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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다시 시작된 중국의 ‘호랑이 사냥’, 시진핑의 의도는? - 20년전 뿌리까지 파헤쳐 반 시진핑파 솎아내는 중국 - 시진핑 오른팔 왕치산의 대집사도 숙청, 재판받아 -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교훈 되새겨야...
  • 기사등록 2021-08-30 13:47:07
  • 수정 2021-08-30 16: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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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치산 최측근까지 ‘호랑이 사냥’에 걸려 들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 의한 '호랑이 때려잡기(打虎)'가 다시 시작됐다. 여기서 '호랑이 때려잡기‘란 고위급 인사를 '호랑이', 하위 관리를 ’파리‘라고 빗대 부르는데서 기인한다. 다시말해 고위급인사에 대한 사정작업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시진핑 집권 초기 중국의 사정 작업을 주도했던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의 보좌진을 지낸 인사가 부패 혐의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았고 재판에까지 넘겨졌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3일 중국 공산당의 사정·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시진핑 정부에서 반부패 드라이브의 선봉장으로 활약했던 중앙기율위 소속 중앙순시조 차관급 조장 둥훙(董宏)이 심각한 기율과 법률 위반 혐의로 자신이 근무했던 중앙기율검사위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그런데 그 둥훙이 8월 26일 산둥성 칭다오(靑島) 중급인민법원에서 4억6천만여 위안(약 832억원)을 받은 혐의로 1심 재판을 받았다고 27일 중국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일단 칭다오(靑島) 중급인민법원의 기소장에 따르면 둥훙은 1999~2020년 직무상 권한을 이용해 개발사업 및 공사 도급, 인사 발탁 등에서 타인의 편의를 봐주고 직간접적으로 대가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둥훙은 죄를 인정하고 반성했으며, 재판부는 추후 기일을 정해 선고할 예정이다.


[왕치산 최측근 둥훙의 기소가 의미하는 것]


그런데 둥훙의 부패혐의 기소를 중국 사회에서 아주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둥훙은 한마디로 시진핑의 오른 팔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진 왕치산 부주석의 대집사(大管家, 수석집사)였다는 점이다.


둥훙은 왕치산 밑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시진핑의 정적으로 2012년 실각한 보시라이(薄熙来) 전 충칭시 당 서기의 부친이고 1980년대 중국 공산당 8대 원로 중 한명으로 꼽히는 보이보(薄一波·1908~2007) 전 부총리의 비서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1998년 광둥성 발전연구센터 센터장으로 근무할 당시 부성장으로 부임한 왕치산의 눈에 띄어 광둥성 정부 부비서장을 맡았고, 이후 왕치산이 국무원 경제체제개혁 판공실 주임, 하이난성 당서기, 베이징 시장 등으로 옮겨갈 때마다 9년간을 비서로 따라 다녔다.


2006년 당 중앙문헌연구실 부주임으로 승진하면서 잠시 곁을 떠났다가, 2013년 왕치산이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등극하자 다시 책임순시원으로 합류해 그를 보필했다. 이렇게 따져보면 무려 14년 동안 왕치산의 비서 역할을 한 셈이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둥훙이 그동안 맡았던 직책은 중앙기율위원회에서도 ‘중앙순시조’였다는 점이다. 중앙순시조란 지방정부 최고위층과 각급 기관장 등의 당 기율, 법규 준수 여부 등을 감독하고 조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사실상의 암행어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만큼 시진핑 정권 유지의 핵심적 인물이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인물이 자신이 근무하던 바로 그 중앙기율위원회에서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이에 대해 홍콩매체 명보(明報)는 시진핑의 고위급 사정 작업을 ‘호랑이 사냥(打虎)’으로 부르는 것에 빗대 또다시 ‘호랑이’가 낙마했다면서, 특히 둥훙은 ‘호랑이 사냥 대장’으로 불린 바 있다고 소개했다.


그런 둥훙이 막강한 왕치산의 측근이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숙청 대상으로 몰렸다는 것은 지금 권력 내부에 엄청난 소용돌이가 일고 있음을 의미한다.


[둥흥의 재판 소식을 공개한 의미는?]


둥훙에 대한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 공개는 지난해 10월로 중국내 권력투쟁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여겨지던 때였다.


그런데 둥훙의 재판 소식 역시 아주 의도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일부로 대대적으로 알리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추측이 나온다.


다시 말해 둥훙의 재판 소식은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전역에서 고위직 사정 작업이 강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홍콩의 명보는 27일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전날 베이징(北京)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중국공산당의 역사 사명과 행동가지' 문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반부패와 함께 당내 특권계층 형성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앙선전부 측은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제18차 당대회 이후 (반부패로) 90여만 명이 제명됐다"면서 "특히 지난 1주일은 '가장 밀도 높은 반부패 주간'으로 8명이 낙마하고 13명이 처벌받았다"고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호랑이사냥은 중국의 대표적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의 본사가 있는 저장성 항저우(杭州)의 당서기 저우장융(周江勇)이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특히 항저우가 중국 민영경제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와 관련된 인물들을 솎아내는 한편 이곳에서 '공동 부유론' 추진에 속도를 내려 한다는 관측들이 쏟아져 나왔다.


저우장융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호랑이사냥은 폭을 넓혀가고 있는데, 북중 접경 단둥(丹東) 당서기를 지낸 랴오닝성 전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쉐헝(薛恒)을 비롯해 구이저우·간쑤·칭하이·산시(山西)·산둥성 등의 전·현직 고위직 인사도 최근 줄줄이 낙마했다.


[“시진핑은 자신만의 파벌을 만들고 있다”]


지금 중국은 시진핑 독재체제 굳히기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내년의 3연임을 위한 당대회를 앞두고 대대적인 공산당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이는 더 이상 시진핑 체제에 항거할 가능성이 있는 반 시진핑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작업과 함께 중국내의 주요 공직들을 ‘시진핑파’로 채우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호랑이사냥에 들어갔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중국인민대학 반부패 및 청렴정책 연구센터 마오자오후이(毛昭晖) 주임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는 '반부패 절정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내 권력과 호랑이사냥]


중국 정계는 그동안 3대 계파를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①태자당; 공산당 원로와 고위 간부의 자제 출신 정치세력으로 시진핑의 집권기반이다.


②공청단 ;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 출신 정치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③상하이방; 장쩌민 전 주석의 정치적 기반이다.


바로 이 세 계파는 특정 정치인의 경우 겹칠 수도 있고, 그 경우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도 있다. 상하이방의 대부인 장쩌민 전 주석도 원래는 태자당 출신이다.


중국의 권력은 그동안 이 세 집단이 돌아가며 분점을 해 왔다. 덩샤오핑이 권좌를 물려주기 전에 중국의 미래는 집단지도체제로 움직여야 하고, 이를 위해 임기도 제한하고 교대로 집권하도록 했다.


그래서 상하이방의 장쩌민, 공청단의 후진타오, 태자당의 시진핑이 순차적으로 집권했던 것이다. 이 원칙대로 하자면 시진핑 주석은 10년 2기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 물러나고 상하이방에게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


그러나 시진핑은 이 원칙을 깼다. 시진핑 주석이 자기 임기를 13년이나 넘긴 2035년까지 추진할 국가 목표를 제시하면서 장기집권의 포석을 던진 것이다. 그러면서 임기 제한도 없애 버렸다.


이와 함께 태자당 계파내 경쟁자였던 보시라이를 부패혐의로 몰아 제거했고, 자신만의 계파인 ‘시(XI,習)파’를 만들어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미 경쟁 세력이었던 장쩌민파, 곧 상하이방은 주변 인물들이 이미 연로해 쇠락하고 있어서 사실상 태자당과 공청단 계파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태자당 출신인 시진핑 주석이 ‘시파’를 만들면서 자신만의 권력기반을 만들어 가자 태자당도 시진핑파로의 흡수세력과 잔존세력들로 또 분열될 위기에 놓여 있다. 태자당 파벌이 모두 시진핑 계파로 흡수되는 듯 보여도 내부 갈등은 치열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시진핑파는 공청단과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고, 또 범(凡) 시진핑파 내 태자당 세력간에서도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태자당 출신들은 권력이 자신들의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들의 아버지가 만든 권력을 자신들이 이어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태자당 출신들은 같은 태자당이었던 시진핑 주석이 부패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 공산당 권력을 반석 위에 올려놓아 줄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왕치산이 반부패 캠페인을 벌인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문제는 시진핑 주석의 집권 2기에 들어서면서 경제개혁도 부진하고, 미국과의 신냉전 등이 이어지면서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태자당 출신들이 공공연히 시 주석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만들을 대변하면서 외부에 목소리를 크게 낸 이가 바로 태자당 출신인 ‘런즈창(任志强·69)’ 전 국영 부동산개발업체 화위안(華遠) 그룹 회장이다.


그러자 시진핑은 그를 즉각 부패 및 뇌물 수수, 공금 횡령 혐의를 적용해 징역 18년형과 420만 위안(7억2천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실 런츠창에 대한 이러한 혐의는 그동안 있었던 중국 고위층의 부패와 횡령에 비하면 조촐한 수준이었지만 그럼에도 런츠창이 시진핑에게 대항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그런데 이 런츠창이 시진핑의 오른 팔인 왕치산과 같은 태자당이기도 하고 베이징 35중학(우리나라의 중고교에 해당) 동창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중국 내부에서 나온 문건이라며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 ‘긴급 정치국 확대회의 개최 건의서’를 올렸던 홍콩 양광위성방송 천핑(陳平) 회장도 태자당 출신이다. 그는 이 문건을 통해 전현직 최고위층이 모여 시 주석의 공과를 평가하고 그의 거취를 결정하자는 건데, 사실상 시 주석에게 물러나라고 압박한 것이어서 파문이 일었다.


그리고 지난 6월부터 미국 뉴욕에 머무르면서 “중국 공산당은 좀비” “시 주석은 깡패 두목”이라고 중국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출신인 차이샤(蔡霞)도 외가 쪽이 중국 혁명에 대한 공로가 큰 태자당 출신이다.


이런 관점에서 시진핑에 의한 둥훙의 숙청 사건은 여러 가지 의미를 던져준다. 우선 시진핑은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는 충직한 신하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왕치산마저도 과거의 인연들이 얽혀있는 인맥들 때문에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은 과거의 인물들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인물들로 자신만의 계파를 만들려 한다는 점이다.


[시진핑파 형성위해 공산당 뿌리부터 교체해 간다]


‘시진핑파’, 곧 ‘시(XI,習)파’의 형성은 우선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뿌리부터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베이징(北京)대 청렴정치연구센터 좡더수이(莊德水) 부주임은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당국이 반부패 전쟁 다음 단계로 2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거 사례 조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시 주석 집권 이전인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집권기까지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북부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난 20년간의 석탄 산업 분야 부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중국 공산당의 고위직을 점령하고 있는 모든 인물들의 뿌리까지 파헤쳐서 자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반란의 세력들을 완전히 제거해 버리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신의 오른 팔이었으면서도 태자당의 뿌리였기 때문에 그 휘하에 자신에게 대들 수 있는 세력을 둔 왕치산이 사실 반면교사가 된 셈이다.


그러나 시진핑의 이른바 솎아내기식 시진핑파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특히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정면충돌과 외교적 고립, 대내적으로는 경제 위기,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계파간 갈등 등 4면에서의 높은 파고가 넘실대는데 이 모든 위기를 과연 제대로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미 중국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정치 계파를 아무리 권력을 쥔 자라고 그들을 다 숙청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 있다.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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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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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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