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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01 09: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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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의 정치적 자산을 살린다는 선의라고는 해도 햇볕정책에 집착하는 것은 위험하다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유화적이고 온정적인 태도로 가는 것이 설득력 있는가
-호남정치를 생각한다면 문재인과 김대중의 햇볕정책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햇볕정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호남 출신들이 많은 편이다.
 
김대중의 정치적 자산은 소중하다. 반발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나는 적어도 현재의 대한민국은 박정희와 김대중 두 사람의 흔적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김대중의 정치적 자산을 살린다는 선의라고는 해도 햇볕정책에 집착하는 것은 위험하다. 김대중의 정치적 유산을 위해서도, 호남을 위해서도 최악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내가 팃포탯 전략이라는 개념을 들어 설명했지만, 김대중 집권 당시로서는 햇볕정책은 시도해볼만한 노선이었다고 본다. 강경 대치 일변도로 나아갔던 보수정권들이 대북 정책에서 그다지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정도의 접근은 시도할 수 있었다.
 
IMF 외환위기라는 상황에서 대북 정책으로 새로운 정치 경제적 활로를 모색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북핵이 드러나지도 않았던 시점이기 때문에 그런 대북정책이 갖는 위험성도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김대중 본인이 자신의 햇볕정책에 대해 ‘강력한 안보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 사람들은 김대중이 서해교전 당시에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에 갔다며 마치 안보를 등한시한 것처럼 비난하곤 하지만 그건 초점을 잘못 잡은 얘기이다.
 
만일 그때 김대중이 월드컵 결승전에 가지 않았다면 한국은 서해교전으로 인한 피해보다 훨씬 더 큰 국제적 이미지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거야말로 서해에서 도발한 북한의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 문재인과 김대중의 햇볕정책은 분명하게 다르다고 선을 그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상황이 달라졌다. 북핵과 미사일이 이미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조만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국을 등에 업고 노골적으로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 유화적이고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는가? 지금 상황에서 평화적 방식으로만 북핵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양쪽이 주먹에 돌을 쥐고 있다가, 한쪽이 갑자기 총을 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총에 실탄을 장전해 위협한다. 이때 평화적인 방법으로만 해결하자는 얘기는 무릎꿇고 항복하자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북한과 중국은 정상적인 협상 상대가 아니다. 해방 이후 70년 넘게 쌓아온 경험이 그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최소한의 신뢰도 갖기 어렵다.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합리적인 불신과 의심을 갖고 대하는 것이 정상적인 대응이다.
 
지금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내세우며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 타협 일변도의 정책으로 나아가는 것은 실은 김대중과 그를 지지한 호남 정치의 상징자산을 결정적 치명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이다. 지금 이대로 가면 김대중과 호남 정치는 정말 북한에 나라 팔아먹은, 반란세력의 누명을 벗기 어려워진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서 한반도가 북한 체제로 통일된다면 김대중의 햇볕정책도 영광스러워지는 것 아니냐고 여기는 정신병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영광이 아니다. 치욕이자 역사적으로 영원히 똥물을 뒤집어쓰는 결과가 된다.
 
북한 체제가 어떤 명분과 합리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그 체제가 영속할 수 있다고 보는가? 만일 북한 체제에 한국이 흡수되는 비극이 발생한다면 그 정치적 책임은 김대중과 호남에게 귀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재인 정권은 정치적으로 폼나는 위치에 호남 출신들을 대거 기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실권을 쥔, 예산과 인사권을 쥔 자리는 PK 친노 등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호남 출신들 나아가 호남 전체가 그걸 뒤집어쓰게 된다. 정치적인 자리와 명분이란 게 원래 그런 역할을 한다.
 
사실상 햇볕정책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문재인과 친노들은 철저하게 김대중과 호남의 정치적 상징자산을 공짜로 써먹고 있다. 실권도 없는 고위직 몇 자리 안겨주고 5.18 빅쑈 립써비스로 기분 맞춰주면서 등골을 빼먹는 전략이다.
 
내가 자주 사용한 비유지만 집문서 땅문서 선산 문서까지 빼돌리면서 짜장면 몇 그릇 사주고 생색을 낸다. 짜장면 몇 그릇 얻어쳐먹은 친구들은 “역시 우리 문재인”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찬양질하기 바쁘고.
 
정말 김대중과 호남 정치를 생각한다면 지금 상황에서 문재인의 햇볕정책과 김대중의 그것은 분명하게 다르다고 선을 그어야 한다. 김대중이라면 지금 문재인의 대북정책과 중국 정책을 철저하게 비판했을 것이라고 얘기해야 한다.
 
돌아가신 양반은 말이 없다. 결국 김대중의 정치적 유산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는 남은 자들, 그의 정치적 유산이 대한민국에 활용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몫이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김대중은 대한민국을 만든 두 기둥의 하나이자 위대한 정치인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나라 팔아먹은 역적이라는 누명을 쓰게 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상황이 김대중과 햇볕정책의 마지막 탈출구이다. 만일 대한민국의 운명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귀결된다면 그때 가서는 무슨 명분으로도 변명이 불가능하다. 백약이 무효이다.
 
제발 깊이 깊이 생각하자.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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