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캘럼 MI5 국장 [AP=연합뉴스]
영국 3대 정보기관의 수장들이 인공지능 기술의 무분별한 악용이 국가 안보를 뒤흔들 중대한 위협 요인이라고 판단해 내각에 강력한 경고를 전달했다.
영국 국내 보안을 담당하는 보안국(MI5)의 켄 매캘럼 국장과 해외 정보 수집을 맡는 비밀정보국(MI6)의 블레이즈 메트러웰리 국장, 정보통신본부(GCHQ)의 앤 키스트 버틀러 본부장은 정부 내각회의에 참석해 현재의 국가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는 테러 조직이나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위험 인물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이란 같은 적대적 국가 세력이 AI 기술을 악용해 국가적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이 있게 다뤄졌다. 정보 수장들은 전반적인 안보 지형을 진단하면서 기술 발전에 따른 위험의 급증세를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회의에 참석한 매캘럼 국장은 정권 각료들을 향해 "여러분이 생각해봐야 할 가장 큰 문제"라고 일침을 가하며 안보 당국의 위기감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매캘럼 국장은 이전 연례 연설에서도 잠재적 테러 세력이 선전물 제작, 무기 연구, 표적 감시 활동에 이미 AI를 도입하려 시도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국가 단위의 적대 세력 역시 선거에 개입해 여론을 조작하거나 사이버 공격의 정교함을 높이는 데 해당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경고했다.
이번 정보기관의 경고는 정부 차원의 안보 대비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연이어 제기되는 시점에 나왔다. 한 내각 관계자는 경고 신호가 끊임없이 울림에도 불구하고 실제 대응 조치는 미미한 현 상황을 과거 코로나19 대유행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 단계의 미온적 모습에 비유하기도 했다. 위험의 규모와 파급력에 비해 실제 행정부의 대비책 마련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정부사이버조율센터가 최첨단 AI 모델을 활용해 실시한 방어 역량 평가 결과도 국가 기관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최신 기술을 동원한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정부 방어망을 시험하는 해커톤 행사를 수차례 실시한 결과, 9개 정부 기관의 시스템에서 총 407건의 보안 취약점이 검출됐다. 이 가운데 1건은 공격자가 내부 컴퓨터 코드를 임의로 변조하여 핵심 디지털 서비스의 전체 가동을 마비시킬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결함이었음이 확인됐다.
특히 해당 시험용 해킹 작전에 투입된 전체 비용이 약 1만 3천 파운드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은 적대 세력이 적은 비용으로도 국가 인프라에 상상 이상의 막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소규모 예산과 범용 기술만으로도 공공기관의 핵심 시스템을 교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됨에 따라, 사이버 방어망 개편과 안보 정책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층 힘을 얻을 전망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