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스 쿨베르그스 총리 선거 포스터 [AFP=연합뉴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해의 관문 라트비아가 3일(현지시간) 향후 4년간 국가 국정을 책임질 사에이마(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총선 투표에 돌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부 전선이자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라트비아는 인접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대응 및 국가 안보 확보가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선거에 참여한 대부분의 주요 정당이 강경한 반러시아 정책 및 유럽 통합,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기존 정부의 안보 기조는 큰 틀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라트비아 선거관리위원회 및 공영방송 LSM 등에 따르면 100석의 의석을 놓고 14개 정당에서 총 1천428명의 후보가 출마해 경합을 벌인다. 의석 배정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5%의 정당 득표율을 확보해야 하며, 약 150만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이번 투표는 이 날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현지 정국은 지난 5월 우크라이나 드론의 영공 침범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으로 에비카 실리냐 총리와 안드리스 스프루츠 국방장관이 동반 사퇴하면서 연립정부가 해산되는 진통을 겪었다. 이후 출범한 안드리스 쿨베르그스 총리의 중도우파 연합은 5개월간 한시적으로 국정을 맡아온 상태다.
여론조사에서는 쿨베르그스 총리가 이끄는 '통합목록(AS)'이 22.7%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통합목록이 제1당 지위를 확보할 경우 국민연합(NA), 신통합당(JV), 녹색농민연합(ZZS) 등이 참여하는 기존 중도우파 연합이 국정 주도권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싱크탱크 라트비아전략경제연구소의 로베르츠 키츠 연구원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국방과 안보가 최우선 현안"이라며,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유지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정계 전반에 광범위한 동의가 형성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둔화된 경제 여건을 고리로 세력을 확대한 포퓰리즘 정당의 신장세가 연정 구성의 변수로 꼽힌다. 라트비아의 1인당 GDP는 EU 27개 회원국 중 하위권인 세 번째에 머물러 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GDP의 2.11%에 달하는 예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집행해 지원 비중 면에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국방비 증액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주권의힘(SV)'은 14.1%의 지지율로 2위에 올랐으나, 친러시아 성향으로 분류되어 연정 합류 가능성은 낮다. 반면 13.1%의 지지율을 얻은 우파 포퓰리즘 성향의 '라트비아우선당(LPV)'은 향후 연정 구성 협상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쥐는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라트비아는 전체 인구 약 180만 명 가운데 러시아어 사용자가 3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공교육 내 러시아어 수업을 대폭 축소하고 EU 차원의 제재와 별개로 러시아산 물품 수입을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반러시아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한편 법에 따라 과거 소련 시절 관료나 공산당 간부 이력이 있는 인물의 총선 출마는 전면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