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단순 노무를 넘어 러시아의 군용 드론 생산 및 무기 공장에 직접 투입되어 군수물자 제작을 돕고 있는 실태가 공식 조사 결과 밝혀졌다.
한국, 미국, 일본을 포함한 11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은 2026년 9월 16일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및 회피 실태를 다룬 제3차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4년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해체 이후 발생한 대북 제재 감시 기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출범한 MSMT가 수집한 핵심 정보를 담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 알라부가 경제특구에 위치한 드론 공장에 대거 배치되어 러시아 군이 사용할 군용 드론을 직접 제조하는 공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러시아 내 무기 공장, 철강 가공시설, 조선단지 등 전략적 핵심 시설에 투입되어 군사 장비 생산 전반을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현지 체류 인원은 1만 5천 명에서 3만 명 규모로 추산되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노동력 부족을 겪는 러시아의 수요와 북러 협력 강화 기조에 맞물려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양국 국경 지역의 재건 사업 현장, 스보보드니 우주기지 인근 주거시설 건설 현장, 극동 지역 벌목장 등지까지 투입 범위가 확대됐다.
러시아 입국 과정에서는 대부분 학업 비자가 악용됐다. 지난해 러시아가 북한 주민에게 발급한 비자의 98% 이상이 학업 비자였으며, 노동자들은 현장 실습 형태를 위장해 건설 및 농축산 현장에 파견됐다. 러시아 정부는 학업 비자 소지자의 수익 활동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해 북한 노동자의 현지 취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1명이 올리는 연간 소득은 평균 7천500달러 수준으로, 일부 업종의 월급은 중국 파견 노동자보다 최대 5배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북한 노동자가 가장 많이 체류하는 국가로, 최소 2만 명에서 최대 7만 명 수준의 인력이 머물고 있다. 랴오닝성과 지린성 등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의류, 수산물 가공 등 노동집약적 업종과 정보통신(IT) 분야에 주로 종사한다. 지난해 5월 이후 단둥 세관을 통한 입국이 빈번하게 포착됐으며, 지린성 용정시 산업단지에 약 4천600명, 훈춘시에 약 7천800명이 파견된 사례가 확인됐다. 북한 당국은 전자제품 조립 공장으로의 인력 송출도 지속해서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과 러시아 외에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최소 17개국에 체류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최소 3만 5천600명에서 최대 10만 1천280명의 북한 노동자가 활동하며, 지난해 기준 4억 5천만 달러에서 8억 달러(약 6천억~1조 700억 원) 상당의 외화를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당국은 이들이 벌어들인 임금의 80~90%를 국가 몫으로 강제 몰수하고 있으며, 일부 현장에서는 몰수액이 실수령액을 초과해 노동자가 당국에 빚을 지는 기형적 구조까지 나타났다. 징수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중국과 러시아 소재 북한 무역회사를 거쳐 군수물자 조달에 쓰이거나 북한 본국으로 송금됐다. 자금 이동에는 유엔 제재 대상인 조선무역은행과 조선광선은행이 동원됐으며, 외교 차량이나 행낭, 해외 출장자를 통한 현금 직접 운반 수법도 활용됐다.
MSMT 참여국들은 보고서 발표와 함께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수입이 불법적인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의 핵심 자금원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대북 제재 감시의 효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가 이전 전문가패널과 동일한 권한 및 구조를 갖춘 전담 기구를 조속히 재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