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격에 무너진 아파트 건물 수색중인 구조요원 [AFP=연합뉴스]
양국이 원거리 공격 수단을 동원해 서로의 후방 지역을 향한 포격을 대폭 강화하고 있으나, 최전방 전선은 극심한 인력 부족 여파로 고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보도에 의하면 금년 들어 러시아군이 확보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대략 990㎢ 수준이며, 우크라이나군 역시 약 820㎢를 다시 되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개전 후 4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양측 모두 압도적인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팽팽한 균형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이 같은 전선 고착의 근본적 배경으로는 양국 모두 겪고 있는 심각한 인력난이 지목된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일부 전방 부대의 인원이 정원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인력 수급에 큰 차질을 빚는 중이다. 동부 포크로우스크 지역에 투입된 '다빈치의 늑대들' 대대의 한 부대대장은 "현재 보유한 장비와 인력 수치로는 할당된 방어 구역을 겨우 지키는 데 그치는 실정"이라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탈영 및 병역 기피 관련 지표를 공개하며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나섰으나 구체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무인기 기술 발전으로 확보한 전술적 우위를 지상 인력 부재로 인해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개전 초기 30만 명 규모의 예비군 동원령을 발령했으나 대규모 해외 도피 등 극심한 사회적 반발을 겪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는 파격적인 금전적 보상과 혜택을 내세워 지원자를 모집하는 방식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아울러 무인기의 성능과 운용 거리가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전용 부대로 배치되는 인력 소요가 급증한 점도 최전선 보병 전력을 충분히 충원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지상전의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서 양측의 공격 화력은 후방 기반 시설과 도심지로 집중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민간인 희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 날 러시아가 감행한 대대적인 공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최소 28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공격에는 대응이 까다로운 고성능 탄도미사일과 제트추진 방식의 무인기가 대거 투입되어 키이우 등 주요 거점 도시의 주거용 아파트가 파괴되고 대형 화재가 잇따랐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군 역시 페름, 사마라, 아스트라한 등 러시아 주요 지역의 정유 시설을 비롯한 4곳의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며 맞불을 놓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속 닉 레이놀즈 연구원은 "전선이 현 시점에서 사실상 동결됨에 따라 전체적인 전황의 힘의 균형에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