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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에 밀린 '슈퍼갑' 애플, 메모리 대란에 가격 인상 불가피 - AI 서버 중심 메모리 공급난 - 애플, 비용 압박에 가격 인상 예고 - 협상 우위 사라진 '슈퍼갑'의 굴욕
  • 기사등록 2026-06-20 0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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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열풍이 촉발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이 글로벌 IT 공룡 애플의 가격 협상력을 꺾으며 기기값 인상을 강제하는 변수로 작용했다.


강력한 자금 동원력과 공급망 장악력을 토대로 파트너사들과의 협상에서 항상 주도권을 쥐어왔던 애플이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시장 주도권을 위협받고 있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서버용 제품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스마트폰과 같은 일반 소비자 기기에 들어갈 칩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과거의 협상 우위가 무색하게 부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애플은 제품 출고가 인상이라는 고육지책을 검토하는 처지에 놓였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칩 비용 급증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한계에 다다랐음을 인정했다. 그동안 애플은 부품값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으려 노력해 왔으나, 이제는 기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국면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인상 폭에 대해선 함구했으나, 시장에서는 애플의 수익성 방어를 위한 단가 조정이 곧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의 가격 정책 변화가 판매량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의 왐시 모한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이폰 프로 시리즈의 가격이 기존 예상보다 100달러가량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고가 전략을 고수해 온 애플 입장에서 이번 인상은 소비자 수요 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 앞서 애플은 올해 신형 기기의 핵심 AI 기능을 최고가 모델 3종에만 탑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칩 공급 시장에서 애플의 존재감은 급성장하는 엔비디아에 밀리는 형국이다. 엔비디아는 막대한 잉여현금흐름을 바탕으로 D램 제조업체들의 핵심 고객사로 급부상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 초 콘퍼런스에서 "모든 D램 제조사로부터 수백억 달러 규모의 칩을 직접 구매하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시장 장악력을 과시했다. 애플이 현재 겪는 상황은 압도적 공급망 우위를 누리던 과거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애플의 구조적 한계도 문제를 심화한다. 경쟁 기술 기업들은 메모리 구매 비용을 자본지출로 처리해 시간이 흐르며 상각할 수 있지만, 애플은 칩 구매 비용이 매출원가에 즉각 반영되어 영업이익률 하락으로 직결되는 회계 구조를 가지고 있다. 멜리사 웨더스 도이치방크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2028년 이후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AI 수요가 시장 전반을 빨아들이는 현상이 지속되는 한 애플의 공급난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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