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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혈맹이라던 북중관계, 확실한 이상징후 포착, 당분간 회복 불가능! - 혈맹 강조한 김정은, 中대사는 전승절 행사 불참 - 관계 소원에 급낮춘 北中우호조약 63주년 연회 - 북중 무역도 급감, 중국에서 러시아로 갈아탔나?
  • 기사등록 2024-07-31 11: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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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 강조한 김정은, 中대사는 전승절 행사 불참]


피로 맺어진 관계, 곧 혈맹이라 부르는 북한과 중국간의 관계에 확실한 이상징후가 포착됐다. 특히 중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김정은을 향한 시진핑 주석의 불만이 그대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까지 나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 News는 30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6일 조중우의탑에 헌화하면서 중국의 한국전쟁 지원에 감사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강조한 바 있는데, 다음 날인 27일 밤 정전협정 체결 71주년(북한에선 ‘전승절’)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 왕야쥔 평양주재 중국 대사가 불참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올해 전승절 행사가 이른바 ‘꺾어지는 해’(5주년 또는 10주년이 되는 해)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의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제까지 중국은 최소한 대사라도 참석시켜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날 전승절 행사에 평양 주재 각국 외교 사절은 거의 모두 참석했다는 점에서 중국 대사의 불참은 더욱 눈에 띄었다.


이와 관련해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이나 중국 매체들은 왕대사가 열병식 행사에 불참했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전날 왕대사가 평안북도 운산의 중국인민 의용군 순교자묘지를 방문했다는 소식만 전했다.


이에 대해 NK News는 “왕야쥔 대사가 북한 전승 기념일 행사에 불참한 것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이 강화되면 미국이 역내 활동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우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NK News는 이어 “북한은 러시아에 초점을 맞추고 관광을 포함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국 관광객은 여전히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다고 중국이 평양을 중요한 외교 파트너에서 삭제한 것은 아닌 듯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NK News는 “김정은은 중국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조중우호탑을 찾았고, 이 자리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의 공헌을 치하하면서 ‘피로 맺어진 북-중 우정은 굳건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중국의 왕야쥔 대사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전승절 열병식에 불참했다는 것은 상당히 모순된다”고 짚었다.


NK 뉴스는 그러면서도 “왕야쥔 대사 불참의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탓에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관계 소원에 급낮춘 北中우호조약 63주년 연회]


북중관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은 지난 7월 11일, 평양과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우호조약 체결 63주년 기념 연회에서도 찾아 볼 수가 있다.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북중우호조약 63주년 연회 행사에 북한 최고인민회의 조중(북중)우호의원단 위원장인 김승찬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을 비롯해 관계 부문 당국자와 대사관 외교관, 북한 주재 중국 기업, 언론, 화교, 유학생 대표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 행사를 바라보는 북한과 중국의 시각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일단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행사에 관해 보도했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보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국 신화통신은 연회 개최 사실을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참석자의 격도 과거에 비해 확실히 낮아졌다. 그간 중국대사관과 북한대사관이 우호조약 체결을 기념해 주재국에서 개최해 온 연회에는 북한에선 주로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해왔으나, 올해는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반영하듯 최고인민회의 조중(북중)우호의원단 위원장으로 급이 낮아졌다.


중국 역시 조약 체결 62주년인 지난해 베이징 연회 때만 해도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펑칭화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보냈으나 올해는 허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주임으로 급을 낮췄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올해가 수교 75주년을 맞는 해로 양국은 ‘조중 우호의 해’로 선포했지만, 양국 관계는 오히려 예전만 못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전날이 북중 우호조약 체결 63주년을 맞는 날임에도 양국 관계를 다루는 기사를 예년과 달리 한 건도 싣지 않은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중 무역도 급감, 중국에서 러시아로 갈아탔나?]


그런데 이러한 북중관계를 눈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북중간의 핵심 물품들의 교역량이 급감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30일, “올해 상반기 북한의 대중국 쌀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분의 1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571만3천 달러(약 79억원) 어치의 쌀을 수입했다. 이는 전년 동기 5천 339만 2천 달러(약 739억원)의 10.7%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밀가루 수입액도 414만 5천 달러(약 57억원) 어치로 전년 동기 1천800만 9천 달러(약 249억원)어치의 4분의 1 수준인 23%에 불과했다. 아울러 옥수수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수준으로, 질소비료 수입액은 0.32%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대해 북한 농업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에 따라 북한의 대중 쌀과 밀가루 등 곡물 수입이 감소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포탄과 미사일 등을 공급받는 대가로 북한에 쌀을 대체할 수 있는 밀가루 등 곡물을 다량 지원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NK뉴스’는 지난 5월 러시아 세관 당국 자료를 인용해 “올해 1월부터 몇 달간 러시아의 최소 5개 지역에서 북한으로 1천270t 이상의 밀가루와 최소 1천t의 옥수수가 수출됐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의 중국산 수입 감소는 비단 쌀과 같은 곡물에 국한되지 않았다. 북한이 유엔 대북 제재에 따른 수입 금지 품목을 중국에서 들여온 규모 역시 올해 상반기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VOA는 30일 또다른 기사에서 “중국은 올해 1∼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북 수출을 금지한 HS코드(국가 간 무역에서 상품 분류를 위해 지정한 식별번호) 제품 33개 품목 3만8천864달러(약 5천만원)어치를 북한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이는 작년 동기(35만5천355달러)의 10.9% 수준으로, 작년 하반기 223만7천362달러(약 31억원)와 비교하면 1.7%에 불과하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면서 처음으로 북한과 거래가 금지되는 품목에 대한 HS코드를 명시했다. 이에 따라 유엔 회원국은 철강과 철강 제품으로 분류된 HS 코드 72와 73 품목과 더불어 비금속으로 만든 공구와 각종 제품인 82와 83, 기계류인 84, 전자기기인 85, 철도용 이외 차량과 그 부품인 87 품목 등을 북한에 판매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이를 토대로 본다면 중국과 북한은 올해 상반기에도 어김없이 안보리의 금수품을 거래했지만, 중국산 금수품 수입이 거의 5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배경을 두고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당연히 예전같지 않은 북중관계의 영향으로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 품목 거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북한이 수입선을 중국에서 러시아로 바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중국이 금수품 대북 수출이 과거와 비슷한 규모지만 제재 위반 사실을 숨길 목적으로 해관총서 내용을 삭제했을 수도 있다. 또한 국제 구호단체의 대북 지원이 줄어든 여파일 수도 있다. 이들 단체는 중국에서 관련 물품을 구입해 북한에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혈맹이라던 북중관계, 도대체 왜 소원해졌을까?]


그렇다면 혈맹이라던 북중관계가 왜 이렇게 틀어졌을까? 우리 신문도 자세히 분석보도를 한 바 있지만 지난 7월 9일, 중국 당국이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전원을 귀국시키라고 북한에 여러 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은 파견 노동자들을 순차 귀국시키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비자가 만료하는 노동자를 전원 귀국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 위반이지만 여전히 수만 명, 많게는 10만 명 규모로 중국에 체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의 노동자 송출은 국제사회 제재로 외화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북한의 주요한 ‘돈줄’로 꼽히는 만큼 중국의 대규모 노동자 송환 요구는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되리라는 관측이다. 당장 북한 김정은의 돈줄이 차단당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또 중국은 최근 대북 수출 품목에 대한 세관 통제와 함께 밀수 단속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중국과 북한 사이를 이렇게 소원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북한과 러시아의 급속한 관계 진전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중국의 뜻이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시진핑 입장에서도 매우 불쾌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당장 중국과 북한이 절연을 하게 된다면 북한이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음에도 김정은이 지나치게 러시아에 배팅함으로써 외교적 상황을 어렵게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국이 북한과 적당한 거리두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경제가 매우 부정적인 상황에서 미중갈등이나 글로벌 국가들과 관계가 악화된다면 글로벌 국가들과의 무역에서 살 길을 찾고 있는 중국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북한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들어 돌연 중국이 한국과 외교적 대화를 강화하고 있고 관계 증진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이 또한 이러한 배경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단 현재 상황에서 북중관계가 급진적으로 다시 회복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전쟁 종료후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특별대우를 할 필요성을 상실하게 되면서 김정은은 외교적으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질 수밖에 없고, 그때를 중국은 기다리면서 김정은 길들이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김정은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적 카드는 그 유효기간이 별로 길지 않다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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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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