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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04 04:40:10
  • 수정 2026-03-27 13: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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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칭더 대만 총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만은 무력 과시 대신 역사 기억과 민주주의 수호로 평화를 기념한다는 메시지를 내며 중국의 대규모 열병식에 맞섰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군인의 날인 이 날 항일전쟁 전사자를 기리는 타이베이 국민혁명충렬사를 참배한 뒤 SNS를 통해 평화와 역사 기억을 강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만 국민은 평화를 사랑한다”며 “총대를 들고 평화를 기념하지 않는다”고 언급해 같은 날 열린 중국의 대규모 군사 열병식을 에둘러 비판했다.


라이 총통은 이어 “선열을 기리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길”이라며 군사력의 목적 역시 “가족과 국가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격이나 확장을 위한 무력 사용과는 선을 긋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한 그는 80년 전 연합국의 종전 서명을 언급하며 “단결하면 승리하고 침략하면 패배한다는 교훈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항일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는 동시에 현재의 국제 질서에서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함께 라이 총통은 “극단적 민족주의, 언론 통제, 다원주의 억압, 지도자 숭배 등은 모두 파시즘의 특징”이라며 ‘파시즘 부활’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는 시진핑 체제 아래 중국이 강조하는 국가주의와 권력 집중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같은 날 베이징 톈안먼 일대에서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고 핵미사일 등 첨단 무기를 공개하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동시에 중일전쟁 승리를 중국공산당이 주도했다는 역사 서사를 부각시키며 국민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대만 내부에서도 역사 인식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제1야당 국민당의 주리룬 주석은 “항일전쟁의 중심은 장제스와 국민당이었다”며 “공산당이 주도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라이 총통이 ‘승리’ 대신 ‘종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양안은 일본의 항복 문서 서명 다음 날인 9월 3일을 각각 군인의 날과 전승절로 기념하고 있지만, 해석과 기념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만은 역사적 희생과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는 반면, 중국은 국가주의와 군사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날을 계기로 양측의 갈등은 더욱 부각됐다. 대만 정부는 공무원과 퇴직 군인, 연예인 등의 중국 열병식 참석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 방침을 경고했다. 또한 공산당 중심의 항일전쟁 서사가 대만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고 반박했다.


결국 같은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방식이 양안 간 정치 체제와 정체성 차이를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으로 이어지며, 역사 인식과 군사적 긴장이 맞물린 대립이 한층 심화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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