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만에 '펑', 북한 위성 1단계 비행중 폭발]
북한이 27일 오후 10시 44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으로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2분후인 46분경 북한 측 해상에서 공중 폭발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군 정찰기가 북한 위성 발사 1시간 30여분 전부터 서해 상공을 비행하면서 북한의 위성 발사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위성 발사 과정에 북중간 미묘하게 틀어진 관계도 포착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28일 “전 세계 단 3대뿐인 미 공군 정찰기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약 1시간 30분 전부터 한반도 서해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북한이 로켓을 쏘기 전, 1단 추진체의 예상 낙하지점에서 대기하며 발사 과정을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VOA는 이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직전 한반도 서해상에선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포착됐다”면서 “항공기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따르면 코브라볼은 북한의 발사가 이뤄지기 약 90분 전인 27일 오후 9시 10분경 중국 칭다오에서 동쪽으로 약 200km, 한국 신안 앞바다에서 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지점에 도착한 뒤 곧바로 선회 비행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VOA에 따르면 선회 비행은 약 3만 4천 피트 상공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비행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이에 따라 지도상에는 코브라볼의 항적이 여러 개의 타원형 형태로 표시됐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과정에 신형 로켓 1단이 비행 중 공중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에 탑재해 발사를 단행했지만 1계단 비행 중 공중폭발해 발사가 실패했다”고 밝혔다.
[北, 왜 하필 한일중정상회의 시점에 위성을 발사했을까?]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북한의 김정은이 정찰위성 발사 시점을 왜 하필 중국이 주도한 한일중정상회의가 열린 시점에 발사했을까 하는 점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27일 정상회의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힌 지 8시간 만에 북한의 위성 발사가 이뤄졌다.
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중요한 국가적 행사 시기에 북한 등 주변국가가 훼방을 놓는듯한 이벤트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의 그동안 행태를 북한 김정은이 모를리 없을터인데 한일중정상회의 기간 중에 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이라 선전포고도 하고 또 실제 발사까지 감행했다는 것은 북중간 관계에 미묘한 틈이 생겼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한마디로 시진핑에 대한 김정은의 불만 내지 한국과 일본 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중국의 태도에 불안감 또는 초조함을 느낀 나머지 김정은이 이러한 도발을 감행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한일중정상회의의 공동성명에 대해 북한이 보인 태도를 보면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날 공동성명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한의) 자주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또한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회의 마당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헌법적 지위를 부정하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 감행됐다”고도 했다. 중국의 최고 지도부인 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대리해 채택한 공동성명에 대해 북한이 정면으로 반박했다는 것은 김정은의 지시 아니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북한은 지난 16일에도 우리측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초청에 따라 이뤄진 회담 직후 ‘구걸 외교’라며 격하게 비판했다. 물론 당시 북한은 왕이 부장에 대해서는 침묵을 하면서 조태열 장관을 직격했지만 조 장관이 왕이 부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국을 향해 북한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렇게 중국을 향해 극한의 반발을 하는 것일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한반도 비핵화’. 실제로는 ‘북한의 비핵화’가 중국도 참여하는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었다는 것 자체에 대해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인다.
비록 중국의 반대로 공식 문서에는 표기가 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참여한 자리에서 아예 봉쇄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핵은 김정은의 모든 꿈이 걸려 있는데 이를 부정했다고 북한은 판단하고 있어서다.
또다른 이유도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중국내 서열 3위인 자오러지를 평양에 보냈다. 그런데 한국에는 리창 총리가 방문했다. 이는 지난 2014년과 2015년에 있었던 한중간 하니문의 데자뷔라고 북한은 판단한 듯 보인다. 그 당시 시진핑은 북한은 방문하지 않았으면서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
이번 리창의 방한을 보면서 김정은은 또다시 중국이 한국과 허니문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는 트라우마가 작동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한 불안감이 위성 발사로 표출되었다는 의미다.
[푸틴의 방북을 중국이 반대했다?]
북한이 중국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또다른 이유도 거론된다. 지난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을 국빈 방문 후 그 다음 날 하얼빈으로 향했다. 그 당시 몇몇 외신들은 푸틴이 꾸준히 추진해 온 '북중러 3각 밀착'의 실현을 위해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또 실제로 푸틴이 시진핑에게 자신의 평양 방문을 상의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얼빈에서 평양까지 거리는 740km로 멀지 않다는 점에서 충분히 거론될만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푸틴은 하얼빈 일정을 끝낸 후 그 다음 날 곧바로 모스크바로 돌아갔다. 이러한 푸틴의 일정에 중국의 입김은 과연 없었을까?
이는 푸틴의 베이징 방문 일정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시진핑은 푸틴의 베이징 방문을 그리 탐탁치 않게 여겼다. 명색이 국빈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에서의 일정은 잠자는 시간 빼면 12시간여에 불과했고, 그것도 시진핑과의 회담은 2시간 만에 모두 끝났다.
그리고 하얼빈 일정에는 시진핑이 함께 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이번 푸틴의 베이징 방문에서 중국으로부터 얻은 것도 별로 없었다. 심지어 시베리아 가스관에 대해서도 시진핑의 동의조차 얻지 못했다. 맹탕방문이었다는 의미다.
그러면 ‘양국의 교류에는 한계가 없다’고 했던 푸틴과 시진핑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실 시진핑은 푸틴이 김정은을 러시아로 초청해 마치 러시아의 모든 첨단 기술들을 북한으로 이전해 줄 듯한 모양새를 보인 것 자체에 대해 심히 불쾌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정은이 푸틴의 면전에서 “러시아는 북한의 대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선언한 것에 대해서는 시진핑이 엄청난 분노를 표시했다는 전언도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보다 러시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 자체가 김정은이 중국을 배신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김정은의 북한에 러시아가 첨단 기술을 전수한다는 것에 대해 시진핑은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만약 김정은이 푸틴으로부터 핵과 미사일 등의 기술을 전수받아 군사강국으로 성장해 간다면 제일 불편해 할 나라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우리가 갖고 있는 이 핵무기가 베이징을 향할 수도 있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말한 것으로 중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런 김정은이 중국을 만만하게 볼 정도로 군사기술을 성장시키는 것을 시진핑이 결코 용납할 리가 없다.
사실 김정은이 러시아에 대해 그렇게 말한 배경에는 중국은 결코 자신들에게 첨단 기술을 전수해 주지 아니하지만 러시아는 그렇게 해 줄 듯한 태도를 보여 주니 그렇게 혹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김정은의 태도를 잘 알고 있는 시진핑이 푸틴에게 김정은과의 관계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기를 권했을 것이다. 말이 권면이지 사실은 푸틴에 대해 경고를 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은 러시아와 결코 동맹을 맺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북한-중국-러시아라는 3각관계의 굴레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시진핑은 거부한다. 중국이 북한이나 힘이 빠진 러시아와 같은 라인에서 거론되는 것 자체를 시진핑이 싫어한다고 보면 된다. 또 이런 태도를 김정은은 못마땅해 한다. 그래서 김정은은 푸틴에게 마치 양자동맹이라도 원하는 듯한 우호적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푸틴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시진핑은 극력 반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러한 내막을 알고 있는 김정은이 이번 한일중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에 대해 적극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푸틴의 방북은 지난해 10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본격적으로 거론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中 권력서열 3위 방북 자체가 실수” 비판한 중국 학자]
이런 가운데 중국 최고의 석학으로 통하는 션즈화 상하이 화동사범대 종신교수가 “지난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북한 방문은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줬으며,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러시아 북한과의) 동맹에 합류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션즈화 교수가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힌 것인데 그는 이어 “작금의 국제 정세를 보면 러시아가 북한과 매우 가까워진 걸 관찰할 수 있고, 중국과 미국 관계가 악화한 이후 한·미·일 3국이 군사적으로 긴밀해졌으며, 북방 삼각(중국·러시아·북한)과 남방 삼각(한국·미국·일본) 대립 패턴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렇게까지 가면 전면적인 갈등을 부르게 돼 위험으로 치달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션 교수는 이어 러시아 문제와 관련, “푸틴 대통령이 코커서스·체첸·벨라루스·우크라이나 등에서 해온 일을 보면 러시아 제국 재건에 나서 과거의 영향력을 되찾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이는 중국에 실질적인 안보 위협일뿐더러 미국과 서방도 반대하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푸틴의 최근 행보 자체가 러시아 제국 건설이라는 측면이 강한데 중국이 이에 동조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으며, 만약 푸틴의 꿈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중국에게도 해가 되는 일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이해한다면 중국이 왜 푸틴에게 그렇게 냉정하게 대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이렇게 푸틴과도 거리를 두는 중국에 대해 김정은은 불안하기도 하고 또 불만이 가득할 것이다. 또 그런 김정은을 바라보는 시진핑 역시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을 둘러싼 북중러 3각관계는 이렇게 미묘한 삐걱거림 속에서 상당히 시끄러운 소음을 내고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