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북한 MZ세대 사상개조 나서는 김정은, "제 발등 찍고 있다!" - 북한 노동당에 부채의식 없는 MZ세대, 김정은에 등돌려 - 북한 MZ세대 방치하면 김정은 미래도 없다고 판단한듯 - 북한 MZ세대 사상개조? 정권 불만만 키울 것
  • 기사등록 2021-08-28 22:31:55
  • 수정 2021-08-29 08:56:56
기사수정



[북한 정권, 청년 사상통제 강화 움직임]


북한이 ‘장마당 세대’로 상징되는 MZ세대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청년교양보장법’을 만들기로 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6일,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5차회의를 9월 28일 열고 북한 젊은이들의 사상을 통제하는 법을 제정할 방침임을 예고했다.


북한 정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4월 ‘청년 세대의 옷차림과 언행 통제를 주문한 지침을 따르기 위해 취해지는 것으로 북한의 MZ세대들의 정신세계를 이대로 방치하게 되면 북한 정권의 안위를 흔들 수도 있는 비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북한의 MZ세대들이 당의 지침이나 김정은의 지도체제에 따르지 않고 지금 세대와는 다른 변화를 갈구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이러한 MZ세대들의 문화나 사상에 김정은이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당시 성장한 이른바 ‘장마당 세대’, 다시말해 MZ세대를 포함한 청년층이 북한 노동당이 제1사명으로 내세우는 체제 수호에는 별 관심이 없고 개인의 먹고사는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는 점을 북한 당국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러한 청년세대의 정신적 일탈 추세를 지금 제어하지 아니하면 김정은의 서슬 퍼런 공포통치로도 막을 수 없는 위기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들 세대들을 북한식 사회주의의 틀에 묶어 두기 위한 사상 단속법을 제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북한 청년세대들이 어떻길래 이렇게 심각할까?]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북한이 지난해 12월에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도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하는 내용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이미 제정했고, 올해 들어서도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현상 일소’ ‘새 세대 군 간부들에 대한 교양 사업과 통제 강화’ 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 사상 통제를 강화해 왔었다는 점이다.


김정은도 지난 4월 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청년 세대의 사상 정신 상태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당세포가 이들의 옷차림과 언행까지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 개조”를 주문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이렇게까지 북한의 청년세대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일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김정은까지 나서 지시를 하고 강한 어조로 ‘인간 개조’까지 언급했음에도 개선되는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는 9월에 또다시 이러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뛰어넘는 더 강하고 더 쎈 단속법 또는 규제법이 필요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의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청년층들의 ‘반 김정은주의’ 문화,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反사회주의 또는 자유주의적 기풍이 널리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현재의 체제로는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더 강력한 무기를 이번에 제시하겠다고 나선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MZ세대, ‘인간개조론’까지 나온 배경은?]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10일, “김정은이 케이팝(K-pop)을 ‘악질적인 암(vicious cancer)’으로 규정해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해주는 기사가 6월 27일 노동신문에 실렸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 ‘백절불굴의 혁명 정신은 새 승리를 향한 총진군의 위력한 무기’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우리 혁명의 밝은 미래는 백절불굴의 혁명정신,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투쟁기풍에 의하여 굳건히 담보된다”면서 “혁명의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새 세대들이 주력으로 등장하고 우리 당의 사상진지, 혁명진지, 계급진지를 허물어보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이 날로 더욱 우심해지고(심해지고) 있는 현실은 혁명전통교양이 나라와 민족의 운명과 장래를 결정하는 사활적인 문제로 된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노동신문의 이러한 논조는 사실 김정은의 생각과 뜻, 그리고 말을 그대로 옮겼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노동신문 사설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지만 지금 북한의 MZ세대들은 북한 체제의 운명을 좌우하는 혁명정신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MZ세대들의 ‘반동’을 그대로 둔다면 “북한 체제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노동신문 사설이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MZ세대들은 왜 이렇게 김정은이 볼 때 반동적이라 할 정도로 ’북한의 혁명전통교양‘에서 벗어나 있는가?


한마디로 이들 MZ세대들은 북한 노동당이 그들을 먹여 살린다는 전통적인 지침과는 무관하게 살아왔다. 그러니 당에 대한 애정이나 부채 의식도 전혀 없다. 그동안 자신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는데 있어 당이 도와준 것도 없고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들을 위해 특별히 보태준 것도 없는데 뭣 때문에 그러한 김정은과 노동당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 그 의미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MZ세대들에 대한 사이비 종교식의 세뇌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매일 사상강좌를 해도 그것이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지 못한다. 당장 내일 장마당에 나가서 어떻게 돈을 벌며 또 다가오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더 관심이 많다.


그러니 부모세대들이 ’나이어린 김정은‘을 신격화하고 수령으로 모시는 것에 대해서도 도대체 공감이 안된다.


자, 이런 MZ세대의 문화가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된다면 그 후의 북한은 어떻게 될까? 지금 북한의 20대와 30대의 인구 비중은 대충 잡아도 40%를 넘을 것이다. 이들이 앞으로 40대가 된다면 거의 60%를 점하는 북한의 인구가 김정은 체제를 무시하는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우려가 김정은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 체제의 지속성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과도 상통한다. 그들이 설혹 반정부시위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김정은 체제에 대한 무관심과 침묵적 저항으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김정은 체제는 당장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마디로 사이비 종교는 지도자에 대한 무비판적인 믿음이 사라지면 집단 자체도 존재의 의미를 잃으면서 붕괴하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의 MZ 세대들은...]


하버드대학 벨퍼센터 백지은 연구원은 “1990년대 이후 태어난 북한의 ‘장마당’ 세대는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고 미국의소리(VOA)에 말했다.


다시말해 “북한의 ‘장마당’ 세대는 음식이나 옷이 필요할 경우 이를 정권으로부터 배급 받은 게 아니라 부모에게 현금을 받아 시장에서 사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 내 시장화로 인해 정보가 자연스럽게 북한 내부로 유입되고 북한 내에서도 유통됐고 이미 이러한 문화에 젖어있는 세대이기 때문에 북한 노동당이 아무리 권력으로 목을 죄고 엄격한 통제를 실시해도 그러한 강제에 별로 구애받지 않고 그럼에도 자신들의 자유를 누리려 한다”는 것이 백지은 연구원의 주장이다.


특히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의 MZ세대들은 이미 외부로부터 유입된 정보로 인해 북한 당국의 세뇌와 교양에 설득되지도 않고 넘어가지도 않는다”고 VOA에 말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이어 “제한적이긴 해도 인구의 20%가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도 더 많은 정보에의 접근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부 정보를 한 번 접하면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것이 사람의 자연스런 심리이기 때문에 이들은 이미 김정은 사상이 아닌 나름대로 습득한 자신들만의 사상에 이미 물들어 있다”고 코헨 전 부차관보는 주장했다.


이렇게 “김정은도 감히 손댈 수 없고 이들의 존재를 그대로 방치하다간 김정은 체제, 더 나아가 북한 체제의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이 청년교양보장법이란 더 강력한 무기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백지은 연구원은 VOA에 밝혔다.


[청년교양보장법엔 무슨 내용 담을까?]


그렇다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뛰어 넘는 법으로 제정될 ‘청년교양보장법’에는 무슨 내용이 담길까?


이와 관련해 코헨 전 부차관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 젊은이들이 한국 주도 하에 하나가 된 한반도에 속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VOA에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김정은은 우선적으로 북한 MZ세대들의 사상을 완전히 개조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한류와 관련된 문화의 싹을 자르기 위한 그야말로 강력한 제재법, 한마디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규제와 징벌을 담은 법을 제정해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권의 사활을 걸고 북한내에서 북한식 사회주의 풍조가 아닌 모든 것들을 완전히 소탕하겠다는 내용을 ‘청년교양보장법’에 담을 것이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그동안 시행했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한류와 관련된 어떤 어떤 것들을 해서는 안되며 그런 부적절한 행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받는다는 개념의 법이었지만 ‘청년교양보장법’은 아예 북한의 주민들, 엄격하게 표현하자면 MZ세대들이 북한식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말과 행동, 심지어 그 머릿속까지 이러저러한 식으로 개조하라고 명령하고 지시하는 식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까지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서 제시한 내용들을 위반하면 제재를 받았지만 이젠 아예 북한식 사회주의의 사상과 모든 것을 담은 지침대로 살아가지 아니하면 무조건 벌을 주겠다는 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렇게 해서라도 북한 MZ세대들의 생각의 틀, 사고관, 가치관 모두를 통째로 개조하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청년교양보장법’ 제정과 함께 북한 내부에서는 아마도 9월 법 제정 이후부터 청년동맹대회 등의 어용단체들을 앞세워 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양 사업을 강조하며 자본주의 부르조아 문화를 강하게 배격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러함 움직임이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5월 “일부 사회주의 나라에서 과거 개인주의, 부르조아 도덕에 오염된 청년들이 공산당을 분열, 와해시키고 사회주의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며 “청년 세대가 타락하면 그런 나라에는 앞날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동신문’을 포함한 북한 관영매체들도 “청년들을 사회주의 건설자로 키우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강조하며 청년들에게 주요 건설장과 탄광, 농장 등 험지에 자원해 일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을 전위대로 내세워 강력한 단속과 규제를 시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북한 내부에서 또다시 서로를 비판하고 고발하며 죽이는 살벌한 풍조들이 횡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김정은 뜻대로 될까?]


이러한 북한의 계획에 대해 코헨 전 부차관보는 “북한 정권이 이런 법을 제정하면 많은 젊은이들을 체포하고 통제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효과를 내면서 겉으로는 잠잠해지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정권에 대한 불만을 더 키울 것”이라고 VOA에 말했다.


백지은 연구원도 “북한 정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그만큼 정권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라면서 “아울러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에 목말라 있고 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북한 내부로 정보를 들여보내는 활동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이 그렇게 가장 강력한 법으로 규제를 한들 그러한 김정은의 취지가 자신이 원하는대로 열매를 맺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청년들의 민심이반은 단순한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은이 왜 저렇게 발광하는지에 대해 그 이유를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북한의 MZ세대들이 김정은의 지시나 명령에 고분고분 순종할리 만무하다.


자고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가 오래 존재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북한 김정은에 의한 ‘청년교양보장법’은 한마디로 북한 MZ세대들의 머릿속까지 개조하겠다는 것인데, 그러한 정신적 억압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인간 기본 본성과 관련된 것이다. 용수철을 누르면 누를수록 그 반동도 커진다는 진리를 김정은은 알고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에 의한 ‘청년교양보장법’은 스스로의 운명을 단축하는 ‘발등 찍기’가 될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939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