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오랫동안 국시로 유지해 온 비핵 3원칙 가운데 '핵무기 반입 금지' 조항을 예외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대상에 올릴 수 있음을 공식 내비쳤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0월 14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 질의응답 자리에서 과거 민주당 정권 시절 수장이 제시했던 예외적 핵 반입 입장에 대해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다카이치 총리가 시사한 핵심 근거는 2010년 오카다 가쓰야 당시 외무상의 대국민 및 대국회 답변 내용이다. 오카다 전 외무상은 미군의 핵 탑재 함선이 일본 입항을 하지 못할 경우 자국 안위가 위태로워지는 비상사태를 전제로, 집권 세력이 위험을 무릅쓰고 결단을 내려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국가 안전보장 목적상 미군 핵 전력의 일시적 들여오기를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소유·제조·반입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비핵 3원칙 중 마지막 원칙과 상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기 이전부터 반입 금지 원칙이 지닌 현실적 한계를 지속해서 지적해온 인물이다. 그가 지난해 총재 경선 당시 출간한 저서에는 핵무기를 만들거나 보유하지 않는 방침은 유지하더라도 미군의 확장억제력에 의존하면서 반입까지 전면 불허하는 자세는 실제 안보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소신이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총리의 발언 기조에 외교 수장인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즉각 힘을 보탰다. 모테기 외무상은 과거 오카다 전 외무상 발언 시점과 비교해 현재 자국이 직면한 안보적 위협의 강도와 양상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해졌다며, 변모한 환경을 감안해 원칙 적용 방식을 종합적으로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방위력 강화를 핵심으로 연내 재정비할 예정인 3대 안보 문서에 비핵 3원칙 관련 문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정하거나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성급한 추측을 경계하면서 구체적 언급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타국 핵무기를 자국 영토에 배치해 공동 관리하는 이른바 '핵 공유' 체제 도입 구상에 대해서도 현 시점에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타당하지도 않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날 국회에서는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 소속 아베 게이시 의원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질의를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원자력 잠수함이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 않은 채, 자국으로 이어지는 해상 교통선 대다수가 서태평양으로 모이는 구조이며 이 지역 내 주변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점차 거세지고 있음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태평양 방면에서 정보 수집과 경계 감시를 수행하는 자위대 체계가 한정적이어서 해당 해역의 방위망을 보강하는 작업이 매우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 주요 우방국 및 동맹국들의 동향을 감안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안보 대책을 다듬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립정권의 한 축으로서 방위력 증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일본유신회 측은 핵 반입 금지 조항의 수정 및 원자력 잠수함 확보 논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 등에서는 연내 개정될 안보 문서에 비핵 3원칙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유사시 예외를 인정한 과거 외무상의 답변 내용을 병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