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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이 들어갈 수 있을까? - 미 하원, 파이브 아이즈 추가 국가로 한국-일본-인도-독일 거론 - 파이브 아이즈에 일본만 추가되고 한국 배제시 한미동맹 위기 - 우선 쿼드국가에 참여 필수, 중국과의 관계도 선긋기 해야
  • 기사등록 2021-09-03 13:50:56
  • 수정 2021-09-03 15: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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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phic=Australian Instotute]


[美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 등 4개국 추가 논의]


미국이 주도하는 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중국과 러시아 견제 강화를 위해 한국 등 4개국을 포함하는 방안이 미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미 하원 군사위원회 산하 정보특수작전 소위원회가 작성해 공개한 2022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정보 공유 체계’ 항목에 파이브 아이 확대·강화 방안이 자세히 언급돼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일단 이 개정안에서는 “파이브 아이 창설 이후 위협의 지형이 크게 바뀌었으며, 이제 가장 큰 위협은 중국과 러시아”라고 규정하면서 “강력한 경쟁에 직면해 파이브 아이 참여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비슷한 생각을 공유한 민주국가까지 신뢰 공동체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그 대상국가로 한국·일본·인도·독일 등 4개국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또한 소위원회는 “국가정보국장은 국방부와 협력해 2022년 5월20일까지 상·하원 군사위원회와 하원 정보위원회에 현행 파이브 아이 각국의 정보·자원 공유 실태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파이브 아이즈’란?]


‘5개의 눈’이라는 의미의 파이브 아이는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때 정보 교환 경험을 쌓은 미국과 영국이 1946년 공식 ‘정보공유협약’을 맺으면서 ‘투 아이’로 시작됐다. 그러다가 같은 영미권인 캐나다가 1948년에 추가로 참여했으며, 1956년에 호주, 뉴질랜드가 가세하면서 ‘파이브 아이’로 발전됐다.


이름도 처음부터 파이브 아이로 불린 것은 아니다. 미국 기밀문서 등급 분류 중 ‘AUS/CAN/NZ/UK/US EYES ONLY’라는 이름으로 사용했던 것인데 이를 ‘파이브 아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게 된 것이다.


또한 출발은 구 소련 등의 동구권 국가들과의 냉전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보를 교환해 왔지만 나중에는 러시아나 중국 등의 중요한 적국의 국가정보나 산업기밀, 그리고 테러 예방 등의 내용들이 이들 5개국간에 공유되면서 이들 국가들을 미국의 최상위 동맹체라 부른다.


심지어 프랑스·독일, 이스라엘의 접근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폐쇄적 정보 협력체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들 파이브 아이 국가들끼리 공유되는 정보 내용은 그야말로 최고급 첩보들이라고 알려진다.


이러한 파이브 아이는 세계 최대 감청 시스템인 에셜론(ECHELON)’을 운용해 정보를 획득하고 있으며 여기에 위성은 물론이고 해저광케이블에 특수감청기기를 붙여 정보를 획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끈질기게 파이브 아이즈 참여를 희망했던 일본]


사실 파이브 아이 국가에 참여한다는 것은 미국의 최우선 동맹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일단 해당 국가와 미국간의 동맹 일체화 밀도가 깊어야만 가능하다.


또한 파이브 아이 정보동맹에 가입한다는 것은 미국과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가의 위상도 확실히 달라지고 미국이 해당 국가를 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본은 오래 전부터 집요하게 파이브 아이 국가로의 참여를 미국에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미국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지난 도널드 트럼프 정권 당시 일본이 ‘식스 아이(Six Eyes)’ 국가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일본이 영국과의 동맹, 곧 영일동맹(Anglo-Japanese Alliance)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이 바로 이러한 파이브 아이 국가 참여에 대한 열망이 그 배경에 있었다고 알려진다.


지난해 8월에도 일본의 모태기 외무상은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영국을 방문해 영국과 식스아이(Six Eyes) 구상을 논의했다. 모태기 외무상의 영국 방문 2주전인 7월 21일에도 방위성 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와 영국 외교안보위원회 위원단과의 화상회의가 열렸었는데 이 자리에서 영국은 일본의 식스 아이 국가가 되는 것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다가 지난 2월초에는 일본과 영국이 동맹국들끼리나 연다는 2+2회의를 개최하면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영-일 3국 공동 군사훈련도 하기로 하였고, 이 훈련을 위해 2017년 건조한 최신예 항공모함이자 영국 해군 최대급 함정(길이 280m·만재 톤수 6만5000t)인 '퀸 엘리자베스'를 일본 근해에 장기 파견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의 항공모함이 동북아 근해에서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는 건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지역에는 미국과 주변국 이외 나라의 항공모함이 장기간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국과 일본이 말착된 관계로 발전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일본이 파이브 아이 국가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갖는 외교안보적 의미이다. 2차 세계대전 전승국의 상징이던 파이브 아이가 마침내 패전국이었던 일본에 문이 열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외교안보전문가들은 “일본이 식스 아이 국가로 들어간다는 것은 최신 미국 무기를 도입하는 것보다 100배, 1000배 더 중요한 동아시아 안보상의 게임 체인저”라고 말하기 까지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영국의 이러한 인도-태평양지역에의 적극적 관여가 이른바 '앵글로스피어'(Anglosphere)의 부활 움직임과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앵글로스피어’란 영어를 사용하며 비슷한 문화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권역, 곧 파이브 아이 국가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바로 이 앵글로 스피어 국가들, 다시말해 파이브 아이 국가들이 한결같이 일본과 긴밀하게 움직이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들이 파이브 아이 국가에 일본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은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부시 행정부)과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작성한 이른바 '5차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일본이 포함된 '식스 아이즈' 구축을 위해 워싱턴과 도쿄가 진지하게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제안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CSIS는 "해결책: 일본은 파이브 아이즈의 공식 멤버가 될 준비가 됐다"고 편집자의 주까지 달았다.


이렇게 일본의 파이브 아이 국가 참여가 공론화되면서 기왕이면 일본만 추가할 것이 아니라 아예 대 중국 공동전략을 펴야 할 쿼드 국가에 한국까지 추가하자는 주장이 이번 하원의 소위원회 보고서에 담겨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던 한국의 파이브 아이즈 국가 참여]


그런데 사실 한국의 파이브 아이 국가로의 참여 논의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2019년 12월 12일, 미 하원 정보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일본·인도와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을 미국이 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파이브 아이'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당시 트럼프 행정부에 제안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당)이 이날 하원 정보위 보고서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법에 따른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한·일·인도 3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을 파이브 아이 수준으로 끌어올리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파이브 아이'와는 지속적으로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데 다른 파트너들과 정보 협력이 부진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 위원회는 한국, 인도, 일본과 정보를 공유하는 정책과 이를 강화할 기회가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고 했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정보동맹체인 파이브 아이 국가의 확대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시간도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파이브아이즈 참여 국가가 되려면...]


분명히 말하지만 일본이 만약 파이브 아이 국가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 기회에 반드시 한국도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일본만 들어가고 한국은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끼지 않게 된다면 한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진짜로 소외되고 고립된 나라로 추락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 말은 한국이 파이브 아이 국가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관계,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미 의회에서 추진되는 파이브 아이 국가의 확대 논의가 단시일 내에 이루어질 내용은 결코 아니다. 또한 이러한 논의가 하원에서 결정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시행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미 하원의 소위원회가 제출한 초안은 앞으로 군사위 내부 논의를 거쳐 하원 전체회의 표결, 상·하원 합동위원회 논의, 상·하원 전체회의 표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산 넘어 산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내년 5월 20일까지 행정부가 파이브 아이 국가 확대에 대한 검토를 하되 파이브 아이 확대 가능성에 대한 평가와 함께 한국 등 4개국이 참여했을 때의 장단점 등도 분석·보고할 것을 의회가 주문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 어차피 내년 3월 9일 당선될 차기 대통령 행정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하원에서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 자체가 당장 한국 정부에게는 외교적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한미동맹의 분명한 재정립과 한중관계에 대한 확고한 선긋기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공동체인 쿼드(QUAD) 참여도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도 있다.


만약 한국이 파이브 아이 국가에 추가로 참여하게 된다면 미국 등 서방과의 군사안보 결속은 더 단단해질 수 있으며, 한국의 위상 제고와 함께 정보 능력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왕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면 우리도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파이브 아이 국가 참여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다.


만약 파이브 아이 국가에 일본만 추가되고 한국이 배제된다면 이는 한미동맹에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 참여, 한국 배제’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도출되었다고 볼 수 있어서다.


아마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쿼드 국가의 확대를 1차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이를 통해 쿼드를 아시아판 나토(NATO)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이 쿼드에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쿼드의 확대가 이루어진 후 중국에 맞서 동맹국들을 규합할 수 있는 잠재적 플랫폼으로 파이브 아이 국가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지도 길이 명확하게 보인다. 지금의 문재인 정부나 차기 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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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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