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오성홍기를 배경으로 한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중국 규제 당국이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인공지능(AI) 칩 ‘RTX 6000D’의 구매와 테스트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주요 기업에 관련 आदेश을 전달하며 사실상 신규 도입을 차단했다.
해당 조치로 일부 기업들이 추진하던 대규모 도입 계획도 멈춰 섰다. 기업들은 수만 개 규모의 칩 주문을 검토하고 서버 공급업체와 테스트를 진행해왔지만, 당국의 지시 이후 모든 절차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순 권고 수준을 넘어 강제적 통제로 해석된다.
이번 조치는 기존 규제보다 한층 강화된 것이다. 중국 당국은 앞서 엔비디아의 또 다른 중국 전용 칩인 ‘H20’에 대해서도 구매 제한을 요구했으며, 특히 정부 및 안보 관련 업무에 사용하는 것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저사양 칩까지 포함하면서 통제 범위를 넓혔다.
배경에는 미국과의 기술 경쟁 속에서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 중국 기업 임원은 “이제 메시지가 더욱 분명해졌다”며 “엔비디아 공급 재개를 기대하기보다 국내 시스템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제품 경쟁력 문제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RTX 6000D가 성능 테스트에서 최신 소비자용 GPU보다 낮은 평가를 받으며 중국 시장에서 매력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칩은 최신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이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대신 일반 GDDR 메모리를 사용해 성능 한계가 지적된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들은 AI 학습까지 가능한 상대적으로 고성능 제품인 H20에 더 큰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H20 역시 미국의 수출 통제로 공급이 제한되면서 실제 확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4월 수출이 금지됐다가 7월 미중 협상 이후 일부 허용됐지만, 실제 출하는 지연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대중국 수출 재개 조건으로 매출의 일정 비율을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했지만, 관련 규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공급 정상화는 불투명하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중국 당국이 자체 기술 개발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치는 단순한 수입 제한을 넘어 중국 기업들에게 ‘탈(脫)엔비디아’를 요구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갈등도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