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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3-19 10:47:25
  • 수정 2019-03-22 14: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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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lust: Global Villiage Space]


2013년 3월 22일 내가 속해있던 대학생외교안보포럼(UFFAN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도 대사관에서 대사와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었다. 평소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어 참여하였고, 평소 핵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인도 대사에게 그 주제에 관해 질문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미래는 어떻고, 어떠한 이유로 두 나라가 핵 무장을 하게 되었는가?”


이에 인도대사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양 국가는 문제를 해결하려 많은 노력을 했지만 파키스탄의 행동은 언제나 예측할 수가 없어서 관계의 진전을 위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그 대답을 들으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상황이 우리나라와 북한과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원래 한 국가였으나 파키스탄 지역이 이슬람인들이 많았고 인도는 힌두교인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 갈등으로 인해 1947년 인도를 점령한 영국에 의해서 분할되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공산주의자와 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인해 점령군인 미국과 러시아에 의해 남북한으로 분할되었다. 힌두교와 이슬람교, 공산주의자와 자유주의... 이 종교들과 이념들은 이들 나라에 엄청난 희생을 치르게 하였다.


또 인도대사는 이어 “인도는 동맹이란 것을 깊이 신뢰하지 않았고 자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직접 힘을 길러야 한다고 믿었다.”고 했다.


인도는 중국과 관계가 매우 가까웠지만 국경분쟁으로 두 나라는 1962년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었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인도는 주변국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전쟁 후 중국은 파키스탄, 소련은 인도 편에 선다. 그리고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이 개입한다. 한반도의 상황이 이곳에도 적용 된 것이다.


파키스탄은 인도 전체 인구의 10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랍국들의 재정 지원과 미국의 묵인으로 기술 지원을 바탕으로 인도와 거의 대등한 군사력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인도는 안보의 위협을 느끼고 1974년 핵 실험을 성공하기에 이른다. 소련이라는 지원국을 믿기 보다는 스스로 안보를 지키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 후 파키스탄 또한 중국의 지원을 받고 핵 실험을 뒤이어 성공시킨다. 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개발 경쟁은 인도와 주변국에게 핵 확산 그리고 핵 전쟁이라는 큰 위협을 가져다주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경쟁이 안보딜레마를 초래한 것이다. 타국의 안보수단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가 불가능한 불확실한 상황과 상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는 불신으로부터 발생된, 생존을 위한 안보수단의 확보 노력이 오히려 서로의 안보와 주변국에게 위협이 되었다. 안보 딜레마의 근원에는 불신과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불신과 두려움은 서로 군사력을 강화할수록 더욱 깊어지고 인도 대사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서로의 의도를 예측하기 어려워져 평화의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북한 또는 미군을 등에 업은 남한의 군사력이 월등히 높아지자 군사력의 비대칭성을 상쇄하기 위해 핵개발을 실행해왔다. 또한 전통적인 동맹국이었던 중국과 소련이 북한의 안보를 더 이상 보장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유일한 대안은 핵개발이었을 것이다. 북한은 남한과 미국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에 차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 개발의 첫 번째 원인이 미국의 위협에 있다고 말 한 바 있다. 북한은 매년 실행된 키리졸브 한미 군사 훈련이 방어적 개념의 훈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극렬히 반대하여 침략 전쟁 준비로 규정하고 정전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하며 전쟁 준비에 돌입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이미 핵무기는 북한에게 포기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핵무기는 북한에게 있어서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핵무기 보유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 핵무기는 공적 의도를 가진 무기라기보다는 방어적인 개념이 강하다. 전략적인 무기로서 상대의 선제공격을 억지시킨다. 대표적인 구조 현실주의 학자인 왈츠(Kenneth Waltz)에 의하면 북한은 스스로 고립되고 대외적인 위협에 취약하다고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핵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왈츠는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것은 재앙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합리적 존재인 국가는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로 인해 한반도 세력균형을 유지시켜 오히려 동아시아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후 소련과 미국의 핵 냉전기에 오히려 두 나라는 서로 핵을 보유함으로서 전쟁을 스스로 억지 하였고 나중에는 서로를 위성으로 감시함으로서 전쟁 없이 평화가 장기적으로 유지 되었다는 게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 보유로 인한 대한민국의 핵 무장은 한반도와 세계의 안보에 더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가 핵을 보유한다면 안보딜레마로 인해 일본 또한 핵으로 무장하고 세계 여러 나라도 핵으로 무장할 수 있는 정당성을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주한 미군을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 투입하려는 전략적 유연성을 실행하고 있으며, 현재 트럼프 정부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구실삼아 주한미군 감축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우리나라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전의 한미 동맹이 경제적 이슈와 상관없는 동맹의 관계라면 이제는 경제적 이슈에 조금 더 무게를 둔 비즈니스적 동맹관계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미국에 현재처럼 안보를 의지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또한 하드파워의 감소와 중국과 같은 새로운 강대국들의 부상으로 인해 글로벌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안보를 지키기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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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승철 칼럼니스트/영국특파원 옥승철 칼럼니스트/영국특파원의 다른 기사 보기
  • 평소에 북한의 개발에 관심이 있어 첫 번째 석사를 KDI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개발학을 전공하고 북한교통 인프라를 연구하였다. 그 후 좀 더 북한 경제개발에 관해 공부하기 위해 옥스포드에서 폴 콜리어 교수에게 북한의 개발을 통한 개혁과 개방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 북한의 시장경제를 태동 시키기 위한 연구를 싱가폴의 민간기관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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