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베이징에 도착한 김정은 전용녹색열차]
북한 국무위원장 직함을 가지고 있는 김정은이 2일 오후 4시(중국시간) 녹색 바탕 차체에 노란 측면 띠를 두른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역에 도착해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김정은의 이번 방문은 3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김정은 전용열차가 과연 어떻게, 어떤 구조로 생겼으며 어떠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2일 베이징에 도착해 일정을 시작했는데,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특유의 녹색 열차를 타고 중국 국경을 넘었다”면서 “그는 수십 년 동안 은둔적인 북한 지도자들이 이용해 온 느리지만 특수한 교통수단을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전문가들은 북한의 노후화된 여객기 편대와 비교해 방탄 열차는 대규모 수행원, 경비원, 음식 및 편의 시설을 위한 더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며, 회의에 앞서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소라고 말한다”면서 “김정은은 2011년 말 북한의 지도자가 된 이후 기차를 이용해 중국, 베트남,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전용열차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렇다면 김정은 전용열차는 어떻게 꾸며져 있으며, 그 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SCMP는 “북한 지도자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얼마나 많은 기차를 이용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북한 교통에 대한 남한 전문가인 안병민 씨는 보안상의 이유로 여러 대의 기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면서 “이 열차들은 각각 10~15량의 객차를 갖추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침실을 포함해 지도자 전용으로 사용되지만, 다른 열차에는 경비원과 의료진이 탑승하는데, 이 열차들은 보통 김정은의 사무실, 통신 장비, 식당, 그리고 방탄 메르세데스 2대를 위한 객차들을 위한 공간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2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정은이 녹색 객차 옆에서 고위 간부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객차에는 금색 문장과 장식이 새겨져 있고, 북한 국기가 양쪽에 걸린 커다란 금색 문장 앞의 목재 패널로 마감된 사무실에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사진1)
또한 김정은의 책상 위에는 금박이 새겨진 노트북 컴퓨터, 전화기 몇 대, 그의 시그니처인 담배갑, 그리고 파란색이나 투명한 액체가 담긴 병들이 놓여 있었다. 창문에는 파란색과 금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사진-2)
그리고 2018년 북한 국영 TV가 공개한 영상에는 김정은이 분홍색 소파가 놓인 넓은 열차 안에서 중국 고위 관리들을 만나는 모습이 소개되기도 했다.(사진-3)
또한 2020년, 김정은이 태풍 피해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가는 모습이 국영 TV 영상에 나왔는데, 꽃 모양 조명과 얼룩말 무늬가 새겨진 의자로 장식된 객차가 잠깐 등장하기도 했다.(사진 4)
김정은 일가의 전용열차와 관련해 러시아 관리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는 지난 2002년, 그의 저서 ‘오리엔트 특급’에서 김정은의 아버지이자 전임자인 김정일이 모스크바까지 3주간 여행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책에서 “그 기차에는 파리에서 공수된 보르도 와인과 보졸레 와인이 가득 실려 있었고, 살아있는 바닷가재도 함께 실려 있었다”면서 “푸틴 전용열차보다 훨씬 안락했다”고 적었다.(사진-5)
풀리코프스키에 따르면 열차는 위성통신 설비도 갖추고 있었고 전자지도 화면 스크린을 통해 이동 경로가 지도에 표시됐으며, 통과하는 각 지역 특색과 경제현황, 뿔 달린 가축 수까지도 화면에 떴다고 한다. 객차 2칸에는 경호를 위해 러시아 측이 보낸 저격수 50여 명이 나눠 탔다. 무기도 함께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정은 전용열차인 ‘태양호’는 ‘움직이는 요새’로 불릴 만큼 두꺼운 철판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열차는 차체와 창문, 바닥이 모두 두꺼운 철판이라 폭탄 테러에도 안전성을 상당 수준 보장할 수 있게 설계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열차 전량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김정은 전용칸만 방탄이며 나머지는 평범한 디젤열차로 알려져 있다. 집무실과 침실은 물론 최고 수준의 무장·통신 장비를 갖췄다. 벤츠 방탄차를 운송하는 칸도 있으며 숙박 및 회의를 위한 객실도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매체는 지난해 10월 방영한 기록영화를 통해 김정은 특별열차 내부 영상을 공개했는데, 당시 영상을 보면 김정은은 회의용 탁자와 노트북, 컴퓨터 모니터와 전화기 등이 구비된 ‘움직이는 집무실’에서 간부들 보고를 받았다. 2018년 김정은 방중 당시 공개된 특별열차 내부 영상엔 응접실로 보이는 공간이 노출됐는데, 고급스러운 바닥재와 핑크빛 가죽 소파, 중국 지도가 나와 있는 대형 스크린 등이 눈에 띄었다.
[김정은 전용 열차는 어떻게 국경을 넘나들까?]
그렇다면 김정은 전용 열차는 어떻게 국경을 넘나드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 SCMP는 안병민 씨의 견해를 빌어 “김정은이 2023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로 가는 기차를 탔을 때, 두 나라가 서로 궤도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에 국경역에서 바퀴 조립품을 재구성해야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 철도에 대한 책을 쓴 전직 철도 엔지니어 김한태에 따르면, 중국에는 그런 요구 사항이 없지만 국경을 넘으면 중국 기관차가 기차를 견인한다. 그 이유는 현지 엔지니어가 철도 시스템과 신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정은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이전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이용했던 특수 장비가 장착된 열차는 보통 녹색 DF11Z 기관차에 의해 견인되었는데, 이 기관차는 중국에서 제작한 엔진으로 국유 중국철도공사의 상징이 그려져 있었으며, 최소 3개 이상의 서로 다른 등록 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안병민 씨는 “일련번호가 0001 또는 0002라고 지적하며, 이는 중국이 김정은에게 최고위 간부들에게만 제공되는 엔진을 제공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이 2019년 베트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중국을 횡단했을 때, 그의 열차는 중국의 국철 로고가 새겨진 빨간색과 노란색 기관차가 견인했다.
안병민 씨는 “중국 철도망에서는 열차가 최대 시속 80km까지 달릴 수 있는 반면, 북한 철도망에서는 최대 시속 45km 정도”라고 말했다. 그만큼 북한 철도가 낙후되어 있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전철도 평균 35km/h이며 최고 속도는 100km/h이다.
한편, 김정은 전용 열차는 중국 철도에서는 시속 60km로 달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전용 열차는 누가 이용할까?]
그렇다면 김정은 전용열챠는 누가 이용할까? SCMP는 이에 대해 “북한의 건국 지도자이자 김일성 주석(김정은의 할아버지)은 1994년 사망할 때까지 통치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기차를 타고 해외로 여행했다”면서 “김정일은 2001년 모스크바까지 2만km(1만2,400마일)를 여행하는 등 세 차례에 걸쳐 기차만을 이용해 러시아를 방문했는데, 그는 2011년 말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객차는 현재 그의 묘소에 전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SCMP는 이어 “이 열차는 김씨 가족이 전국 각지의 일반 북한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장거리 기차 여행을 떠난다는 것을 알리는 국가 선전의 중심이 되어 왔다”면서 “2022년, 북한 국영 텔레비전은 김정은이 북한 전역을 ‘철저하게 둘러보는 여행’을 하며 옥수수 작물을 시찰하고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김정은 전용기, 너무 낡았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전용기를 타지 않는 것일까? 물론 안전을 우려해 그러는 것일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전용기가 너무 노후화되어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태영호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2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김정은이 처음 집권했을 때 탔던 전용기 ‘참매 1호’는 러시아에서 1980년대 생산된 일류신(IL)-62M 계열인데, 이걸 리모델링해서 타고 다닌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처장은 “이걸 여객용으로 쓰는 항공사는 하나도 없다. 현재 항공사에서 쓰고 있는 곳은 벨라루스 항공사인데 여기도 화물 전용으로 쓰고 있다”며 “그런데 이렇게 낡은 비행기를 타고 다자 무대의 장으로 김정은이 갔다고 하면 전 세계 언론이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북한’ 이렇게 보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걸 김정은이 다 안다.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보다는 기차로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태 전 처장은 김정은이 방중에 이용한 전용열차에 대해 “방탄이 돼 있어 안전상 좋다”며 “안에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 정상 업무를 볼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어 김정은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건 ‘외국 방문을 떠나지만 열차 안에서도 한시도 나는 업무를 중단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