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전에서 교착 상태에 빠지자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겨냥한 비정규적 회색지대 공격을 대폭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전황이 악화하자 러시아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꺾고 나토 동맹 구도를 흔들기 위해 사보타주와 사이버 공작, 영공 침범 등 다양한 비정규적 공세를 적극적으로 감행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나토 회원국 내부의 불안을 가중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자원 지원을 차단하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의 사하이다치니 안보센터 집계 자료를 보면 러시아의 개입이 확인된 영공 침범, 사이버 공격, 해상 침범, 잠재적 군사 위협, 사보타주 사례는 2024년 월평균 10건 안팎에서 4월 이후 월평균 15건가량으로 급증했다. 수사 단계에 있어 공식 집계에서 누락된 의심 정황까지 합산할 경우 실제 발생한 회색지대 공세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각지에서는 러시아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공작 사건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이달 초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 인근에서는 우크라이나 화물기 계류장 주변을 포함해 정체불명의 드론 3대가 발견됐다. 에스토니아 당국은 방위산업체 밀렘로보틱스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연계 조직을 지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와 불가리아, 핀란드 내 군수 공장을 겨냥한 방화 및 공작 의혹 사건 역시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안보 당국은 러시아의 나토 흔들기 행보를 엄중하게 감시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향후 수년 내에 나토 회원국을 상태로 사이버 공격이나 소규모 지상군 침범 등 제한적 공세를 감행해 나토의 집단방위 의지를 시험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 국장은 모스크바를 전격 방문해 러시아 측에 미국이 나토 동맹국을 철저히 수호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리투아니아 국가안보국의 레미기우스 브리디키스 국장은 "러시아는 나토 국가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지지를 약화할만한 방법을 찾는 중"이라며 "그 과정에서 부수적인 효과로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 같은 공작이 실제로 동맹 분열이라는 목적을 달성할지는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나토 회원국들은 군사 지원을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으며, 자체 국방비 지출을 증액하는 등 안보 태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의 공세는 나토 회원국 내 반러시아 감정을 자극하는 반작용을 부르고 있다. 전통적으로 친러시아 성향 유권자가 많았던 루마니아에서는 드론 침범으로 주거지 화재가 발생하고 상공에서 드론이 격추되는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 기류가 급변했다. 루마니아 정부는 드론 침범 사태에 강하게 항의하며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고, 러시아 대사관 소속 외교관 1명을 추방하는 강경 조치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