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총선 광고판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스라엘의 장기 집권 기반을 지탱해온 초정통파 유대교 사회가 병역 특혜 축소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오는 27일 치러지는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14.3%에 달하는 초정통파 유대교 집단 '하레디'의 결속력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구축한 우파 연립정권의 존립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그동안 랍비의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투표권을 행사해온 이들 공동체는 샤스와 토라유대주의연합(UTJ) 등 전담 정당을 통해 네타냐후 행정부의 과반 확보에 결정적인 지렛대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2023년 가자지구 무력 충돌 이후 수차례 전선에 강제 차출된 일반 예비군 장병과 세속주의 우파 진영을 중심으로 병역 형평성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면서 견고했던 동맹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24년 사법부가 종교 학습자에 대한 징집 예외 관행을 무효화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특혜를 유지할 대체 입법을 약속했으나 세속 정파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끝내 입법 처리에 실패했다.
신뢰 붕괴의 여파는 초정통파 공동체 내부의 극심한 분열과 격앙된 여론으로 표출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서 초정통파 공동체를 취재하는 아론 라비노비츠는 "네타냐후 총리는 징병법 문제에서 이들 정당을 실망시켰고 거듭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해마다 입대 대상에 오르는 1만 3천여 명의 청년 중 실제 복무 비율이 10% 미만에 머물던 관행이 위태로워지자 지도부를 향한 배신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러한 기류를 타고 기존 정당 체제를 거부하는 양극단의 대안 정당들이 세를 결집하고 있다. 징집 거부 투쟁의 전면화를 내세운 '컬러 블랙'이 강경 노선을 선점한 반면, 주류 사회와의 타협 및 합의 복무를 제안하는 '하레디 퍼블릭'도 유권자 공략에 나섰다. 전체 구성원의 57%가 20세 미만인 인구 구조상, 새롭게 유입되는 청년층의 표심 분열은 보수 연정의 의석 확보선인 최소 득표율 3.25% 장벽 앞에서 치명적인 사표를 양산할 공산이 크다.
전통적으로 선거를 지휘해온 영적 지도자 랍비들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투표율 폭락도 현실화할 조짐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날 병역 회피 혐의로 42명의 청년이 체포되자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를 지켜온 토라 공부의 세계를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계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 유화적 메시지를 급파했으나, 한 번 돌아선 민심은 야권 후보를 선택하기보다는 기권으로 저항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이 같은 이탈 현상이 곧바로 정권 교체라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부패 혐의 재판과 안보 위기 대응 실패로 집권 리쿠드당의 참패가 유력시되지만, 이탈 유권자들이 세속 성향의 중도·좌파나 가디 아이젠코트 전 참모총장의 신당 대신 극우 성향의 대안 정파로 분산될 여지도 팽팽하다. 종교적 신념과 국가적 의무가 정면충돌한 이번 선거는 초정통파의 분노가 어떤 투표 행태로 분출되느냐에 따라 차기 권력 지형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Why Times Newsroom Desk
-미국 Midwest 대학교 박사
-월간 행복한 우리집 편집인
-월간 가정과 상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