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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흑해 봉쇄’하려던 푸틴, 꼬리내린 이유? - 러, 흑해함대 공격 이유 흑해 다시 봉쇄 시도 - 러시아, “우크라 곡물수송선 다시 공격하겠다” - 국제사회 강력한 반발에 러시아 우왕좌왕
  • 기사등록 2022-11-02 06: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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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흑해함대 공격 이유 흑해 다시 봉쇄 시도]


곡물 수출을 인질로 삼은 러시아의 변덕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흑해를 지나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선박을 공격하지 않기로 한 협정을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0월 29일. “크름반도 남서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 있는 흑해 함대를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공격했다”면서 “우크라이나 항구의 농산물 수출에 관한 협정 이행을 중단한다”고 성명을 냈다.


곡물 수출과 관련된 이 협정은 지난 7월 UN과 튀르키예(터키)가 중재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출 선박을 이달 19일까지 120일간 공격하지 않기로 맺은 것인데, 러시아가 이를 뒤집은 것이다.


러시아는 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협정이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기에 협정 참여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러한 조치로 당장 국제 곡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대부분 흑해 항로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월 30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중단되면 식량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이미 심각한 식량 부족에 직면해 있는 가난한 국가들에게 치명적인 기근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곡물수출 협상 중단 선언을 한 30일, 흑해에선 우크라이나 곡물을 선적한 선박이 움직이지 못했다.


[러시아, “우크라 곡물수송선 다시 공격하겠다”]


러시아의 곡물수출 협상 이행 중단은 사실 우크라이나에서 수출하는 곡물수송선에 대한 안전 보장을 더 이상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당장 유엔과 서방세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왔다.


원래 유엔과 튀르키예가 중재를 하면서 러시아와 곡물수송 협정을 하게 된 것도 사실상 흑해를 지배하고 있는 러시아 해군으로부터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송선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는데 러시아가 이 협정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시 우크라 곡물수송선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반발은 더욱 컸다.


[국제사회 강력한 반발에 러시아 우왕좌왕]


일단 우크라이나 측은 드론 공격 주장을 즉각 부인하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의 터무니 없는 조치에 유엔과 G20 등 국제사회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러시아의 조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기근으로 위협하는 전략으로 되돌아가려는 명백한 시도”라며 “러시아를 G20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중요 곡물 수출을 방해하는 행위는 전 세계의 식량난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러시아의 협정 중단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켜 식량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유럽연합(EU)도 성명을 내고 “모든 당사국은 중요한 인도주의적 노력인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위험에 빠뜨리는 어떤 일방적 행위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러시아의 협상 파기 선언에도 흑해 항로를 지속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로이터 통신은 10월 31일(현지시간) “유엔은 이날 우크라이나·튀르키예와 흑해에서 나가는 선박 12척과 들어오는 선박 4척 등 16척을 당초 마련된 해상 통로를 통해 이동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유엔은 전날 곡물 거래 대표단 회의에서 러시아 관리가 긴급한 사안에 대해 유엔·튀르키예와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협정 이행을 감독하는 4자 공동조정센터(JCC)도 러시아에 이러한 계획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정책 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흑해 협정과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 국방장관은 “협정 재개를 위해 당사자들과 접촉 중”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협정에 영향을 미칠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유엔과 튀르키예에 의한 식량 수송 지속은 이들 선박의 안전을 유엔과 튀르키예가 직접 보장하겠다는 의미여서 사실상 러시아의 공격을 가로막는 효과를 낳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송선을 공격하게 되면 유엔과 튀르키예를 직접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러시아 입장은 곤혹스럽게 됐다.


동시에 협정의 중재자 역할을 한 유엔과 튀르키예는 러시아의 참여를 독려 중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랍연맹 정상회의 참석을 미루면서까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유엔 대변인이 밝혔다.


국제사회가 이렇게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러시아는 움찔하면서 한 발 물러섰다. 협상 전면 중단을 꺼냈던 러시아는 31일(현지시간) “협정 탈퇴가 아니라 참여 중단”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 차관은 “곡물 협정에 관한 이후 결정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대한 해명이 이뤄지고 유엔 안보리 회의가 열린 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의 식량 무기화, 꼬리내린 이유?]


현재 상황으로 보면 흑해함대의 드론 공격을 이유로 또다시 흑해를 완전 봉쇄하며 식량무기화를 통해 서방진영을 압박하려 했던 푸틴의 계획은 일단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러시아가 흑해를 또다시 봉쇄하려 한 명분은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흑해의 민간선박을 공격했다는 것인데 이는 러시아의 분명한 가짜뉴스다. 물론 아직까지 우크라이나는 공격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흑해 상공에 나타난 드론은 분명 흑해함대를 공격한 것이고, 민간선박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이는 러시아 해군 당국의 발표에서도 드러난다.


영국의 BBC는 29일(현지시간) “러시아 군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이 크름반도 항구 도시인 세바스토폴의 흑해함대에 대한 대규모 드론 공격으로 군함 1척이 손상되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러시아 군당국의 발표 어디에도 러시아의 민간선박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은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러시아 타스통신은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주지사의 말을 인용해 “오전 4시30분경 세바스토폴만 해역에서 무인항공기(UAE)와 수상 드론 등 공습이 이어졌지만 인근 전문예술대 기숙사 유리창 하나가 일부 훼손된 것 외에 추가 민간 피해는 없다”고 보도했다.


라즈보자예프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흑해함대의 방공시스템이 세바스토폴만 해역에서 공격하는 모든 드론을 격추했다”며 “도시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우리는 침착하다.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러시아군이나 해당지역 주지사가 밝힌 내용 가운데는 러시아가 흑해의 곡물수송 안전보장 협약을 꺠뜨릴 아무런 이유도, 또한 명분도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런데도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9일 흑해를 통한 곡물수송 협정 이행 중단의 명분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영국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감행한 흑해함대 군함과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사실상 전시에서는 민간선박이 아닌 해군함정은 공격을 받아도 테러라고 할 수도 없고, 이를 이유로 다른 외교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러시아가 곡물수송선 안전보장 협약 이탈 명분이 약해지자 러시아 국방부는 “공격을 받은 러시아 군함과 선박들은 곡물 수송 안전 확보에 투입된 것들”이라 설명했고, 또한 “러시아 선박 공격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드론이 우크라 남부 오데사항 해안에서 발사돼 곡물 수송 안전통로를 따라 비행했으며, 1대의 드론은 안전통로 상의 우크라이나 측 선박에서 발사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러시아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내용들이다. 러시아의 입장이 곤경에 처하자 되지도 않는 주장들로 러시아의 곡물수송 협약 중단을 합리화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푸틴도 3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선박과 함정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지금 흑해에는 러시아 해군함정 말고는 다른 군함들이 없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한 것이다. 러시아 해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선박을 비롯해 다국적 선박들을 위협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엔도 강력 대응을 선언했으며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3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지금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었다. 지금은 러시아가 무슨 말을 해도 국제사회가 전혀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흑해에서의 곡물수송선의 운항을 러시아가 방해한다든지 공격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때는 러시아의 흑해함대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푸틴이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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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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