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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불쑥 휴전하자는 푸틴, 요동치는 우크라이나 전황 - 큰 야망 품고 전쟁 뛰어든 푸틴, 갑자기 휴전 제안 - 푸틴의 휴전 카드, 또다른 속임수의 시작일뿐 - 푸틴의 좌절감, 우크라이나가 재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 기사등록 2024-05-27 04: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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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야망 품고 전쟁 뛰어든 푸틴, 갑자기 휴전 제인]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 돌연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제안했다. 그동안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갈 때마다 휴전을 제안했던 푸틴이 이번에는 어떠한 이유로 돌연 휴전카드를 꺼내게 된 것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는 사이 푸틴은 나토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발트해를 넘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휴전카드를 꺼낸 푸틴의 속셈은 무엇일까?



CNN은 25일(현지시간) “푸틴은 평화 회담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우크라이나는 경계하는 것이 옳다”는 제목의 헤드라인 기사를 통해 “푸틴이 휴전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서방이 과거 러시아 외교에서 겪었던 경험의 무게를 고려할 때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모스크바가 현재 우크라이나의 약 5분의 1에 대한 점령을 동결하는 평화 회담을 고려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전쟁도 끝내자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CNN은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회담할 당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용기가 벨라루스에 도착했다는 미확인 보도도 있었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야누코비치는 친러시아·반서방 노선을 걷다 2013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축출됐는데, 러시아가 또다시 우크라이나에 '대리인'을 집권시키려 한다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푸틴이 젤렌스키 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는 점이다. 푸틴은 루카셴코와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시 상황에서 선거 없이 대통령직을 이어가고 있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직무 수행 적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푸틴이 돌연 휴전 협상을 제안한 이유는?]


그렇다면 푸틴이 돌연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CNN은 이에 대해 “크렘린궁에게 외교는 항상 군사적 도구였다”면서 “2015년 시리아에서 반군 장악 지역의 민간인을 폭격하면서 평화를 이야기했고, 2015년 러시아 군대와 그 대리인들이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요충지인 데발체베(Debaltseve)를 전면 공격하는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와 평화를 이야기했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어 “러시아의 진정성을 불신하는 것은 냉소적인 태도가 아니라 현실적인 필요성”이라고 전제하면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종료할 평화 회담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6월 15∼16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우크라이나와 주요국들은 러시아가 불참한 가운데 평화회의에서 평화 회담 조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크렘린이 마침내 군사적으로 지치거나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취할 수 있는 퇴로를 위한 모멘텀을 구축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역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러시아가 패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평화협상을 제안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은 러시아가 평화회의를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영토에 있어 어떤 양보를 감수해야 하는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평화회의의 목표가 그러하기 때문에 이 회의에 중국도 초청하지 않았다. 이것이 중요한 노림수라는 것이 CNN의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푸틴의 평화회담 언급은 스위스에서 열리는 평화회의를 방해하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라면서 “푸틴은 현재 우크라이나 침략을 끝내려는 욕구가 없다. 이것이 그가 스위스 정상회담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둘째, 정말 눈여겨봐야 할 점은 푸틴이 서방 정부와 현재 미국 대선 캠페인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푸틴은 유럽의 포퓰리스트나 미국의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현재 우크라이나가 막대한 사상자를 내고 있는 전선이 갑자기 동결될 수 있는 간단한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고 불투명하게 제안하고 있다”는 것이 CNN의 분석이다.


사실상 푸틴의 이번 휴전협상 제안만으로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끝날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일부 공화당 강경론자들이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론 분열을 푸틴이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휴전 카드, 또다른 속임수의 시작일뿐]


중요한 것은 그동안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해 왔던 속임수들을 서방진영이 너무나 쉽게 믿음으로 인해 크름반도도 점령해 버렸고, 이번 우크라이나 장악을 위한 전쟁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크름반도 점령때만 해도 러시아의 거짓 해명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이 너무 쉽게 속았고, 그 결과로 크름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겼다.


또한 소련 분열 이후 우크라이나의 핵무기를 포기하게 되면 우크라이나의 영구적 평화를 보장하겠다는 러시아의 말을 듣고 선뜻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겨주었지만 그 약속 또한 푸틴에 의해 깨져 버렸다. 그런 푸틴이 무슨 약속을 한들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측은, 중요한 것은 푸틴의 약속이 아니라 현실로 푸틴이 강압적으로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18% 땅을 다시 반환하는 것부터 휴전은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합리적인 것 아닌가?


이뿐 아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원상회복을 위한 피해 복구비용 또한 온전히 러시아가 부담해야만 한다. 그런데 푸틴이 제안하는 휴전협상 카드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길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푸틴의 휴전협상카드는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또다른 눈속임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것이다.


[푸틴의 좌절감, 우크라이나가 재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사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을 추구할 때는 원대한 포부가 있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25일, “푸틴은 큰 야망을 가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뛰어 들었다”면서 “푸틴의 ‘특별군사작전’은 우크라이나의 서방 친화적 정부를 무너뜨리고 나토의 동쪽 확장을 막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가장 중요한 도시들과 몰도바까지 흑해 연안 전체를 정복하기 위함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키이우, 하르키우, 오데사 점령에 실패한 푸틴은 이제 그 점령 목표를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을 ‘해방’하는 것으로 그 목표를 낮췄다”면서 “사실 그러한 목표 달성도 쉽지 않지만 푸틴은 이미 러시아의 모든 매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떄문에 얼마든지 포장해서 과대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내다봤다.


사실 푸틴이 이렇게 우크라이나 점령 목표를 조절하면서 전쟁을 끝내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것은, 하르키우 대점령 작전이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면서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병력과 병참을 동원했지만 무기도 변변하게 없는 우크라이나군을 완전히 밀어내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러시아군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가장 많은 피해를 하르키우 전투에서 발생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여기에다 서방에서 지원한 미사일 및 무기들이 속속 우크라이나 손에 들어오면서 러시아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크름반도는 날이면 날마다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파괴되고 있는데 러시아군은 아예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레이더망까지 이미 파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는 본격적인 반격 계획을 세우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25일, “우크라이나군은 그동안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던 하르키우의 여러 지역에서 전면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공격을 지속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지원군을 받고 있지만 계속 공격을 감행하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제공한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 가능성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토니 블링컨 장관은 미국 무기를 통한 러시아 본토 공격 가능성을 허용할 수 있다고 말을 꺼냈지만 아직 백악관의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다”면서 “블링컨 장관의 긍정적 검토와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백악관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미 제한 조건을 철회한 영국의 지침이 미국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러시아가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에 푸틴이 돌연 휴전협상 카드를 꺼내 들었으며 그 대화의 당사자도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을 향해 제안한 것이다.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푸틴은 의도적으로 젤렌스키의 대통령 임기를 말하면서 협상 대상자에서 배제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푸틴의 꼼수를 미국과 서방의 관계자들은 다 꿰뚫어 보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워싱턴과 런던의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이 대화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점령 작전을 가능한 한 지속하거나 아니면 젤렌스키 대통령을 유순하고 친러시아적인 후임자로 교체하여 우크라이나 대부분을 장악하려는 목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발트해 넘보는 푸틴, 또다른 충돌 가능성도]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방부가 발트해에서의 영해 경계를 변경하는 방안을 러시아 법률 포털에 등재하면서 적극 추진하자 이 지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는 나토에 대한 러시아의 정면 도발이라는 점에서 정세가 심각해지자 러시아는 돌연 법률포털에서 이 법안을 삭제조치했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이 법안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4일까지 이 초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내년 1월 법안을 발효한다는 일정도 함께 실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러시아 국경수비대가 지난 23일 새벽,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쪽과의 경계를 구분하고 항해 경로를 표시하기 위해 나르바 강을 따라 설치한 조명 부표 50개 가운데 24개를 돌연 일방적으로 제거해 버리면서 문제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러시아가 발트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발트해에 연한 발트3국은 우크라이나 다음의 러시아 진격 목표가 발트 3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의 주(駐)영국 대사들은 지난 3월 30일 ‘발트 3국은 유럽의 새로운 전선(戰線)’이라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영국 텔레그래프에 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러시아의 총구가 남쪽(우크라이나)에서 서쪽(동유럽)으로 빠르게 선회(pivot)할 수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우리의 방위와 침략 억지력에 대한 전략적 도전(러시아의 침공)이 3년 내에 닥칠 수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발트해를 호시탐탐 노리는 러시아의 눈길에 나토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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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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