이나군,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경 사에 완전히 갇혀버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현재 전황으로 보면 우크라군이 이미 점령한 쿠르스크 주 바로 서쪽의 이 러시아 영토는 우크라이나군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점령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쿠르스크주를 점령한 우크라이나군의 안정도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우크라군 전략이 주목된다.
한편 크렘린궁은 쿠르스크주를 점령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이미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21일 라트비아에 본사를 둔 러시아 매체인 메두자(Meduza)를 인용해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점령이 앞으로도 수개월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렇게 우크라이나에 의한 쿠르스크 점령 기간이 길어질수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도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스크바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전황이 두려운 크렘린, “3차 세계대전 일어날 수도...” 겁박]
러시아 본토가 우크라이나에 의해 점령당하고 심지어 수도 모스크바까지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 공격을 받게되자 크렘린이 술렁이고 있다. 로이터는 21일 “푸틴의 핵심 조력자인 세르게이 체메조프가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세계 전쟁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말했다”면서 “러시아는 자신감이 있고 충분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독점 보도했다.
러시아군에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공급하는 로스텍사의 최고경영자인 체메조프는 이어 “미국이 우크라이나 분쟁을 계속 '도발'하고 키예프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하면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세계 전쟁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체메조프의 이러한 발언은 푸틴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와 러시아간의 싸움이라는 크렘린궁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푸틴을 지원하기 위해 크렘린 특유의 블러핑을 한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것은 크렘린에서는 러시아의 전황이 불리하거나 푸틴의 체면을 손상시킬 수 있는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크렘린의 주요 스피커들이 블러핑을 하면서 서방세계에 대해 위협을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푸틴을 대신해 대통령 역할을 했고 지금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시시때때로 핵전쟁 운운하면서 서방진영을 위협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체메조프가 나서 쿠르스크 문제로 푸틴의 입장이 묘해지자 또다시 3차 세계대전 운운하면서 확전 및 러시아의 반격을 거론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블러핑들은 이미 전혀 효과도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동안 그들이 쏟아냈던 소위 러시아의 레드라인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쿠르스크주를 우크라이나에 빼앗긴 것이다. 그동안 메드베데프 등은 러시아 본토가 공격을 받으면 즉각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블러핑을 해 왔지만 이러한 겁박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러시아 동맹국들에게도 버림받은 푸틴]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가 본토를 침공당했지만 러시아의 우방국으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러시아 주도로 지난 2002년 10월 옛 소련 공화국 6개국(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이 결성한 군사안보 협력체 CSTO(집단안보조약기구)의 반응이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이들 국가들이 사실상의 러시아 동맹국들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한 오히려 중립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편을 들고 선 나라는 시리아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의 쿠르스크주를 점령하면서 무려 20여만명의 전쟁 난민이 발생할 정도임에도 오직 시리아만이 “서방의 집단적 지원 없이는 일어나지 않았을 침략”이라며 우크라이나를 비난했을 뿐 다른 나라들은 그저 침묵하고 있다.
시리아가 그나마 목소리를 낸 것은 과거 내전 중에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권력 상실과 죽음에서 구해준 데 대한 보답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의 침묵이다. 중국은 지난 2022년 중러정상회담에서 ‘제한없는 동반자 관계’를 주창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점령에 대해서는 역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CSTO 회원국들이 쿠르스크 주 사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사실상 러시아를 지원할 의사가 없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물론 CSTO는 16일 “CSTO는 24시간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러시아가 군사 지원을 요청할 경우 필요한 모든 절차를 이행하겠다”는 논평과 함께 “군사 분쟁이 CSTO영역으로 전환되는 것은 새로운 단계의 확전”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CSTO가 이렇게 쿠르스크 주 사태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CSTO는 회원국이 군사 지원을 요청할 경우, 개입하도록 돼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CSTO에 군사지원을 요청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상 러시아의 자존심과 체면을 완전히 깎아먹을 수 있어서다. CSTO 자체가 사실상 과거 소련연방에서 떨어져 나온 국가들을 러시아가 관리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오히려 이들 국가들에게 지원을 요청하게 되면 러시아는 더 이상 이들 국가들의 종주국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러시아는 이들 국가들에 손을 내밀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CSTO 국가들 입장에서도 만약 그들 국가들이 러시아를 지원하게 되면 자신들도 전쟁 당사국이 되면서 전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한 CSTO의 참전은 나토의 참전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한 CSTO의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 참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보니 러시아가 지원을 요청하는 대상은 체첸공화국 같은 자국 영토내 연방밖에 없는 것이다. 푸틴은 지난 20일(현지시간) 13년만에 처음으로 체첸공화국을 방문해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20일, “푸틴이 이날 특수 군사 훈련 시설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파병을 앞두고 있는 자원병을 격려했으며, 이들 덕분에 러시아가 '천하무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카디로프와 회담했으며, 이후 카디로프는 우크라이나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된 병력이 '수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체첸의 병력 중 일부가 우크라이나가 급습한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푸틴은 지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손을 벌릴 곳도 뻔한 것이 지금의 러시아 상황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