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정유시설 피격…"이제 전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일상"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정밀 타격 기술을 앞세워 올해 러시아의 핵심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공격함에 따라 러시아 내부의 연료난이 악화하고 전쟁 속 평온한 일상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지상전 중심이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무력 충돌이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원거리 공방전으로 확대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영국 경제 전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올해 들어 무인 항공기를 동원해 러시아 정유 공장 등 주요 인프라를 최소 194차례나 기습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무려 11배나 급증한 규모다. 특히 지난 5월 한 달 동안에만 16번의 공습이 집중되며 월간 최다 수치를 갈아치웠고, 지난달에는 수도 모스크바 중심부에 위치한 대규모 정유 시설까지 잇따라 피격당했다. 핵심 생산 기지가 연이어 파괴되면서 러시아 경제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연료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주민들의 일상적인 경제적 움직임도 크게 위축됐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공습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국 무인기 기술력 향상에 따른 정밀 제어 능력과 대량 생산 체계 구축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우방국인 미국의 전폭적인 첩보 지원도 결정적인 대목으로 작용했다. 현지 고위급 인사들은 "미국이 드론을 운용하기에 가장 안전한 비행 경로를 사전에 식별해 주고, 러시아 측의 대공 감시망을 효과적으로 우회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빈번해지는 공습은 크렘린궁의 방공 역량에 상당한 과부하를 가하고 있으며, 상반기 동안 요격한 자폭 드론만 6만 3천 대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초반에는 월 요격 건수가 수천 대 수준에 머물렀으나, 전황이 격화된 5월과 6월에는 각각 1만 4천여 대와 1만 7천여 대까지 치솟으며 방공망 유지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현지 군사 싱크탱크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전략기술분석센터의 루스란 푸호프 소장은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공습은 전쟁 중에도 본토의 안락한 일상이 영원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믿던 러시아 사회의 환상을 완전히 깨뜨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이 무조건 자국의 편이라고 오판했다"며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기는커녕, 그들이 적진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는 대량의 무기 생산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만 벌어준 꼴이 됐다"고 정면으로 꼬집었다.
러시아의 보복 수위 역시 이에 못지않게 거세지는 형국이다. 취합된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을 겨냥해 발사된 러시아의 미사일과 자폭 드론의 총량도 이미 5천 발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수도 키이우를 향해 미사일 74발과 무인기 500여 대를 한꺼번에 쏟아붓는 무차별 융단폭격이 감행되기도 했다. 당시 참상과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공습 직후 성명을 통해 "이러한 대규모 야만적 공격으로 인해 본토에서 최소 30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90명에 달하는 이들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양측이 이처럼 서로에게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히려는 이유는 향후 전개될 종전 협상 테이블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고도의 주도권 싸움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장의 포성이 가팔라지면서 단기간 내에 평화적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중론이다. 우크라이나 외교가 일각에서는 미국이 다리를 놓는 중재 회담이 빨라야 이번 여름철이 완전히 지나간 이후에나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역시 "현재 크렘린궁은 그 어떤 양보나 타협의 기색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설정한 영토적 최대 목표치에만 화력을 집중하고 있어, 내년 2월 전까지는 실효성 있는 회담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덧붙였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