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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北 김정은이 정치국 회의에서 불같이 화를 낸 이유? - 北정치국 회의서 김정은 대노 "방역 태만, 중대사건 발생" - 김정은, 사태 책임 물어 북한 핵심 지도부 숙청 - 북한의 위기, 김정은도 결국 인정한 셈
  • 기사등록 2021-07-01 13:07:35
  • 수정 2021-07-01 18: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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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조선중앙TV 갈무리]


[北정치국 회의서 김정은 대노 "방역 태만, 중대사건 발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코로나 방역 부문에서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간부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했다”는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의 북한 관영매체 보도가 30일 나오면서 그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폭증하고 있다.


북한 선전 매체들은 이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를 엄중히 취급하고 전당적으로 간부 혁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29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확대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이를 이유로 북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핵심 간부들을 대거 경질하는 등 문책성 조직개편을 단행해 주목을 끌고 있다.


김정은의 이러한 조치는 크게 두 가지의 이유, 곧 코로나19 방역 통제 장기화로 심각해진 식량난에 대처하지 못해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거나 코로나19 방역체계에 구멍이 생겨 확진자가 나온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들이 제기된다.


김정은은 이날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국가 중대사를 맡은 책임간부들이 세계적인 보건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 방역전의 장기화 요구에 따라 조직적·물질적·과학기술적 대책을 세우기로 한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만)했다”면서 “책임간부들이 세계적 보건 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방역전에서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엄중한 후과가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김정은은 이어 “중대과업 관철에 제동을 걸고 방해를 노는 중요 인자는 간부들의 무능과 무책임성”이라며 “현 시기 간부들의 고질적인 무책임성과 무능력이야말로 당 정책 집행에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하고 혁명사업 발전에 저해를 주는 주된 제동기”라고 거듭 비판하면서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했다.


김정은은 또 “인덕정치와 포용정책은 결코 간부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근로 인민대중에게 해당하는 정책”이라며 “일하는 흉내만 낼 뿐 진심으로 나라와 인민을 걱정하지 않고 자리 지킴이나 하는 간부들을 감싸줄 권리가 절대로 없다”고 강조하면서 간부들에 대한 강한 통제와 처벌 원칙을 밝혔다.


김정은은 더불어 “간부들 속에 나타나는 사상적 결점과 온갖 부정적 요소와의 투쟁을 전당적으로 더 드세게 벌일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경제 문제를 풀기 전에 간부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라고도 했다.


한편 이날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소개했으며 고위간부들의 비판이 이어진 대목이다.


특히 비판토론에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재룡 당 조직지도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 고위간부들이 대거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조국과 인민의 안전, 사활이 걸린 국가비상방역체계의 지속적 강화와 경제사업 인민생활 안정에 엄중한 저해"를 줌으로써 "당 중앙의 구상과 영도 실현에 해독적 후과"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북한 핵심 지도부 숙청한 김정은]


이날 정치국 회의에 마지막 부분에서 김정은은 방역 부실의 책임을 물어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일부와 당 비서를 해임시키고 간부들을 새로 임명했으나 구체적인 인사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의 상무위원회는 북한의 핵심 권력으로, 김정은을 비롯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등 5명으로 구성된 최고의사결정 기구로 인데, 이 중 군 서열 1위인 리병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군 서열 2위인 박정천 군 총참모장과 최상건 당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 등이 방역 관련 지시를 불이행해 해임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 [사진=조선중앙TV 갈무리]


이날 조선중앙TV가 15분 3초에 걸쳐 정치국 확대회의 보도를 한 바 있는데, 상무위원 해임·선거 장면에서 김정은을 비롯해 주석단에 앉은 정치국 성원들이 오른손을 들어 '동의'의 의미를 표시하는 장면을 내보냈는데, 리병철과 박정천만이 손을 들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추정하는 것이다. 이들이 거수동의에 참여할 권한이 없었다는 의미로, 이들에 대한 해임 결정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김정은이 손을 드는 순간에 리병철 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이 의결이 이들과 관련돼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같은 장면에서 최상건 당 비서의 자리는 아예 비어 있었다.


이번에 김정은에 의해 문책을 당한 이 세 사람은 모두 '코로나19 컨트롤타워'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북한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군이 방역의 최전선 역할을 맡아 왔고, 당 과학교육부는 보건부문도 관장해 왔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특히 군서열 1위와 2위인 리병철과 박정천이 지난해 군인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계급인 '군 원수'로 승진하며 이목을 끌었지만, '코로나19 전투'에서 김정은의 지시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 책임을 진 것으로 분석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북한 내부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김정은이 저렇게 대노했고 또 북한의 최상위층에 대한 문책성 인사와 숙청을 단행한 것일까? 일단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첫째는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고육지책으로 군의 비축 식량을 동원하려고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지난 6월 29일 “김정은의 특별 지시에 의해 2호미(군량미)를 풀어 9월말까지 식량을 공급하라는 지시사항이 주민들에게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3개월간 국가가 책임지고 먹는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한 것이다.


또한 매주 5일분을 세대별로 성인-아동 급수에 따라 배급량을 정확히 계산해서 공급한다는 원칙도 공표했다. 즉, “하루에 직장인 700g, 부양가족 300g, 미취학 아동 300g의 곡물을 공급한다는 뜻”이라고 데일리NK는 해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식량공급이 무료 공급은 아니며, 다만 시장에서 판매되는 쌀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청진 수남 시장에서 현재 쌀 1kg이 북한 화폐로 5800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당국은 이를 4000원에 공급해 준다”는 것이다. “말로만 ‘공급’이지, 실제로는 싸게 판다고 볼만한 대목”이라고 데일리NK는 전했다.


이러한 군량미를 푸는 과정에서 김정은의 지시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북한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그러한 문제가 김정은에게까지 보고되면서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의 숙청 사태로까지 번진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김정은은 오랜 '방역 봉쇄'로 식량난이 심각해지자 직접 전원회의에서 이를 인정하고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강조했으며, "현 난국을 반드시 헤칠(헤쳐나갈) 것"이라고 선서까지 한 상황이다.


그런데 군부대의 군량미를 푸는 과정에서 부정한 이득을 취하는 일이 발생했거나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문제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확대회의에서 "당 결정과 국가적 최중대 과업 수행을 태공(태업)한 일부 책임 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 "당 중앙의 결정 지시를 관철하기 위해 고심분투하지 않고 보신주의와 소극성에 사로잡혀 인민 생활 안정과 경제건설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과오"를 거론한 것이 김정은의 특별명령서 이행 미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이유다.


두 번째로는 코로나 19의 비상방역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북한이 당황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19 청정국을 자처해 왔지만 비상방역망에 구멍이 뚫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여기저기서 거론된다. 이는 김정은이 직접 코로나 19 방역 부문에서 '중대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 19 관련 ‘중대사건’에 대한 6월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대해 추가로 아는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한국담당 국장은 6월 30일 RFA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코로나 19가 발생한 지난해 1월부터 확진 사례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이 국경 폐쇄를 다소 완화했고, 코로나 19가 북한 내에서 퍼져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어 “일부 도시나 지역에서 코로나 19 사례가 발생해 전역으로 확산되는 데 따른 더 큰 위기 상황에 대비한 ‘예고’로서 이번 보도를 내보낸 것일 수 있다”고 추정하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 방역 조치를 관할하는 관리들의 탓으로 돌렸을 수 있다”고 봤다.


대니얼 워츠(Daniel Wertz) 전미북한위원회(NCNK) 국장도 6월 30일 RFA에 “이 보도가 북한 내 코로나 19 사례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지만 고위 관리들이 당국에서 엄격하게 금지한 북중국경을 통한 밀수를 허용하는 등 방역 조치를 소홀히 한 데 대한 경고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니얼 워츠 국장은 “이번 보도가 북한 관리들을 겨냥해 코로나 19 방역 조치에 대한 주위를 환기시키고, 당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곧바로 해임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대내용 메시지”인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RFA는 “최근 북한 당국이 코로나 19 방역을 이유로 7월부터 올해 12월 말까지 휴교령을 내렸다”고 북한 내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발생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7월 탈북민 월북으로 개성에서 감염 의심자로 확인됐을 당시에는 즉각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하고 개성을 봉쇄했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별다른 방역 강화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기, 김정은도 결국 인정한 셈]


이번 김정은의 정치국회의에서의 대노와 핵심 간부들에 대한 숙청은 결국 북한이 엄청난 위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외교전문기자도 6월 30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내부의 중요한 취재원의 말을 인용해 “최근 북중 사이에 밀무역도 진행되고 있고 양강도 혜산시나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스런 환자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정은이 체중 감소를 위해 치료를 받고 있어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여러 민감한 문제들을 보고하지 않았었는데 결국 김정은이 이런 내용을 알고 나서 너무 화가 나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김정은의 정치국회의 발언은 “식량난도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이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면서 “김정은이 빠른 시일 내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에게 지원을 요청하려는 징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마키노 요시히로 기자는 김정은의 체중 감량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그동안 김정은의 건강에 대해서는 일절 발설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김정은의 체중 감소 문제를 인정했다”면서 “김정은이 건강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스스로 체중을 줄이겠다고 결심했다고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움 부분도 있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마키노 요시히로 기자는 “김정은이 지난 4월 고난의 행군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얘기도 하고 6월 당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식량사정이 긴장하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일단 자신도 체중을 줄이면서 고생하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하는 분석이 있다”면서 “북한으로선 김정은의 체중감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찌되었건 북한은 위기상황이다. 이번 김정은의 정치국 회의 발언은 북한에게 닥쳐 온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헤쳐 나가보려는 ‘김정은의 몸부림’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북한에게 닥친 식량난은 이미 쌀값 파동으로도 나타나고 있지만 6월부터 시작된 양강도 등지의 감자 수확마저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8월부터 식량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러저래 김정은은 지금 최악의 위기 상황을 온 몸으로 부딪치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이라 더욱 답답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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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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