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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3-17 15:44:55
  • 수정 2019-03-18 08: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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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영일 전 의원이 2019년 3월 17일 경동교회 장년회 월례모임을 위해 준비된 강의 원고입니다


▲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악수를 나누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김정은이 환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사라 샌더시 트위터]


[1. 왜 하노이가 선택되었는가]


-미국과 북한은 서로 다른 기대와 전략관점에서 하노이를 협상장소로 선택


● 북한의 기대


➀ 김정은은 하노이는 베트남 전쟁에서 월맹이 미국을 사실상 패퇴시키고 그들 주도하에 베트남 통일을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주석 김일성이 두 차례나 방문하고 원조했던 나라의 수도였다.


➁ 1973년에 미군철수의 명분이 되었던 파리평화협정은 월맹침략군의 베트남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미국만 6개월 내에 철수하면서 월남정부, 베트콩 임시정부, 중도야당세력으로 민족일치화해위원회를 구성, 베트남 장래를 결정키로 합의하였다는 사실에 김정은은 주목했을 것이다.


➂ 파리협정으로 미군이 철수한 월남에서 월맹은 베트콩과 중도야당을 앞세워 베트남 정부를 내파(內破-Implosion)시키고 군사침공을 감행, 1975년 4월 30일 사이공을 점령함으로써 무력통일을 완수한 사실에 김정은은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➃ 북한의 조선반도비핵화와 종전선언요구, 한국 내 종북(從北)세력의 육성 지원공작은 월남의 공산화통일을 성공모델로 삼는다. 월남정부군은 무력이나 경제력에서 월맹을 압도했지만 정신전력(모략전과 사상전)에서 패배, 결국 공산화되었음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다.


● 미국의 기대


➀ 베트남은 한때 미국과 사활을 걸고 싸웠던 적국이었지만 지금은 미국과 협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주요한 준 동맹국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➁ 베트남은 도이머이(刷新)-(중국 개혁개방)를 통하여 가장 급속히 경제발전을 이룩하여 빈곤에서 탈출하고 사회주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➂ 외교적으로는 반중국(反中國) 노선을 걸으면서 남중국해에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미군에 캄란만 기지를 빌려줄 정도로 미국과의 안보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➃ 트럼프는 북한도 앞으로 반중(反中), 비핵화를 통한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빈곤에서 탈피, 베트남보다 더 잘 살 수 있다는 비전을 꿈꾸도록 유도하기에 가장 적합한 모델국가의 수도로 하노이를 선택했다.


[2. 미∙북 양측의 전략 충돌]


● 북한의 전략


➀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조건으로 미국과 유엔안보리가 부과하고 있는 주요 제재의 해제를 우선적으로 요구하면서 내심으로는 제재의 전면해제 아닌 부분해제로 타협을 끌어내는 한편 비핵화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가면서 하나씩 대가를 얻어내는 Small Deal을 기도했음


➁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개성공단재개, 북한철도에 대한 한국의 지원은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하노이 회담의 결과로 당연히 주어질 것으로 예단하면서 주요제재의 폐기에 역점을 두었음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가 원한다면 개성공단복구나 금강산 관광재개, 철도부설 지원을 포함한 모든 경제적 부담을 한국이 떠맡겠다는 입장을 하노이회담 전에 먼저 발표했고 특히 2월 25일 청와대 대변인은 종전선언은 이번 정상간 회담에서 틀림없이 이뤄질 것으로 속단하는 성명을 발표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발표를 보면서 비건(Biegun) 특사가 대표하는 한미워킹 그룹토의에서 이러한 요구가 합의된 것으로 오인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선 작년 3월에도 한국의 방북 특사들이 김정은 면담결과를 트럼프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정의용 특사는 김정은이 말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북한의 비핵화’로 왜곡, 설명하고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니 정상회담에 응하라고 권했던 것이다.


➂ 북한은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한번도 사용한 일이 없었으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핵 국가인 주한미군의 완전철수와 유엔군사령부의 해체, 주일미군의 대북공격 가능성 까지를 차단하는 북한의 최대 안보정책개념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에서 모든 대량살상무기로서의 핵과 그 운반수단, 생물학적 무기의 총체적 포기를 비핵화로 이해했다.


➃ 김정은은 하노이에서 영변 핵개발 시설 포기의 대가로 최소한 종전선언을 비롯,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재개 등 남북한관계 발전부문에서라도 제재를 양해해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 미국의 입장


➀ 트럼프는 싱가포르 회담을 마친 후부터 북 핵을 다룰 외교카드로서 흔히 말하는 Big Deal을 구상했다. 즉 미국이 요구하는 대량살상무기로서의 핵과 그 운반수단(ICBM) 및 생화학무기를 북한이 포기한다면 미국은 북한과 수교하는 한편 필요한 경제 원조를 제공, 베트남이상의 경제적 부를 누리게 해주면서 중국의 영향권에서 북한이 벗어나게 하려는 전략을 구상했다.


--베트남이나 독일은 국제사회가 금지하는 핵이나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생화학 무기 없이도 미국과 협력하면서 번영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


➁ 트럼프는 북한의 핵문제와 그 배후가 되는 중국문제를 별개로 보지 않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제재의 결과로서 북한의 비핵화와 탈 중국화를 도모하려고 했다. 싱가포르회담 다음날인 2018년 6월 13일부터 대 중국경제 제재, 즉 관세폭탄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➂ 트럼프는 김정은을 바로 직접 상대함으로써 북 핵을 중국이 의장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던 6자회담모델에서 벗어나 미국과 북한 간의 양자문제로 바꾸었으며 중국은 북한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을 만큼 강도 높은 미국의 대중국견제망을 뚫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➃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을 배후에서 응원해주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냉전시대처럼 더 이상 북한을 도울 수 없게 함으로써 북한이 자력으로 미국과의 어려운 협상을 타결해 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➄ 하노이에서 트럼프는 북한의 Small deal책략에 매력을 잃고 No Deal을 선택했다. 이는 미국 국내정세가 트럼프의 우선순위에서 북한보다 더 중요한 상황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Small Deal은 역대 미국정부가 실패해온 길이기 때문에 미국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컸다. 여기에 자기를 향한 Michael Kohen의 기자회견, 비상사태선언에 대한 의회의 반발 등도 No Deal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⑥ 트럼프는 북한이 지난 15개월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자제해 온 점을 참작,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조치를 북한에 대한 보상으로 연장해 주고 있다.(싱가포르 회담이후부터 실시)


[3. 금후의 전망]


● 착한 강대국은 없다.


한국이나 북한은 어느 경우에나 국제정치차원에서는 플레이어(Player)가 아닌 말이다. 강대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나 북한의 차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으면서 그때 그 때의 자기들의 국익에 비추어 유리한 선택을 해왔다. 구엔 반 티우 월남대통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닉슨은 파리협정에 조인한 후 월남에서 철군하면서 유사시 파병하거나 공중지원을 다짐했다. 그러나 미군철수 후 닉슨은 탄핵공세로 사퇴했고 닉슨을 승계한 포드의 월남지원법안은 국회에서 폐기되었고 베트남은 공산화되었다.


● 한국은 월남과 다르다.


미국은 중국견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패권도전을 미국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의 평택은 미국의 해외주둔지역에서 가장 큰 군사기지다. 북한이 원하는 주한미군의 철수는 기대할 수없는 상황이다. 또 북한이 중국묵인 하에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자체를 미국은 전쟁상태로 보기 때문에 핵 폐기 없는 종전선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북한 종전선언의 허구성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6.25동란을 북한은 민족해방전쟁이라고 부른다.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에게 종전선언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종전선언을 내세우는 것은 한반도 정세를 제2의 월남사태로 유도하려는 평화공세에 불과하다. 미국의 대중국견제가 실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은 위장평화공세가 먹히기 힘들 것이다.


● ICBM만 포기하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할 것이라는 설


ICBM을 포기하면 북한의 핵무장은 유명무실해진다. 핵 운반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개발한 핵탄두 장착의 ICBM을 없애는 것은 핵무기 포기와 같은 뜻이다. 북한이 핵과 ICBM을 떼어서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조치가 갖는 의미


세 가지 주장이 있다.

➀ 15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핵과 미사일 발사중단에 대한 보상 설

➁ 훈련경비의 과다 설(트럼프의 공식명분)

➂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불신 설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의 불신설이다. 첫째, 동맹은 공동의 적을 막기 위해 체결, 유지되는 것인데 한국정부가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을 흐리고 있다. 둘째, 북한의 남파간첩에 대한 방첩활동의 약화나 부재다. 한미합동군사작전에 수반되는 비밀유출을 미국은 우려한다.


● 한미동맹의 강화와 북한의 체제변화가 핵 폐기의 지름길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구조 속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조약을 기초로 협력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체제변화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대화와 교류도 북한체제변화유도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사라진 상황 속에서 김정은 체제는 결국 미국의 빅딜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길로 나가는 것이 우리들의 정도(正道)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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