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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3-20 15: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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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선택과 무관한 인물들이 검증 절차도 없이 특권 누리고, 어마어마한 국정 발언권 얻어
-당적 변경도 못하는 의원이 의원인가? 국민보다 자기 공천 준 특정정치인에게 책임지는 존재
-소수의 정치낭인들이 담합해 국정에 개입하고, 개인의 정치 입신 도모하는 데 가장 좋은 장치


▲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법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안에 합의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이 합의에서 빠지고 개편안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선거제가 개편되는 것은 1987년 이후 31년 만입니다. 말 그대로 87년 체제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지역구와 비례 의원의 비율입니다. 현재 국회의원 수는 지역구 의원 253석, 비례대표 47석, 모두 300석입니다. 개편안은 의원 수를 300석으로 고정하되, 지역구는 225석으로 28석 줄이고, 비례의석을 그만큼 늘려 75석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87년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 아닌가]


이렇게 바꾸는 이유는 ‘정당 지지율을 최대한 국회의원 수에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정당 지지율을 100% 의석수에 적용할 것인지, 일부만 적용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지만, 잠정 합의한 방식은 ‘연동률 50%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정당 득표율의 50%를 의석수에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계산방식이 복잡해 자세히 들여다 봐도 평범한 유권자는 계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국회 비례대표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 선정 절차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입니다.


유권자의 뜻이나 선택과 아무 상관도 없는 인물들이 실력이나 정치철학 등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절차도 없이 국민의 뜻을 대변한답시고 의사당에 들어가 특권을 누리고, 국정에 대해서 어마어마한 발언권을 얻게 된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누가 비례대표들한테 그런 권리를 주었습니까? 유권자들은 사실상 각 당의 비례대표 선정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습니다. 정당의 몇몇 실력자들이 자기네 입맛에 맞는 인물 몇 명 데려다가 밀실에서 이른바 공천심사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자기들 멋대로 기준을 정해서 예비후보들을 심사하고 내리꽂는 게 이른바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입니다.


무슨 기준으로 심사했는지, 선정된 자들은 무슨 항목에서 무슨 점수를 어떻게 얻어서 비례대표 자격을 얻었는지, 탈락한 자들은 무슨 이유로 탈락했는지 우리나라 정당들은 그 내용을 밝힌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극소수 정치인들의 밀실 담합에 의해 불투명한 절차와 기준으로 뽑힌 사람들이 무슨 자격으로 민의의 대변자를 자처할 수 있습니까?


비례대표로 뽑힌 사람들이 무슨 기준으로, 무슨 배경으로 뽑혔는지 어쩌다 얘기들을 들어보면 황당함 그 자체입니다. 물론, 정당마다 의원마다 경우는 다르겠지만 자격도 안되는 정치인들이 지도자랍시고 깜냥도 안되는 사람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안겨준다는 얘기를 들으면 환멸감이 안 생길 수가 없습니다.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가장 먼저 공천 과정의 투명성이 철저하게 검증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당적도 못 바꾸는 비례의원, 특정 정치인에게 책임지는 존재]


지금의 지역구 선거도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일단 유권자들의 직접 판단과 검증을 거친다는 점에서 비례대표보다는 몇십 배 몇백 배 낫다고 봅니다.


비례대표의 이런 웃기는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상황이 바로 분당 등으로 당적이 문제되는 경우입니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하나의 헌법기관입니다. 그런데, 비례대표는 자기 소신대로 당적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당적 바꾸려면 국회의원직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건 그냥 국회의원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비례대표는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자기를 비례대표로 내리꽂은 정당 아니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자기를 비례대표로 발탁해준 특정 정치 지도자 개인에게 책임을 진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국회의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뭐 이런 경우가 있습니까? 대한민국 정치와 국회, 정당이 무슨 일본 전국시대 다이묘에게 녹봉을 받고 충성을 바쳐야 하는 가신이나 사무라이들입니까?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늘린다고 하니까 여론도 이 문제 즉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심상정이나 이번 개편을 주도한 정치인들은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천 과정을 어떻게 바꾼다 해도 본질적으로 그건 유권자의 뜻과 무관한 절차일 수밖에 없습니다. 숙의제 공천이니, 오디션 방식이니, 토론 배틀이니 하는 온갖 대안이 거론되지만 그 모든 방식의 핵심은 결국 몇몇 소수가 비례대표 공천권을 독점한다는 것입니다.


그 소수는 도대체 무슨 권리로 비례대표 공천권을 갖는 겁니까? 다른 이유 없습니다. 그저 그 정당의 대표나 실력자와 가까운 사이라는 것, 어쩌다 그들의 눈에 띄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 공천심사를 맡는 사람들은 일종의 컨설팅 외주를 받는 셈입니다. 원래 그런 외주 업무의 결과는 결정적으로 그 외주를 준 사람의 입맛에 맞춰서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즉, 공천심사를 맡긴 사람의 뜻을 살펴서 공천 결과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나 조경태 최고위원 등은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전원 지역구 투표로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비례대표란 것은 사회적 소수의 목소리를 의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인데, 이것도 곰곰이 따져보면 웃기는 얘기입니다.


[국회 의석이 극소수 사회적 약자의 출세 수단인가]


꼭 여성이어야 여성의 권익을 대변합니까? 이 논리가 왜곡되어, 국회의석이 사회적 약자 중에서 극소수 몇몇 사람의 출세를 보장해주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허황되기 짝이 없는 논리입니다.


현행법에 의해 정당별 비례대표의 홀수는 무조건 여성에게 배분하게 되어있는 조건도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건 국회의원 선출이 갈수록 유권자의 선택과 무관한 몇몇 시민단체나 지식인 그룹, 정치인 그룹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의미입니다.


비례대표제가 사표를 줄이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는다는 것도 웃기는 얘기입니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의 하나가 의사 결정입니다. 원래 정치는 전쟁을 대신하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사회적인 이견 가운데서 비폭력적인 수단으로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면 정치의 이런 의사결정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됩니다. 민의의 선택과 무관한 소수의 정치 낭인들이 국회에 들어와 지들끼리 담합해 국정에 개입하고, 의사결정을 방해하며, 마르고 닳도록 자기네의 정치적 입신을 도모하는 데 가장 좋은 장치가 비례대표제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입니다. 대통령 중심제와 비례대표 확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강력한 야당이 존재해야 우리나라의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례대표는 결정적으로 그만그만한 소수정당들의 숫자를 늘리고, 강력한 야당의 출현을 방해하는 장치입니다.


이번 개편안은 매우 복잡합니다. 일반 유권자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자들이 자세한 내용을 묻자 심상정은 “비례대표 계산 방식을 국민은 알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소수의 정치 낭인들이 밀실에서 지들끼리 국정을 농단하고, 이권을 갈라먹겠다는 비례대표제의 본질을 심상정의 저 발언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내년 좌파들의 연방제 적화 위험성 경계해야]


이번 개편은 또 내년 총선에서 좌파들의 연방제 개헌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심각한 지지율 추락에 직면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이 닥치면 좌파 진영의 결속과 거래를 통해 진영 전체로는 국회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바로 이번 선거제 개편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내년 총선이 닥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반항하고 저지해야 합니다. 작게는 유권자의 의사결정권을 소수의 정치낭인들에게 뺏기지 않아야 하며, 크게는 이 나라가 좌파진영의 농단에 의해 김씨조선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연방제 적화를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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