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당국, '바퀴벌레당' 선관위 항의 뉴델리 시위 강제진압 (뉴델리 EPA=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선거관리위원회 불공정 의혹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막으려는 경찰이 도로를 차단하고 있다.
인도 경찰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여당 편향 의혹을 비판하며 수도 뉴델리에서 대규모 집회를 시도한 청년 단체 지도부와 참가자들을 전격 체포하며 원천 봉쇄에 나섰다.
수도 뉴델리 중심부는 치안 당국의 전면적인 차단 조치로 사실상 봉쇄 상태에 빠졌다. 당국은 집회 예정 장소인 잔타르 만타르를 비롯해 시내 주요 진입로마다 대형 바리케이드와 콘크리트 구조물을 겹겹이 쌓아 올렸다. 이동통신망이 차단되고 45개에 달하는 지하철역과 주요 시장이 문을 닫았으며, 수도로 향하는 철도 운행마저 파행을 겪었다.
이번 사태는 Z세대 중심의 정당인 '바퀴벌레국민당(CJP)'이 선관위의 유권자 명단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갸네시 쿠마르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기획하면서 촉발됐다. 야권과 CJP는 선관위가 거주지 이전이나 사망 등을 이유로 약 1억 3천만 명의 유권자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에 유리하도록 야당 지지자들을 대거 삭제했다고 주장한다. 선관위 측은 단순 초안 검토 과정일 뿐이라며 부인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경찰은 CJP가 제출한 집회 신청을 불허한 데 이어, 이 날 오전 델리 공항에 도착한 CJP의 아비지트 딥케 창립자와 사우라브 다스 공동 창립자, 아슈토시 란카 대변인 등 핵심 지도부를 항공기 내부에서 곧바로 구금했다. 딥케 창립자는 현장에서 경찰을 향해 "나는 체포되려고 왔다. 나를 체포하라. 당신들이 두렵지 않다"고 일갈했으나, 경찰 관계자는 체포가 아닌 협조 요청일 뿐이라며 이들을 연행했다.
당국의 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도심 곳곳에서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선관위를 겨냥한 구호가 울려 퍼졌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탑재한 진압 차량을 배치하고 5인 이상 집회 금지령을 발령한 채 시위대를 수십 명씩 버스에 실어 날랐다. 이 과정에서 마르크스주의 인도공산당(CPI-M)의 브린다 카랏 지도자와 저명 시사 평론가 드루브 라티, 취재 중이던 온라인 매체 기자 4명, 법원 앞에서 시위하던 변호사들까지 무더기로 연행됐다.
현장을 찾은 뭄바이 출신 대학생 타냐 네기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인데 평화 시위가 무력으로 진압되고 있다"며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왜 인도 젊은이들을 두려워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야권도 일제히 정권의 독재적 태도를 규탄하고 나섰다. 아르빈드 케지리왈 보통사람당(AAP) 대표는 성명을 통해 "'바퀴벌레'들이 항공편에서 내리자마자 체포하는 것은 (정부의) 유례없는 수준의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 독재 치하에 살고 있다"고 단언했다. 야당의 존 브리타스 의원 역시 AP에 "도시 전체가 포위됐다. 시민들이 쫓겨나고 있다"면서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있느냐"라며 당국의 과잉 진압을 강력히 성토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