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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26 14: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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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보수층, 골수 한나라/새누리 지지층이 왜 촛불 집회에 참여했는지를 완전히 망각하고 있다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저지른 찌질한 짓을 적폐의 핵심으로 규정하는 자들이야말로 진짜 적폐
-생산, 분배, 정치 위기가 우리 시대의 진짜 문제인데 리더들은 오래 전 참고서에 나온 답만 읊어대

박석운 퇴진행동 기록기념위 공동대표는 “한국사회 대개혁은 박근혜·이명박 정권에서 쌓은 적폐를 청산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며 “‘이명박근혜’가 뒤집은 민주주의 시곗바늘을 제자리에 되돌리고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기 위해 다시 촛불의 힘이 필요하다”고 1주년 기념 촛불집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조수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처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자라는 의혹이 있는 주식회사 다스(DAS)와 관련해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말로 자유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적폐청산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처벌해야 한다”며 “블랙리스트 작성, 댓글부대 조성,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적폐는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전명선 세월호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무대에 올라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에 의한 억울한 희생이 없게 하도록 하겠다는 우리의 마음은 하나”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적폐세력은 세월호 최초 보고 시간을 조작했고, 이를 가리기 위해 불법적 직권남용을 저질렀다”고 발언했다. 전 운영위원장은 “적폐세력으로 인해 중단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2기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으로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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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수 한나라/새누리 지지층이 왜 촛불 집회에 참여했는지 완전히 잊었나.



‘촛불 집회’에서 했다는 얘기들을 들어보니, 촛불 시민들의 열망은 아무래도 네다바이, 아니 먹튀 당한 듯하다. 그 많은 보수층, 골수 한나라/새누리 지지층이 왜 촛불 집회에 참여했는지를 완전히 망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어쩌겠나? 역사는 원래 해석하기 나름이고, 값진 물건(자산)은 in my pocket하려는 것이 원초적 본능이니… 화내거나 슬퍼할 일은 아니다. 자기 나름의 염원을 모아 촛불을 밝히면 되는 법이니!

이 나라 정치집단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최대 적폐는 진짜 문제, 정말로 치명적인 위기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저지른 찌질한 짓을 적폐의 핵심으로 규정하는 자들이야말로 진짜 적폐다.


병자호란을 초래한 인조정권도 놀고 지낸 것이 아니다. 요즘말로 하면 (광해군 정권) 적폐를 청산한다고 노력했다. 고종과 민비도 저 나름의 적폐 청산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다만 그들이 청산하려고 한 적폐가 진짜 국가적, 민족적 위기가 아니었을 뿐이다.

2017년~2022년에 올 위기는 1636년의 위기와 같을 리가 없다. 과거에는 청나라의 군사적 침략이었다면, 지금 닥쳐오는 위기는 중국의 일취월장하는 산업경쟁력에 한국의 산업이 패퇴하는 것이다.

주력 산업에 비상벨이 울린 지 오래다. 중국의 추격으로 인해, 우리의 주력산업인 조립가공 산업에서 기술력 격차는 급격히 좁아지거나, 심지어 추월당하고 있지만, 일본, 독일, 미국 등 선진국과의 격차는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불운이나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자, 오래 전에 예측되었던 문제라는 것이다.

개념설계 능력이나 부품, 소재, 장비 관련 기술 능력을 갖추는 것은 오랜 축적과 과감한 시도와 지적 융합이 필요한데, 지금 한국은 이런 것들이 어려운 제도와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중국에 대해 안정적인 비교우위를 구가하는 산업이 거의 없다. 자동차는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인해 자동차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고, 자동차 소유에서 공유로 패러다임이 바뀌면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후방 파급효과가 크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알려진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드론(drone), 로봇, 3D프린터, 센서 등에서는 미국·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에도 뒤지고 있다. 한국의 산업(기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그 어떤 나라보다 중국의 경제적 비상으로 인해 많은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그 어떤 나라보다 중국과 직접 경쟁이라는 위기(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산업 현실을 아는 사람들이 심각한 위기를 알리는 아우성을 친 지 오래다. 이정동 교수는 다단 로켓 비유 즉 ‘1단 엔진 분리 실패, 2단 엔진 점화 실패’를 통해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위기를 경고한다. 1단 엔진은 실행역량을 말하며, 2단 엔진은 개념설계 역량을 말한다. 개념설계 역량을 형성하려면 ‘도전적 시행착오 경험을 꾸준히 축적해야’ 하는데(축적의길, 67쪽), 지금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업경영 등 주요한 시스템은 ‘도전’을 꺼리게 하고 ‘시행착오 경험 축적’도 가로막는단다.

우리가 앓고 있는 병은 외환위기와 같은 급성질환이 아니라, 서서히 말라가는 만성질환이다. 그 핵심은 생산(성장) 위기, 분배(통합) 위기다. 이는 유인보상체계(인센티브) 위기라는 하나의 꼬치에 꿰인다. 이는 한마디로 권한, 권리, 자유, 혜택은 쟁취(상향, 확장)하되, 책임, 의무, 부담은 남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의무, 부담 전가의 대상은 협력업체, 소비자, 비정규직일 수도 있고, 청년 미래세대일 수도 있고, 국민 전체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도적놈 심뽀다.

지금 사회에 도적질 내지 지대추구가 횡행하고, 진짜 위기를 호도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정치의 기능 부전 때문이다. 1950년대 화석과 1980년대 화석들은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이 적폐의 양대 본산과 싸워온 정치세력의 혼미, 무능이야말로 진짜 문제이다. 정치를 비롯하여 공공을 파는 존재들이 거의 다 도적놈이 되었다. 갑 중의 갑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죄악의 근원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뭐하는 자린지, 얼마나 준엄한 책임이 따르는 자린지 모르고, 그 영광만 누리려 한 것이다. 문재인 죄악의 근원도 동일하다. 정말 역대 정권 중에서 이만큼 철저하게 (잘 나가는 산업기업의) 국내투자와 고용을 꺼리게 만든 정권이 또 있을까? 창의와 열정이 넘치는 청년으로 하여금 창업할 의욕도, 중소벤처기업 할 의욕도 이렇게 철저히 짓밟는 정권이 또 있을까?

생산(성장)위기, 분배(통합)위기, 정치(공공)위기가 우리 시대가 출제한 문제다. 그런데 이 나라 정치와 오피니언 리더는 문제를 읽지 않고, 그냥 1950년대 참고서나 1980년대 참고서에 나온 답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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