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을 버렸다?” 대북 영향력 약해진 中]
북한이 의도적으로 러시아와 밀착을 하면서 사실상 중국과는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북한 김정은의 태도에 대해 중국이 보복에 가까운 대북조치들을 취할 것으로 보여 과연 북중관계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평양이 최근 북한의 조선중앙TV의 송신위성을 중국에서 러시아로 바꾼 것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평양과 모스크바 사이의 긴밀한 관계는 베이징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베이징이 북-중-러의 한 축으로 묘사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중국이 북한 및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과 운명공동체로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북한과 러시아와는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SCMP는 이어 “북한으로서는 그들이 원하는만큼 중국이 지원을 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러시아가 그러한 부족한 부분을 대체해 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러시아와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다”면서 “그러한 북한의 의도가 북러조약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SCMP에 “북러간의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이 중국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북한에게 있어 유일한 동맹국은 중국이었고, 북한 급변사태시 중국만이 유일하게 북한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이젠 준군사동맹 성격의 이 조약으로 인해 러시아도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그만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아직도 북한의 무역량이 95% 가량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진정으로 중국으로부터 자율적 권한을 확보하려면 중국으로부터의 의존도도 줄여야만 한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 현실이 중국으로부터 러시아로 무역국 전환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사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해 올 품목이 식량과 석유 말고는 딱히 없는데다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왔던 값싼 경공업 제품들은 러시아에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이점으로부터 출발한다.
[북한과 본격 거리두기 나선 중국, 북러 밀착 보복 나섰다!]
북중간의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화여대 박원곤 교수는 SCMP에 “북한과 중국이 양국간 불화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최근 행보는 북중간 분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한다는 이미지를 남기고 싶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에 본격적으로 무기를 지원하는 북한과는 현격한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고 봤다.
박원곤 교수는 이어 “이런 차원에서 중국은 북한과 거리두기를 하려 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신냉전 구도 구축에도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북한 역시 중국의 이러한 견해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우선적으로 김정은은 “북-중-러를 기반으로 한 연대를 강력하게 구축해 나가야 한다”면서 “세계는 이미 새로운 냉전 시기에 돌입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렇게 완전히 엇나가는 북한에 대해 중국도 이젠 적절한 경고와 함께 처벌적 보복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9일, “中, ‘北 노동자 다 나가라’… 러와 밀착 北 ‘돈줄’ 죈다“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통해 ”중국이 최근 북한 당국에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전원 귀국시키라’는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면서 ”10만 명가량으로 추산되는 중국 내 북한 노동자 대부분의 체류 허가 기한이 조만간 대거 만료되는데, 중국이 이들에 대한 일괄 귀국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중국의 조치는 사실상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조치를 북한은 당연히 매우 당혹스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이 해외에 노동자를 파견해 ‘김정은 체제 유지의 기반’이 되는 자금을 조성하고 있는데, 그 노동자들의 90%가 중국에 집중되어 있어서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달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중국에 약 10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파견하고 있고, 북한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최대 90%를 착취해 연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중국이 진짜로 북한 노동자의 귀국이라는 카드를 현실화시킨다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같은 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 당장 김정은 통치자금이 묶여버린다는 점에서 아마도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이번 중국의 조치는 중국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김정은의 망동(妄動)에 제동을 건 것이고, 이를 통해 김정은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해석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가 파악한 바로는 북한 당국이 중국의 이 같은 요구에 중국 내 노동자를 순차적으로 귀국시키고 이를 대체할 신규 노동자를 중국에 다시 파견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러한 안을 중국이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일단 비자가 만료되는 노동자들을 전원 귀국시키되 신규 노동자는 북중관계의 진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북한의 요구를 중국이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더더욱 이 문제가 북한 내부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 파견 근로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당장 북한의 외화벌이에 심각한 타격이 생기면서 통치자금 조성에도 문제가 생기지만, 10만여명의 근로자들이 북한으로 귀국하면서 일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이 북한 내부에 어떠한 파문을 일으킬지, 또 중국에서 받은 급여들을 북한 당국이 제대로 지급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 문제가 북한 내부에 어떠한 사태로 번져갈지도 주목거리다.
[이번 기회에 김정은의 버릇을 단단히 고치겠다는 중국]
사실 북한은 중국에게 있어서 계륵같은 존재다. 그저 아무 말썽 일으키지 않고 북한 정권만 유지해 주면 그것으로 그저 감사한 상황에서 미사일 등의 도발을 일삼고 있는데다 러시아와의 안보조약까지 체결해 버리면서 유사시 북한 문제 해결의 독점적 권한까지 상실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분노는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은 스스로 중국의 분노를 자초했다. 중국에 파견된 근로자들만 하더라도 이는 엄연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사항이다. 그래서 그동안 북한은 노동 비자가 아니라 유학생 및 관광 비자들을 활용해 국제사회 감시의 눈을 피해 왔다.
문제는 그러한 비자의 중국 체류 허용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의 체류허가 연장 조치에 중국이 적극 나서지 아니하고 또 북한이 이들 근로자들의 귀국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들은 당장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중국이 완전히 갑(甲)이 되어 북한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칼을 빼들 것으로 보인다. 북-중 간 노동자 귀국 협상이 결렬되는 대로 이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불법 취업 단속 등 통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야말로 북한과 중국이 더 이상 우방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이미 대 북한 무역 통제에 나선 중국, 식량지원도 줄었다!]
눈여겨볼 것은 중국이 대북 무역도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무역의 창구를 닫으면 당장 북한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대북 수출품에 대한 세관 통제는 물론이고 석탄이나 정제유 등 암묵적으로 용인해 오던 해상 밀수까지 단속을 강화했다.
특히 우리 당국이 주목하는 것은 중국이 해상을 통해 성행하던 북-중 간 대북 밀수품 운송업 등까지 최근 보란 듯이 단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내용은 사실상 북중간의 관계가 이미 파탄 지경으로 흘러갔음을 뜻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김정은이 자초한 북중관계 파괴, 北내부 혼란 가능성도]
이러한 북중관계의 파탄은 북한 내부의 혼란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미 그러한 기미는 몇 차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월 중국 지린성 허룽에서 일어났던 북한 노동자들의 폭동사건이다. 실제로 북한 노동자 2000여 명이 임금 체불에 항의해 공장을 점거하고 대규모 시위까지 벌였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게 되면 당장 그동안 일했던 임금 문제로 북한 당국과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북한 당국이 이들 근로자들에게 정직하게 월급을 제대로 지급해 줄 리가 만무하다. 그런데 이미 자유의 맛을 봤던 이들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항명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심각한 사태로 진전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평소 김정은의 스타일로 볼 때 중국의 압박에 대해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이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핵실험 등의 강행을 통해 역으로 중국을 압박하려 들 수도 있다.
그런 북한을 향해 중국이 그동안의 일차원적 압박을 넘어 더 치명적 조치에 나서게 된다면 이때는 그야말로 북중 양국관계는 완전히 파국으로 가면서 심각한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동시에 북중관계가 최악의 파국으로 흘러갔을 때 러시아의 입장 또한 매우 난처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 편을 들 수도 없고 또한 중국 입장에 설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김정은의 잘못된 상황 판단이 과연 앞으로의 북한에 어떤 사태를 불러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