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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25 11: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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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규천(以管窺天)이란 말이 있다. 대롱(管)으로 하늘을 엿본다(窺)는 뜻이다. 비슷한 말로 관중지천(管中之天, 대롱 속 하늘)도 쓰인다. 한마디로 좁디 좁은 대롱으로 하늘을 본다는 의미이다. 춘추시대 천하의 명의(名醫)로 일컬어지던 편작(扁鵲)이 괵(虢)나라 궁정 의사의 좁은 소견을 탓할 때 썼던 말이라고 한다.


이관규천(以管窺天). 이 말을 꺼낸 것은 우선 나 자신부터 여기에 해당되지는 않는지 점검해 보기 위해서이다. 대롱으로 하늘을 엿본다는 것은 우선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의 극히 일부분만 보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조그맣고 알량한 지식으로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달은 듯 말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오만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가 어릴 때에는 내가 아는 조그마한 지식들이 대단히 커 보였고 그게 전부인 듯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쉽게 판단하고 비판했었다. 그게 좁디 좁은 대롱 속에 보이는 지식이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어찌 지식 뿐이랴! 마음 씀씀이도 대롱 같지는 않았을까? 그 대롱 같은 마음을 태평양 같은 마음이라 착각하고 살지는 않았을까? 나의 이웃들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대롱을 휘저으면서 살지는 않았을까? 


▲ 하롱베이. 저들처럼 부드럽게... 남들과 조화를 이루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세상을 바라 보면서도 이관규천(以管窺天)이 판을 치고 있는 듯 보인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이데올로기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바로 그것, 자신만이 진리이고 다른 생각은 ‘다르다’가 아닌 ‘틀렸다’라고 바라보는 시각, 그 엄청난 오만이 지금 우리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세상이 그렇다는 말은 지금 나의 인간관계가 그럴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들은 흔히 ‘다르다’는 말 대신에 ‘틀렸다’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다. 어찌보면 자신의 대롱만 가지고 우주 전체를 파악하려는 못된 습성이 마음 속 깊이까지 뿌리내렸기에 그러는 것은 아닐까?


나와 다른 것은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닌데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그저 그런 ‘다름’을 ‘틀림’이라고 정의하기에 갈등도 생기고 문제 속으로 빠져드는 것은 아니냐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사랑은 이관규천(以管窺天)을 내 마음에서 내려놓을 때 성숙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 좁은 생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 손에 든 대롱을 다 버리고,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바라볼 때, 나의 색안경 다 버리고 지금 존재하는 그 모습 그대로 바라볼 때 사랑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행복하게 익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이관규천(以管窺天)을 버릴 때 존재(存在)의 실체(實體)가 제대로 보인다. 왜곡되지 않은 모습으로 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 행복이라는 마음이 내 안에 자리잡게 된다.


오늘 나는 내 눈에 보이는 대롱(管)을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롱의 굵기가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긴 대롱인지, 이 대롱으로 다른 사람들, 특히 가까운 나의 이웃들을 아프게 한 적은 없었는지..... 많이 후회가 되고 많은 아픔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그럴수록 가슴이 아려진다. 


그러면서 다짐을 한다. 이관규천(以管窺天)의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겠다고 말이다. 세상이 아무리 이관규천(以管窺天)이 판을 친다 할지라도 나부터 이관규천(以管窺天)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지 않겠는가? 
사랑하는 이여! 오늘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내 눈을 가리는 대롱들을 벗어 버리자. 이관규천(以管窺天)하지 말자. 그 다짐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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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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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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