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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대미항전’ 독려한 화웨이, 중국의 미래가 보인다! - 미국 제재에 막힌 화웨이, 돼지농장, 석탄광산 뒤진다! - 화웨이의 미래, 신사업 개척 자체가 단발마적 비명 - 화웨이에게서 미중 디커플링의 미래가 보인다!
  • 기사등록 2021-11-07 22:25:34
  • 수정 2021-11-08 08: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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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창업자, '대미 항전' 독려]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추락 일로를 걷고 있던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華爲) 그룹의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맞서 직원들에게 "평화는 투쟁을 통해서 성취할 수 있다"면서 “끝까지 싸우라”고 주문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고강도 제재로 심각한 사업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군단'(軍團) 조직 체계를 정식으로 도입하기로 했다”면서 “런정페이는 이와 관련된 내부행사에서 '영웅적인 희생' 등의 어휘를 사용하면서 임직원들에게 ‘끝까지 싸우자’고 촉구했다”는 것이다.


화웨이가 도입하기로 한 ‘군단 조직체제’란 미국 구글의 경험을 벤치마킹해 만든 것으로 '군단' 조직은 기초 연구자, 기술 전문가, 상품 전문가, 엔지니어, 마케팅 전문가, 애프터서비스 전문가를 한 부문으로 묶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상품 발전 속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런정페이는 '퇴로가 없어도 승리의 길로-군단 창설 대회'라는 제목으로 사내 온라인망에 올린 영상에서 "우리는 30년간 평화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해 노력해야 하며, 영웅적인 희생을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아무도 우리를 괴롭힐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런정페이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와 조국을 위해 죽을 것"이라면서 "역사는 우리를 기억하고, 우리가 함께 축배를 드는 날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이날 행사에서 신사업 영역 개척을 위한 석탄 광산, 항만, 스마트 고속 도로, 데이터 센터 에너지, 스마트 광발전 등 5개 부문의 군단을 출범시켰다. 모두 미국 제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분야로 기존 산업을 디지털화하는 데 주력하는 사업이다.


[화웨이가 5개 신사업군단을 출범시킨 이유?]


런정페이 회장이 ‘끝까지 싸우자’면서 ‘대미항전’을 선포하면서 5개의 신사업군단 출범을 선언했지만 속내를 보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볼 수 있다.


우선 주력분야인 통신장비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이 막히면서 사업 자체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한때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은 올들어 3분기까지의 매출은 4천558억 위안으로, 작년 동기(6천713억 위안) 대비 무려 32%나 감소했다.


시장점유율 또한 중국내에서 독보적 1위였던 화웨이는 이제 비보(Vivo), 오포(OPPO), 아너스(Honors, 중국명 영요;榮耀, 화웨이가 매각한 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샤오미와 애플에 이어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10월 7일(현지시간),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인해 타격을 받으면서 올해 최대 400억 달러(47조 4600억원) 규모의 스마트폰 매출 손실이 예상되고, 해외 진출도 막힘으로 인해 전체 매출의 2/3를 결국 중국 내수시장에 의존하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중국 언론 ‘타이메이티’의 1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업계가 모여 ‘인텔리전스 터미널 골든 씰얼라이언스’(ITGSA, Intelligent Terminal Golden Seal Alliance)라는 스마트 단말기 서비스 개발 표준을 정하는 조직을 만들었는데, 이 모임에 오포, 비보, 샤오미, 바이두, 텐센트 등 기업이 참여했는데 화웨이는 이 조직에도 끼지 못했다.


이렇게 엄청난 추락을 한 것은 주력 사업이었던 통신장비·스마트폰 부문이 미국 제재로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트럼프 정부때 중국공산당 연계 의혹을 이유로 반도체 제재를 가했고, 더불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반도체 회사가 화웨이에 미국 기술·소프트웨어가 들어간 반도체를 판매하기 전에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한마디로 미국 정부의 허락 없이는 반도체 기업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 수 없게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간 갈등상황이 극적으로 타결되지 않는 한 화웨이의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지난 10월 27일, 미국 정부는 20여년 동안 자국에서 영업해온 차이나텔레콤을 ‘잠재적’ 안보 위협을 이유로 퇴출시켰다. 미국 정부가 영업허가 취소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은 대중국 견제 조치를 해제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 의회 감독을 받는 독립 기구인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차이나텔레콤을 제재한 것은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에 있는 국영기업이어서 중국 정부의 착취, 영향력 행사, 통제의 대상이기 때문에 미국 안보에 잠재적인 위협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로써 차이나텔레콤의 미국 자회사인 ‘차이나텔레콤 아메리카스’는 60일 이내인 올 연말 안에 모든 서비스를 종료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 내에선 제2의 화웨이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내 흐름이 이렇다보니 화웨이는 더 이상 미국측의 제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미국의 제재가 비교적 덜한 부분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이미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스를 매각한 데 이어 x86서버 사업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이 2일 보도했다. 문제는 x86서버 사업을 매각하게 되면 화웨이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네트워크 장비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화웨이가 알짜 사업부문까지 매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더 이상 길이 없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공급이 어려워지자 지난 1년 반 동안 중국 내 20개 반도체 업체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중국 반도체 연합군’을 구성했다. 화웨이가 직접 제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설계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수준인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있으니, 이제 제조 분야로 가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에는 연내에 45나노미터급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향후 합작을 통해 28나노미터 생산라인을 만들 것이라는 글이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왔다.


그런데 이러한 화웨이의 계획에 대해 글로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세계 첨단 수준에 10년 이상 뒤처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화웨이가 만든다는 45나노미터 생산라인은 인텔의 2006년 수준이다. 만약 그러한 반도체로 스마트폰을 만든다면 휴대폰의 크기가 휴대폰 초기의 벽돌 사이즈로 커질 것이 뻔하다.


거기에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이 도저히 세계 수준을 따라 올 수 없는 정도라 다른 회사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그러니 결국 반도체와 관련된 사업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화웨이의 5개 신사업군단은 미래가 있을까?]


지난 2월 18일(현지 시각) 영국 BBC는 “최근 화웨이가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대응해 ‘스마트 양돈장’ 기술을 보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은 연간 매년 7억 마리의 돼지를 도축하면서 전 세계 소비량의 절반인 5000만톤 이상의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최대 양돈 산업국이다. 이러다보니 중국에서는 이미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병해충 검출 등 양돈농장의 현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화웨이가 바로 안면인식기술로 개별 돼지를 식별하고, 또 다른 기술과 결합해 돼지의 체중과 식단, 운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을 개발해 중국내에 보급하기로 했다”는 것이 BBC의 보도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화웨이 머신비전사업부의 돤 아이궈는 지난 2월 15일 자신의 웨이보에 “화웨이가 스마트 양돈 기술을 개발했다”며 “필요한 고객의 연락을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그런데 화웨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 탄광’ 사업도 시작했다. 런정페이는 지난 2월초에 “중국 산시성 북부에 탄광혁신연구소를 열었다”면서 “탄광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줄이고 안전성·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부들이 직장에서 수트와 넥타이를 입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화웨이는 양돈과 석탄산업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화웨이가 진출할 것이며 이를 통해 “스마트폰 판매에 의존하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 2월에 런정페이가 말했던 바로 그러한 사업들을 이번에 ‘신사업 영역’이라면서 5개 부문의 군단을 출범시킨 것이다. 런정페이가 이미 언급했던 양돈과 석탄 광산 외에 소프트웨어와 전기자동차 등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항만, 스마트 고속 도로, 데이터 센터 에너지, 스마트 광발전 등을 주력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했지만 과연 그러한 사업들이 이미 고개 숙인 화웨이의 매출을 다시 되살려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WSJ도 이와 관련해 “화웨이의 신사업 분야들이 대부분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매출도 극히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사업 전망을 낮게 평가했다.


WSJ은 이어 “지난해 6월만 하더라도 화웨이의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상하이의 팝업 매장에는 줄을 섰지만 지금은 아예 썰렁하다”면서 “지금 화웨이의 매장에는 스마트폰의 경우 한쪽 구석으로 밀려났고, 대신 중앙에는 3대의 하이브리드 SUV가 자리잡고 있었다”고 전했다.


화웨이 경영진은 “테슬라가 올해 8월까지 판매한 차량의 2배 수준인 30만대를 내년에 중국 전역의 1000개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스마트폰과 5G장비 등의 매출 감소를 전기자동차 판매로 메꿀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그러나 WSJ은 “이미 전기자동차 사업에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점유를 하고 있고 또 신규 진입까지 하고 있는데다가 중국내에서도 지나친 경쟁을 우려해 통폐합을 권장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화웨이의 자동차사업 진출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래서 “화웨이 경영진들 일부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분야 또한 구글 안드로이드에 진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5G 통신장비 사업도 갈수록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우방국이기도 한 말레이시아의 경우 중국이 4G망을 구축했기 때문에 당연히 5G망도 중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최종적으로 스웨덴의 에릭슨 AB가 선택됐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의 5G망이 최종 단계에서 중국이 선택받지 못한 이유는 바로 화웨이의 지속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게는 더욱 충격이었다.


결국 “끝까지 싸우라”고 목소리를 높인 런정페이의 외침은 어찌보면 ‘단발마적 마지막 발악’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지금 화웨이가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는 신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미중충돌로 인한 디커플링의 결말을 화웨이를 통해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보여진다.


‘중국의 미래’였던 화웨이가 저렇게 처참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결국 ‘중국의 앞날’ 역시 화웨이의 길로 가게 되지는 않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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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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