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도심에서 행진하는 시위대 [EPA=연합뉴스. ]이란에서 장기화된 경제난과 화폐 가치 폭락으로 촉발된 민심의 분노가 상인 계층을 넘어 대학가로 빠르게 번지며 정권의 새로운 위기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달 28일 테헤란 상인들이 상점 문을 닫으며 시작된 이번 시위는 인플레이션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시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으며 세를 불렸다. 특히 서방의 제재 속에 이란 리알화 가치는 최근 1달러당 142만 리알이라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는 2015년 달러당 3만 2천 리알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화폐 가치가 약 44분의 1 토막 난 수치다. 경제적 생존권을 위협받은 상인들의 분노는 곧바로 청년층으로 이어져, 시위 나흘째인 현재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 10여 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유를 외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특징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나타난 'Z세대 주도의 반정부 시위' 양상이 이란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청년들은 기득권의 부패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에 정면으로 저항하며 보안 병력과 충돌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되는 영상에는 캠퍼스 인근에서 최루탄 연기 속에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 긴박한 현지 상황을 보여준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란 지도부는 이례적으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며 진화에 나섰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민 생계의 압박을 잘 알고 있다"며 내무부에 시위대의 요구를 경청할 것을 지시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조차 "책임감을 갖고 시위를 다뤄야 한다"며 당부하고 나섰다. 특히 당국은 민심 이반의 핵심 원인인 리알화 폭락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앙은행 총재를 즉각 경질하고 압돌나세르 헴마티 신임 총재를 임명하며 경제 안정화 의지를 피력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2022년 '히잡 반대' 시위 당시 수백 명의 희생자를 냈던 무력 진압 방식과는 차이를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정부가 이번 시위를 체제 전복을 꾀하는 정치적 도전보다는 생존권 차원의 경제적 불만으로 규정하고, '경제적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조하며 분노를 돌리려 한다고 분석했다. 골람 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사법부 수장 역시 환율 변동 책임자에 대한 신속한 처벌을 촉구하며 정부의 수습 노력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유화책이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모하마드 모바헤디아자드 검찰총장이 "경제 시위를 악용하려는 시도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시위 구호가 체제 비판으로 전환될 경우 언제든 강경 진압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정학 분석가 무스타파 파크자드는 "정부는 시위대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미 단순한 경제 개선을 넘어 근본적인 체제 변화를 열망하고 있다"고 진단해 향후 사태가 장기적인 반체제 운동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Why Times Newsroom Desk
-미국 Midwest 대학교 박사
-월간 행복한 우리집 편집인
-월간 가정과 상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