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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의 대위기, 이너서클마저 흔들린다! - 러시아 권력 핵심부에서 터져 나오는 ‘푸틴 비판론’ - 푸틴을 정면 공격한 데리파스카, 과연 숙청될까? - 푸틴 이너서클에서 확산되는 전쟁 비판론
  • 기사등록 2024-08-21 04:28:22
  • 수정 2024-08-21 05: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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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권력 핵심부에서 터져 나오는 ‘푸틴 비판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을 지탱하는 핵심부에서 전쟁에 대한 비관론과 비판론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푸틴의 권력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러시아 전문가인 ‘에이미 나이트’가 쓴 “푸틴의 이너서클이 흔들리고 있다”는 제목의 오피니언 글을 통해 “푸틴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핵심 이너서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아마도 그러한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더욱 커져 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WSJ에 따르면 푸틴의 리더십 위기는 이번이 처음 아니다. 24년 전 8월에도 러시아 쿠르스크 잠수함이 바렌츠해에서 침몰해 승무원 118명이 사망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가 푸틴에게는 첫 번째 위기였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흑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고 늑장 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이번에 푸틴을 또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 바로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진격사건이다. 쿠르스크 잠수함과 쿠르스크주 침탈사건, 교묘한 데자뷔가 지금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군이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푸틴의 허를 찌르면서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로 진격했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 공격이라는 치욕적이고 굴욕적인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푸틴에게는 당연히 대위기라 할 수 있다.


특히 수만 명이 고향을 떠나 대피해야 하는 참혹한 상황은 푸틴의 입지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해 러시아군이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고 2주가 다 되도록 격퇴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더구나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군이 패퇴할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이는 푸틴의 러시아 장악력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이젠 친크렘린 군사 블로거들마저 모스크바의 국방 능력 및 방어태세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일부 과두 정치인들은 공개적으로 전쟁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은 그동안 러시아 분위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제 러시아 내부의 강압적 분위기를 깨고 푸틴을 향한 비난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부터 핵심 이너서클에서는 불만과 불안들이 있었지만 다만 입을 다물고 있었을 뿐이었다. 2022년 침공 당시 보안위원회 서기였던 니콜라이 파트루셰프를 비롯한 그의 안보팀은 푸틴이 당시 텔레비전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고했을 때 눈에 띄게 불안해했다. 그러나 이를 공식화하거나 외부로 표출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바그너 그룹 용병 대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푸틴이 초동 진압을 하지 못하자 푸틴을 향한 불만들이 서서히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푸틴과 러시아의 미래에 대해 불안함을 느낀 여러 학자와 과학자들이 푸틴 곁을 떠나 외국으로 망명 또는 이주하기 시작했다. 파트루셰프도 이때 푸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자 결국 지난 5월 안보위원회 위원직에서 해임됐고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전쟁이 시작된지 2년반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 8월 5일, 푸틴의 핵심 측근이자 권력을 떠 받들어 온 부유한 사업가, 곧 올리가르히 중 한 명인 올레그 데리파스카가 급기야 푸틴을 향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8월 5일 일본의 닛케이아시아와의 대담을 통해 크렘린궁의 국방비 지출을 비판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친 짓'이라고 부르며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닛케이아시아는 “푸틴이 총애하는 과두 정치가이자 억만장자 재벌인 데리파스카가 전쟁을 반대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미국 국방부가 올해 2월에 발표한 추산에 따르면, 2022년 2월 이후 모스크바는 군사 작전으로 인해 최대 2,110억 달러(281조 3263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WSJ에 따르면 데리파스카가 전쟁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침공 직후 텔레그램에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평화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아시아는 “데리파스카는 2022년 12월 러시아 당국이 소치에서 자신이 소유한 호텔 단지를 압수한 이후로는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고 했다. 푸틴의 경고와 압박에 결국 입을 다문 것이다.


[푸틴을 정면 공격한 데리파스카, 과연 숙청될까?]


그랬던 데리파스카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로 진격하면서 쿠르스크 주가 우크라이나 손에 넘어가자 또다시 러시아의 소셜미디어에 전쟁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러시아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정치 철학자이자 철저한 푸틴의 책사 중 한 사람인 알렉산더 두긴은 8월 9일 텔레그램에 “이전에는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칭하는 ‘특별 군사 작전’의 러시아어 약어인 SVO에 대한 데리파스카의 입장이 모호했다”면서 “이제 그는 마음을 정했다. 그는 반대편에 서 있다. 이것은 우리 국민의 등을 찌르고 쿠르스크 지역을 침공한 우크라이나군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WSJ에 의하면 데리파스카는 90년대에 두각을 나타내며 1997년에 투자 그룹인 베이직 엘리먼트와 2000년에 알루미늄 회사인 루살을 설립했다. 그는 보리스 옐친의 사위이자 전 참모총장이었던 발렌틴 유마셰프의 딸과 결혼했다가 이혼했다. 데리파스카는 베이직 엘리먼트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건설의 대부분을 맡으면서 푸틴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


로버트 뮬러 특검은 도널드 트럼프의 전 선거 매니저 폴 매너포트와의 관계로 인해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한 수사의 일환으로 데리파스카를 조사한 바 있다. 결국 2018년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의 전 세계적인 악의적 활동에 대한 대응’으로 베이직 엘리먼트 및 다른 여러 기업과 함께 그에게 제재를 부과했다. 그만큼 데리파스카를 푸틴의 핵심 측근으로 인정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WSJ은 “푸틴 대통령은 데리파스카를 비행기 추락이나 창문 밖으로 밀려난 다른 인물들처럼 처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데리파스카도 닛케이 아시아에 “(크렘린궁)은 나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기업인)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 이너서클에서 확산되는 전쟁 비판론]


그런데 WSJ에 눈여겨본 것은 데리파스카의 전쟁 반대론이 과연 그의 혼자만의 생각일까, 아니면 러시아 재벌 그룹 상당수를 대변하는 의견일까 하는 점이었다. WSJ은 이와 관련해 “다른 재계 및 정치 엘리트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데리파스카가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 분석가인 압바스 갈리아모프는 텔레그램에서 “데리파스카는 매우 분석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기 전에 항상 다른 엘리트들의 분위기를 반영했을 것”이라면서 “데리파스카는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 분석했다.


WSJ은 “러시아 보안 및 정보계에서 인기가 높은 파트루셰프도 이러한 엘리트 중 한 명일 수 있다”면서 “그는 11월 보안 당국자들과의 회의에서 쿠르스크, 벨고로드, 브라이언스크 지역의 우크라이나 사보타주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고 짚었다.


파트루셰프는 당시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70억 루블이 넘는다”면서 “쿠르스크 등 지역의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파트루셰프의 예측대로 쿠르스크 지역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았고 그들에 의해 점령당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WSJ은 “이번 달 푸틴이 주재한 안보 회의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에 대해 논의할 때 파트루셰프가 숨죽여 ‘내가 말했잖아’라고 말한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썼다.


WSJ은 “러시아는 2년 반 동안의 분쟁 끝에 소폭의 군사적 진전을 이루었을 뿐이며, 이젠 러시아 본토가 공격당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는 약 50만 명의 사상자를 냈고 국고는 고갈되고 있다”고 짚었다.


WSJ은 그러면서 “'사악한' 서방에 맞서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선전을 꾸준히 접한 평범한 러시아인들은 항의하지 않을 것이지만 푸틴 대통령의 권력 유지에 필수적인 엘리트층의 지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 “그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언제까지나 지지할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푸틴 군대의 2/3가 사라진 전쟁, 푸틴은 건재할 수 있을까?]


이번 전쟁과 관련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일, “키이우의 통계에 따르면 푸틴은 러시아 전 병력의 3분의 2를 잃었으며,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지역을 침공하면서 러시아의 병력 부족은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집계한 바에 의하면 8월 20일 현재 러시아군의 사상자수는 60만 1800명이다. 물론 이 수치가 일부 과장되었을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건 러시아로서는 엄청난 병력 손실이 있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실제로 러시아군이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를 침공할 때만 해도 약 90만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후 전쟁이 길어지면서 푸틴은 2022년 8월에 137,000명을 더 모집했고, 2023년 12월에 170,000명을 더 모집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그런데 러시아의 병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번 우크라의 쿠르스크주 진격으로 확실하게 드러났는데 병력 충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러시아는 당황하고 있다. 실제로 군대입대자에게 과감한 보너스 지급을 약속했음에도 러시아의 지방 공무원들은 할당된 인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크렘린 관리들이 늘어나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연말 전에 새로운 동원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정도면 러시아인들도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의 핵심 측근인 올리가르히를 비롯한 과두 정치인들마저 등을 돌린다면 푸틴은 과연 지금의 입지를 그대로 유지할 수가 있을까? 푸틴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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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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