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맘다니, “뉴욕 올 경우 ICC 체포영장 집행 의지” 파문]
미국의 뉴욕시장 후보에 출마하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의 급진좌파 조란 맘다니 후보가 “뉴욕시장에 당선되면 블라디미르 푸틴과 베냐민 네타냐후가 뉴욕에 올 경우 체포할 것”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미국이 ICC 미가입국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쇼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의 입에서 이러한 외교적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뉴욕 시장 민주당 후보인 조란 맘다니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이스라엘 총리가 뉴욕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뉴욕 경찰에 체포하라고 명령할 것이라고 말하며, 선거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세부 사항을 제시했다”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 지구에서 집단 학살을 자행하는 전범이기 때문에, 이스라엘 총리가 뉴욕에 온다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발부한 네타냐후 체포 영장에 따라 공항에서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ICC는 2023년 3월엔 푸틴, 지난해 11월엔 네타냐후에게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맘다니는 “지금은 (러시아와 이스라엘에 가까운) 연방정부에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고, 각 도시와 주 정부가 우리의 가치와 국민을 위해 나서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줘야 할 때”라고 했다.
이에 대해 NYT는 “법률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체포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일부는 연방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다니 후보의 공약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유대인이 거주하는 뉴욕에서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뉴욕시장이 네타냐후 체포?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
실제로 맘다니의 호언장담이 가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ICC 가입 조약 ‘로마 규정’에 따라 124개 회원국은 원칙적으로 체포 영장을 집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미국은 ICC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2년 제정된 연방법인 ‘미군 보호법’에 따라 연방정부 차원에서 ICC에 대한 협력을 금지하고 있다. 자국 군인이나 정치인이 ICC 기소 대상이 될 수 있고, 반미 성향 국가들이 ICC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월 네타냐후 총리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ICC가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실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지만, 그는 7월에 맘다니의 위협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관 대변인도 논평을 거부했다.
이에 관련해 미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매슈 왁스먼 교수는 NYT에 “미국 내에서 이런 식의 체포가 이뤄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며 “이번 발언은 진지한 법 집행 정책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쇼에 가깝다”고 했다.
NYT는 또한 “전문가들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영장을 집행한다는 명분으로 경찰이 네타냐후나 푸틴을 체포하려는 시도가 있을 경우, 맘다니 후보가 연방 정부와 갈등을 빚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짚었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 달리는 맘다니]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다가오는 11월의 뉴욕시장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원래 뉴욕이 민주당 텃밭이기도 하지만 현재까지의 여론조사로는 맘다니의 당선 가능성이 유력하다. 다만 현재 3파전인 선거가 양자대결로 압축된다면 혼전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9월 2일부터 6일까지 뉴욕시 유권자 1284명을 상대로 조사한 NYT/시에나대학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조란 맘다니가 46%로 압도적이고 그 뒤를 무소속 앤드류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24%), 공화당 커티스 슬리워(15%), 무소속으로 재선을 노리는 에릭 아담스 현 뉴욕시장(9%) 등이 뒤쫓고 있다.
변수는 있다. 맘다니의 당선을 경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맘다니가 이길 것처럼 보인다”면서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쿠오모와 슬리워 등과 후보 단일화를 지원하고 있어서 그런 예측을 한 것이 아닌가 보인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인 조란 맘다니가 3명의 경쟁 후보에 앞서 있는 선거 구도를 언급하면서 “1대1 구도가 아니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2명이 사퇴하고 1대1로 맞붙는 구도가 된다면 이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그는 경쟁 후보 3명 중 어떤 후보들이 사퇴해야 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애덤스 시장에 대해선 후보 사퇴 후 트럼프 행정부의 입각설이 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NYT는 “애덤스 시장은 최근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극비리에 회동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애덤스에게 중동 국가의 대사직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애덤스 시장은 뇌물 수수와 불법 선거자금 모금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기소가 취하된 뒤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이민자 추방 정책에 협조하는 등 '친(親)트럼프' 행보를 보이면서 민주당 내에서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문제는 공화당 슬리워 후보의 거취다. 뉴욕 토박이인 슬리워는 1970년대 말 뉴욕을 휩쓴 각종 범죄에 맞서 자경단을 조직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이후 라디오 토크쇼 호스트로 활약했고, 2021년에도 공화당 소속으로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슬리워 후보에게도 사퇴를 종용하고 자리를 제안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슬리워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사퇴하든 말든 나는 완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패배한 후 무소속으로 시장직에 도전하는 쿠오모 전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반(反) 맘다니 단일화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면서 “맘다니가 실존적인 위협이라면, 그를 막기 위해 가장 강한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주에서 3선(2011∼2021년) 고지에 올랐던 쿠오모 전 주지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당선 후엔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정치인이다. 그러나 2021년 전·현직 보좌관 등 11명의 여성을 성추행하고 추행 사실을 공개한 직원에게 보복 조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자진해서 사퇴했다. 다만 그는 성추행 주장이 사실이 아니고 정치적 공작이었다면서 정치적 재기를 도모했다.
쿠오모 전 주지사는 지난 3월 공식 출마 선언 이후 안정된 리더십 등을 부각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선두 자리를 지켜왔지만, 신인 정치인 맘다니에게 발목을 잡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시장 후보들에게 사퇴를 종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당내 예비선거에서 쿠오모를 지지하며 맘다니를 꺾기 위해 800만달러(약 111억원)를 쓴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최근 맘다니와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맘다니의 당선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락가락 맘다니, 뉴욕 경찰예산 삭감 주장, 지금은 '구애']
약관 33세의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뉴욕시장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공약을 철회하거나 변경하면서 논란도 일고 있다. 그는 과거 경찰을 비판하고 예산 삭감을 주장했지만 선거가 다가오면서 경찰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접촉을 늘리고 있다.
NYT는 “맘다니가 지난 8일(현지시간)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공공 안전과 관련한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면서, 이를 지지하는 경찰관들을 만났다”면서 “최근 '자메이카 통합 방글라데시 경찰 네트워크'라는 단체가 맘다니 후보 지지 성명을 낸 바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맘다니 후보는 지난달 화상회의로 경찰관 8명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경찰들은 맘다니에게 경찰 예산 삭감 관련 발언에 거리를 두고 경찰노조 지도부에 연락해 의견을 들어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에 맘다니는 퀸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경찰관 20여명과 만났다. 경찰들은 과거 그의 경찰 예산 삭감 주장에 대해 질문을 퍼부었다고 한다. 사실 맘다니 후보에 대한 뉴욕 경찰들의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과거 맘다니는 2020년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것을 계기로 시위가 벌어지자 경찰 예산 삭감을 촉구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맘다니는 아예 “경찰은 인종차별적이고 반(反)성소수자 성향에 공공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911 신고 시 경찰 대신 정신 건강 전문가를 파견하는 '지역사회 안전부'를 신설하자는 맘다니 후보의 구상에 대해서도 경찰들은 경계심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맘다니는 자신의 현재 견해는 과거와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 경찰노조 지도부는 맘다니가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경찰관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경찰(NYPD)은 예산 약 60억달러에 경찰관 3만3천명, 민간인 1만5천명으로 구성된 미국 내 최대 경찰 조직이다.
물론 맘다니 후보가 선거에 승리하는 데 경찰의 지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NYT는 “다만 2014년 취임한 빌 더블라지오 전 뉴욕시장이 집권 초기 경찰과 갈등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면서 “경찰의 공개적인 저항을 감수하고자 하는 시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더블라지오 시장은 경찰의 과잉 단속과 인종차별적 행태에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었고, 이는 일부 경찰들과 노조의 반감을 샀다.
지난 7월, 13개의 법집행기관 노조는 경찰 출신인 에릭 애덤스 현직 뉴욕시장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뉴욕시 최대 경찰 노조인 '경찰자선협회'(PBA)는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이력이 있지만 아직 뉴욕시장 후보에 대해선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